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는 신상 진동 마스카라들의 비교 실험기도 있더군요. 길고 풍성한 속눈썹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기존 마스카라로 1분에 7000번(!) 정도 지그재그 권법을 쓰면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답니다. 도움말은 하루야마 유키오의 ‘화장의 역사’에서 얻었습니다.
역사상 최초로 마스카라를 사용한 사람들은 이집트 여성으로 보입니다. 고대 이집트 여성들은 석탄분(콜)을 섞은 화장품을 가느다란 막대기에 묻힌 뒤 눈썹과 속눈썹에 발랐다고 해요. 이집트 벽화에서 여성들의 뱅 스타일 헤어와 ‘스모키’한 아이 메이크업을 보면 마치 21세기의 모델 같아요. 이런 화장법은 동양으로 전파가 된 반면, 그리스 로마 여성들은 하지 않았다고 하니 로마 남성들이 클레오파트라에게 확 끌렸던 것도 마스카라를 칠한 강렬한 눈빛 덕분이 아니었을까요?
유럽에서 마스카라가 사용된 건 20세기 초였답니다. 당시 동양 문화가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동양에서 온 아이섀도와 마스카라 화장법이 인기를 얻은 것이죠. 이때 마스카라를 처음 쓴 사람은 나폴레옹 3세의 왕후인 유제니였다고 해요. 스페인에서 시집온 유제니의 독특한 눈 화장법이 마치 가면을 쓴 것처럼 보였는지 ‘mask’에 해당하는 스페인어 ‘mascar’에서 ‘마스카라’라는 단어가 유래했다는 말이 있습니다.
머리색이 옅은 유럽 여성들의 경우 눈 둘레와 속눈썹만 시커멓게 하면 상당히 그로테스크해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당시엔 아주 특별한 날에만 마스카라를 사용했고, 지금도 이런 경향이 남아 있습니다. 이에 비해 눈이 작은 동양 여성들은 마스카라를 일상적으로 쓰는 편이죠. 다른 화장은 전혀 하지 않아도 외출할 때 마스카라는 꼭 쓴다는 여성들도 꽤 되거든요. 요즘은 ‘빅뱅’처럼 눈화장을 하는 남성들도 있고요.
그러니 화장품 회사들도 마스카라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입니다. 랑콤은 ‘세계에서 팔리는 마스카라 2개 중 1개’를 차지할 만큼 마스카라로 유명한 브랜드입니다. 최근 랑콤에서 1분에 7000회가 진동하는 전동장치를 내장한 마스카라를 내놓아 여성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답니다. 랑콤의 김동림 차장은 “메이크업 고수들은 마스카라의 브러시를 속눈썹 뿌리 끝부터 지그재그로 움직여서 포뮬라를 빈틈없이 바른다. 이런 소비자들의 요구를 반영해 신제품을 개발했다”고 자랑합니다. ‘지그재그’ 권법이야말로 길고 짙은 속눈썹의 비밀이었던 것이죠. 이번 시즌에 랑콤 등 몇몇 화장품 브랜드에서 진동 마스카라를 내놓았어요. 진동 마스카라는 기존 제품보다 1만원 정도 비싸지만 여성들은 긴 속눈썹을 만드는 데 비용을 아끼지 않는답니다.
상대를 빨아들일 듯한 검은빛의 속눈썹, 우아하게 커브를 그리며 휘어진 형태, 성냥개비 5개는 올려놓을 수 있는 풍성한 속눈썹에 왜 동서고금의 여성들과 남성들이 매혹되는 걸까요? 그 아래 눈동자에서 진실을 찾아내기 때문일까요? 눈과 속눈썹에 섹슈얼한 의미를 붙이기도 하죠. 영화의 여주인공들이 눈동자는 아래로 깔고 눈꼬리를 올린 채 마스카라를 바르는 장면을 본 적이 있겠죠? 묘하게 뇌쇄적이잖아요. 모든 여성이 마스카라를 할 때 황홀경에 빠진 듯한 포즈를 취하게 된다는 걸 생각하면 마스카라는 참 흥미로운 아이템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