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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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부풀리고 면발 쫄깃하게 하는 건 밀가루 반죽 속 글루텐

[이광렬의 화학 생활] 늘어났다가 원래대로 돌아오는 탄성 가져… 밥보다 소화 어려워

  • 이광렬 고려대 화학과 교수

    입력2026-06-08 0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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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멀고도 어려운 단어 ‘화학’. 그러나 우리 일상의 모든 순간에는 화학이 크고 작은 마법을 부리고 있다. 이광렬 교수가 간단한 화학 상식으로 생활 속 문제를 해결하는 법, 안전·산업에 얽힌 화학 이야기를 들려준다.
    글루텐은 빵과 면을 쫄깃하게 만들지만 셀리악병과 글루텐 불내증을 가진 사람에게는 해롭다. GETTYIMAGES

    글루텐은 빵과 면을 쫄깃하게 만들지만 셀리악병과 글루텐 불내증을 가진 사람에게는 해롭다. GETTYIMAGES

    갓 구운 빵에 커피 한 잔. 일요일 아침 가벼운 식사로 적당하다. 그런데 대체 빵은 어떻게 이렇게나 잘 부풀어 오르는 것일까. 이는 단순한 재료들이 만들어낸 놀라운 화학적 마법의 결과다.

    밀가루, 설탕, 소금, 물, 효모를 사용해 반죽하고 이 반죽을 따뜻한 곳에 두면 효모가 활발히 활동하면서 반죽이 부풀어 오른다. 이 과정에서 핵심적으로 일어나는 화학 반응은 효모에 의한 알코올 발효다. 효모는 반죽 속 당분을 먹이로 삼아 대사 활동을 하고 에탄올과 이산화탄소를 생성한다. 만들어진 이산화탄소 기체가 밀가루 반죽 속에 잘 갇혀 있으면 반죽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게 된다.

    글리아딘과 글루테닌 두 단백질 결합으로 생성

    만약 풍선에 구멍이 나 있다면 아무리 세게 바람을 불어넣어도 부풀지 않는다. 밀가루 반죽이 잘 부푸는 것을 보면 반죽 속에 작은 풍선들이 여러 개 있고 이들이 이산화탄소 기체를 잘 가두고 있다고 짐작할 수 있다. 반죽은 어떤 비밀을 간직하고 있기에 터지지 않고 기체를 잘 가둬 두는 것일까.

    밀, 보리, 호밀 등 곡물에는 글리아딘(Gliadin)과 글루테닌(Glutenin)이라는 두 단백질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밀가루에 물을 부어 반죽을 만들고 치대면 이 두 단백질이 서로 결합해 얽힌다. 그리고 마치 그물망이나 미세한 풍선 같은 구조를 형성한다. 이를 글루텐이라고 부른다. 글리아딘은 반죽이 잘 늘어나게 하고, 글루테닌은 반죽이 늘어났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 탄성이 생기게 하는데, 글루텐은 이 두 성질을 모두 가지고 있다.

    이 글루텐이 조그만 풍선 역할을 해 이산화탄소가 밖으로 도망가지 못하게 한다. 밀가루 반죽 속에는 수많은 글루텐 풍선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글루텐 덕에 부풀어 오른 빵뿐 아니라 짜장면, 쫄면 등 쫄깃한 면발도 맛볼 수 있는 것이다.



    반죽을 높은 온도에서 구우면 반죽 속에 갇혀 있던 이산화탄소 기체의 부피가 더 팽창하고 효모가 생성했던 에탄올은 기화해 기체로 변한다. 글루텐은 열에 의해 점점 단단하게 고정된다. 이 과정에서 에탄올은 대부분 빵 밖으로 빠져나가고 최종적으로 한껏 부풀어 오른 폭신한 빵이 만들어진다.

    쌀로 만든 쫄깃한 국수, 옥수숫가루로 만든 쫄깃한 빵은 세상에 없다. 쌀국수나 옥수수 반죽에도 단백질이 있긴 하지만 밀가루의 글루텐처럼 이산화탄소를 가둘 수 있을 만큼 탄력적인 그물망 구조를 형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쌀국수는 어느 정도 쫄깃할 수 있지만 밀가루 면처럼 늘어났다가 줄어드는 탄성과 신장성은 가질 수 없다. 쌀국수를 잡아당기면 쉽게 끊기는 이유가 바로 글루텐 구조가 없기 때문이다.

    ‘면치기’를 가능케 하는 글루텐은 어떤 사람에게는 큰 고통을 준다. 셀리악병(celiac disease)이 있는 사람은 글루텐을 섭취할 경우 심한 알레르기 증상을 보인다. 글루텐을 무찔러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해 강한 면역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또 글루텐이 포함된 음식을 먹으면 속이 끓어오르고 머리가 아프면서 온몸이 쑤시는 증상이 있는 글루텐 불내증(gluten intolerance)을 겪는 사람도 있다. 혹시 빵이나 면을 먹은 후 몸 상태가 나빠진다고 느낀다면 글루텐을 피하는 것이 좋다.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은 극복 대상이 아니다.

    쌀엔 글루텐 없어 소화 빨라

    보통 사람도 빵이나 면을 먹으면 밥보다 소화가 어렵다고 느낄 것이다. 빵이나 면은 먹는 속도가 빨라 입에서 아밀레이스와 충분히 섞이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밀가루에 있는 단백질이 원래 빨리 소화가 되지 않는다. 단백질은 탄수화물보다 위장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 포만감이 오래간다. 소화력이 약한 사람은 면치기가 건강에 아주 위험하다는 점을 기억하는 게 좋겠다. 쫄깃한 면발을 씹지도 않고 삼키면 면발의 중심부까지 효소가 침투하지 못해 소화가 아주 어렵다.

    한국 사람은 “빵으로 식사가 되니? 쌀밥을 먹어야지”라는 말을 자주 한다. 쌀은 글루텐을 갖고 있지 않고 녹말 구조도 단순해 효소가 분해하기 쉽다. 쌀밥을 먹는 즉시 몸에서 힘이 나는 이유다. 반면 빵은 먹은 다음 소화돼 에너지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러니 더 많이 먹게 되고 심지어 빵을 먹고 난 뒤 쌀밥을 또 찾는다. 하지만 빵은 서서히 소화돼 우리를 살찌운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빵이나 국수를 먹을 때는 시간을 들여 천천히 식사하는 게 체중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이광렬 교수는…  KAIST 화학과 학사, 일리노이 주립대 화학과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2003년부터 고려대 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표 저서로 ‘게으른 자를 위한 수상한 화학책’ ‘초등일타과학’ ‘사춘기는 처음이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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