주간동아 563

2006.12.05

명상치료, 그 위대한 유산

불안장애 자가진단 & 극복 가이드|내 안의 괴물 ‘불안’을 날려라!

  • 함봉진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

    입력2006-12-04 14: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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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상치료, 그 위대한 유산

    최면요법도 불안장애에 대한 이완요법 중 하나다.

    평범한 삶을 살아오던 52세 여성 P씨는 1년 전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지만 마음을 굳게 먹고 치료를 시작했다. 그런데 수술을 하고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심한 불안과 불면증에 시달려야 했다. 밥맛도 잃고 의욕도 없으며 만사가 귀찮고 짜증이 났다. 정신과에서 우울증에 대한 약물치료를 받고서야 점차 안정을 되찾아갔다.

    그러던 중 P씨는 스스로 병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찾다 명상을 시작했다. 이후 매일 수련을 하면서 마음이 안정되고 몸 상태가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약물 복용을 중단하면 우울증이 재발하기 때문에 약을 계속 복용하고는 있지만 명상 덕분에 용량을 상당히 줄일 수 있었다. P씨는 우울증 약물과 명상 모두 큰 도움이 됐다고 느끼고 지금도 두 가지를 병행하고 있다.

    이완요법은 말 그대로 몸과 마음의 긴장을 느슨하게 풀어줌으로써 특정한 효과를 얻는 치료법이다. 정신없이 일하다가 잠시 멈추고 하늘을 바라보며 쉬는 상황을 상상해보면 된다. 또 간단한 호흡조절이나 마인드 컨트롤 같은 것도 예가 될 수 있다.

    의학에서 전문적인 치료법으로 쓰이는 이완요법으로는 점진적 근육이완법, 바이오 피드백, 최면, 명상 등이 있다. 최면은 서양에서 발전해온 방법으로 초기부터 치료법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명상은 동양의 여러 나라에서 몸과 마음을 수련하는 방법으로 발전해온 것을 최근에 치료에도 활용하고 있다. 요가를 서양인에게 적합하게 수정한 초월명상, 태극권을 간단하게 만든 ‘타이치(Tai Chi)’ 같은 형태도 있고, 명상의 원래 형태를 그대로 적용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국내에서는 이완요법과 명상을 활용하는 의료기관이 많지는 않다. 일부 관심 있는 의사들이 개인적으로 익힌 다음 진료에 활용하는 정도다. 외국의 이완명상 프로그램도 도입되어 있다.



    임상실험에서 입증된 치료 효과

    1950년대 이후 여러 의학자들이 이완요법과 명상의 효과에 대해 연구했다. 특히 바이오 피드백, 최면, 명상에 대한 연구들이 많이 이뤄졌다. 그 명칭과 방법에 차이는 있지만 몸과 마음에 미치는 효과는 비슷하다는 것이 밝혀져 있다.

    이완요법이나 명상이 혈압, 맥박, 호흡, 체온 같은 생리기능, 면역기능이나 호르몬 분비 등 다양한 인체기능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생리적으로는 교감신경계가 억제되고 부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어 깊은 휴식 상태에 이르게 된다. 또 면역기능이 활성화되고 조화롭게 된다. 이런 연구 결과들을 근거로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했고 고혈압, 천식, 피부질환, 면역질환 등 다양한 신체질환에 효과가 있음이 입증됐다.

    또한 이완요법이나 명상은 마음을 진정시켜 주고 스트레스 반응과 반대되는 효과를 내는 것이 관찰되면서 스트레스 관련 장애나 불안장애 등에 대한 치료법으로서의 가능성이 제기됐다. 임상실험을 통해 이완요법이나 명상이 불안과 스트레스 반응을 줄여주고 불안장애 자체를 치료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완요법이나 명상은 충분히 익히고 나면 본인 스스로 할 수 있고,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안장애의 치료 또는 보조치료에 매우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명상치료, 그 위대한 유산
    보완치료 수단으로 활용

    이렇듯 명상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커지면서 몸이나 마음에 병이 생겼을 때 명상을 치료법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병이 없는 상태에서 스트레스 해소나 건강증진을 목적으로 명상을 한다면 상관이 없지만, 병을 치료하기 위한 방법으로 한다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고 기존의 정통적인 치료법을 충실히 받으면서 이를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병의 종류나 몸 상태에 따라서 명상이나 이완요법보다는 다른 치료법이 우선돼야 할 경우도 있다.

    또한 진단에 따라 이완요법과 명상의 종류나 방법을 달리해야 할 수도 있다. 이완요법이나 명상은 종류가 다양하다. 몸을 많이 움직이는 요가, 정적인 수련법 등 그 형태가 다양하기 때문에 자신의 신체 조건이나 상태에 적합한 것을 선택해야 한다. 몸에 무리가 가거나 오히려 해가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질을 충분히 갖춘 지도자에게 지도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잘못 가르치고 잘못 배우면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명상치료, 그 위대한 유산

    갖가지 유형의 명상은 불면과 스트레스 반응을 줄여준다.

    이완요법이나 명상이 금기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어떤 병을 가진 경우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완요법이나 명상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건 아니다. 치료 효과가 검증된 정통적인 치료법을 충실히 받으면서 보완치료 형태로 이 방법들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가령 암 진단을 받은 환자가 수술에 대한 불안 때문에 명상에만 매달리는 것은 적절한 행동이 될 수 없다. 명상은 수술 전후의 불안을 조절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뿐이다.

    불안장애 치료에 명상은 매우 효과적이다. 명상만으로 불안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약물치료, 인지치료 등 다른 치료법들과 병행하면 상승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불안이 심할 때는 이완요법이나 명상을 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이런 경우엔 약물치료로 어느 정도 증상을 조절한 다음 명상을 시작해,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면 약물을 서서히 줄여가는 방법을 택한다.

    명상은 선인들이 물려준 훌륭한 유산 중 하나다. 현대인은 많은 것을 얻었지만 또한 소중한 것을 잃고 있다. 명상은 건강뿐 아니라 잃어버린 마음의 고향을 찾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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