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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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기계의 비밀 外

아이와 함께 읽으면 좋은 책

  • 입력2008-07-23 13: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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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제기계의 비밀 外

    댄 거트먼 지음/ 최정인 그림/ 김율희 옮김/ 다산기획 펴냄

    어른이 된 요즘도 원고마감이 다가오거나 심리적 강박이 심하면, 밤새 시험을 보거나 숙제를 해가지 못해 혼나는 꿈을 꾼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다 보면 다시 한바탕 숙제와 전쟁을 치르게 된다. 아이 숙제를 엄마가 봐주는 건 기본. 시험 때면 같이 시험공부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이러니 아이가 받는 숙제 스트레스를 부모도 같은 압력으로 받게 된다. 온갖 감언이설과 포상으로 아이를 꼬드기고 달래서 숙제를 완수하고 나면 ‘더럽고 치사해서’ 내가 차라리 학생이 돼 숙제 하는 게 낫겠다 싶다.

    얼마 전 아이와 ‘숙제기계의 비밀’이라는 책을 읽었다. 숙제기계라, 그런 게 있다면 내가 먼저 쓰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이에게 슬쩍 물었다. “숙제기계가 있으면 쓸 거니?”

    “당연하지”라는 답이 돌아왔다. 호기심이 발동해서 숙제기계가 있으면 친구들과 쓸 건지도 물었다. 친한 친구인 제승이나 성우와 쓸 거란다. 같이 숙제를 해치워야 남는 시간에 놀 수 있을 게 아니냐고 한다. 나라면 글쎄, 친구들 몰래 혼자만 쓸 것 같다. 이래서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윌리엄 워즈워스가 말한 건가.

    ‘숙제기계의 비밀’은 친해질 수 없어 보이는 D조 아이들이 숙제기계를 통해 서로를 이해해가고 숙제를 극복하는 이야기다. 어린이 책이면서도 인물들이 각각 사건에 대해 증언하는 형식을 지니고 있고 숙제기계 자체보다는 숙제기계를 둘러싸고 변화하는 아이들에게 초점을 맞춘 책이다.

    공부는 잘하지만 친구를 잘 못 사귀는 브랜튼, 공부 잘하는 브랜튼을 질투하는 주디, 숙제라면 질색인 데다 허풍을 잘 치는 스니크, 멋 부리기를 좋아하는 켈시가 주인공이다. 특히 스니크는 ‘사실 유명한 살인자, 은행강도, 범죄자들은 모두 어릴 때 숙제를 했다. 숙제가 범죄를 유발하지 않는다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숙제는 엿 같다. 헌법을 수정해 숙제를 금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아이다.



    지겨운 숙제 끝? 그러나 노예가 되는 아이들

    숙제기계의 비밀 外

    <b>한미화</b><br>출판평론가

    하지만 아이들이 숙제기계를 사용한 뒤부터 사정은 달라진다. 숙제기계 덕분에 자유시간이 많아지고 아이들이 서로를 잘 알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어느덧 숙제기계의 노예가 돼가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아이들은 숙제기계를 없애려는 시도를 하지만 숙제기계가 스스로 진화해서 사라지지 않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뭐랄까. 스스로 극복할 때만 삶의 주인이 되듯, 편하게 살려고 의존하면 할수록 노예가 되는 이치 같다고 할까. 아이들은 숙제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고 숙제기계를 사용했지만, 그 대가로 숙제기계의 노예가 돼버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결국 가장 좋은 숙제기계는 우리 머릿속에 있다는 말씀. 아이들이 여기까지 깨닫는다면 오늘 하루 숙제는 면제해주자.

    인간이란 무엇인가?

    숙제기계의 비밀 外

    세실 로블랭·장 로블랭 지음/ 강효숙 그림/ 심지원 옮김/ 웅진주니어 펴냄

    열세 살 무렵 자녀에게 어려운 수학문제 풀이를 가르칠 부모는 많다. 영어 문장을 해석해줄 부모는 더 많을 것이다. 과학책을 같이 읽어줄 부모도 많다. 그러나 이런 질문을 던질 부모도 많을까. 아니, 있을까.

    “인간은 뭐라고 생각하니?”

    이 책은 자녀에게 공부 가르칠 생각은 했으나, 생각하게 할 생각은 못했던 엄마 아빠를 반성하게 한다. 사고하지 않는 우리를 되돌아보게 하는 것도 미덕이다. 무엇보다 고명한 철학을 아이들과 둘러앉아 쉽게 논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첫머리에, 수염 텁수룩한 철학자 아저씨가 머리를 싸맨 채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 “인간과 동물의 차이점은 뭘까.” 철학자를 괴롭히는 주제다. 이때 ‘주둥이 길고 털이 거칠거칠 커다란 누런 개’ 레오가 등장한다. “잔소리꾼 아저씨, 인간은 말을 하기 때문에 인간이라며? 나도 말을 하니까 인간이나 마찬가지네.” 철학자의 반론. “그래 봤자 너는 개야. 인간은 사회 속에서 함께 사는 존재거든.”

    여기서부터 책 끝까지 철학자와 레오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열심히도 싸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일까, 인간은 왜 어울려 살까, 일이 인간을 행복하게 해줄까, 인간이 정말로 이상적일까 등.

    이 책의 묘미는 레오의 현란한 말솜씨와 논리, 그에 밀리는 철학자의 어리둥절한 모습이다. 인간만이 어울려 산다는 철학자 말에 대한 레오의 반박을 들어보자. “개도 그래. 나는 저 멀리 농장에 사는 렉스하고도 놀고, 봄에는 길 건너 여관집 옐로를 만나러 가는걸. 옐로는 골든리트리버종인데 얼마나 예쁘다고. 우리는 다른 개를 만나면 킁킁 냄새를 맡아서 상대방이 누군지 확인도 할 수 있어.”

    인간만이 일에서 행복을 느낀다는 철학자 말에 레오는 어떻게 말했을까. “날마나 아침 일찍 일어나서 일하러 가기를 정말 좋아해? 추운 겨울날 학교에 수업하러 가는 게 좋아? 일 안 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할 때 더 행복한 거 아냐? 아침부터 저녁까지 연합해 일하는 건 인간도 개미랑 다를 게 없잖아.”

    인간 본질 꿰뚫는 질문과 대답 즐겁게 사고하기

    숙제기계의 비밀 外

    <b>윤완준</b><br>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어느새 레오는 매일 철학자 집을 들락거린다. 동물은 말을 못한다는 철학자 말에 “양치기 개가 웡웡 짖어 위험을 알리는 건 말이 아니냐”고 되묻는다. 인간만이 이성적이라는 말에 대한 반론이 촌철살인이다. “이성적이라는 건 무엇이 쓸모 있는지 깊이 생각하는 존재라는 뜻이지? 넌 비만이 심각한 병을 가져올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어. 그걸 알고 있으니 덜 먹겠네? 그런데 배가 왜 그렇게 나왔어? 오히려 삶에 필요한 걸 조화롭게 엮는 우리가 더 이성적인 거 아냐?”

    자녀가 레오를, 엄마 아빠가 철학자를 맡아 이들의 토론을 따라가보기를 권한다. 천진난만하지만 본질을 꿰뚫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어느새 가족 모두 ‘사고하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출간된 ‘작은 철학자’ 시리즈의 첫 권. ‘왜 전쟁을 할까?’ ‘멋진 풍경을 보면 왜 기분이 좋아질까?’ ‘우리는 자유로운가?’ 등 지금까지 7권이 나왔다.

    마법사의 모자와 무민

    숙제기계의 비밀 外

    토베 얀손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한길사 펴냄

    초등학교 2학년 때쯤으로 기억한다. 이웃의 친구집이 20권짜리 ‘세계동화전집’ 시리즈를 들여놓았다. ‘명탐정 칼레’ ‘사자와 마녀’(‘나니아 연대기’의 2편인 ‘사자와 마녀와 옷장’) ‘두 로테’ 등 기억나는 동화의 제목들로 미뤄보아 북유럽 동화전집이었던 듯하고, 북유럽 동화가 30년 전에 번역됐을 리 없으니 영어나 일어 동화집을 다시 번역한 시리즈였을 것 같다.

    아무튼 그 시리즈가 너무도 마음에 들었던 나는 하루가 멀다 하고 그 집을 들락거리며 스무 권의 동화책을 달달 읽어댔다. 진한 노란색의 양장본에 비닐 커버를 씌운 전집 모양새도 또렷이 기억난다. 아직까지 내가 양장본에 향수를 가지고 있는 까닭도 이 전집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 집에도 이런 멋진 책이 있었으면 하고 엄마를 졸라봤지만 엄마는 “위인전도 아닌 그딴 책 사서 뭐 할래?”라며 내 간절한 바람을 외면해버리셨다(다시 생각해보니, 그 나이에 동화집이 아닌 위인전을 달달 읽었더라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돼 있지 않을까 하는 웃지 못할 망상도 떠오른다).

    이 시리즈에서 최고로 마음에 들었던 책은 바로 ‘즐거운 무우민네’였다. 얼굴은 하마, 몸은 돼지인 귀여운 트롤 무민과 곱슬곱슬한 앞머리를 가진 스노크 아가씨, 허수아비 방랑자인 스너프킨, 그리고 앞치마를 두르고 핸드백을 멘 무민의 엄마 등이 벌이는 모험담은 어린 혼을 쏙 빼놓을 만큼 매혹적이었다. 산에서 주운 요술모자 속에 달걀껍데기를 넣었더니 구름이 나온다든지, 요술모자에 엄마가 무심코 던진 나뭇가지로 온 집안이 정글로 변한다는 등의 아기자기하고도 환상적인 줄거리는 지금 생각해봐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나는 30년이 지나서야 이 동화전집에 등장했던 ‘무우민’을 다시 만났다. 한길사에서 토베 얀손이 쓴 무민 동화집이 ‘즐거운 무민가족’ 시리즈로 출간된 것이다. 내 기억 속에 ‘즐거운 무우민네’로 남아 있는 동화는 이 시리즈의 2번인 ‘마법사의 모자와 무민’이었다. 30년 만에 옛 친구를 만난 기분으로 ‘즐거운 무민가족’ 시리즈를 통째로 사들였는데, 역시 ‘마법사의 모자와 무민’이 압권이었다. 토베 얀손이 은둔해 살았다는 핀란드 외딴섬의 풀 냄새, 바다 냄새가 책갈피마다 스며 있는 것 같았다.

    아기자기하고 환상적인 모험담

    숙제기계의 비밀 外

    <b>전원경</b><br>작가·‘예술가의 거리’ ‘런던 숨어 있는 보석을 찾아서’ 저자

    그러고 나서 그때 네 살인가 다섯 살이던 큰아이에게 이 무민 책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아이 역시 놀랍게도 무민에게 매혹됐고, 나는 한동안 이 길고 긴 무민 시리즈를 잠자기 전 요약해 읽어주느라 진땀을 흘려야 했다.

    동화 속에서 무민은 스노크 아가씨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다. “봄에 처음 본 나비가 노란색이면 그해 여름에 재수가 좋고, 흰 나비면 그저 그런 여름을 보내게 된대.” 그런데 겨울잠에서 깨어나 요술모자에서 나온 무민 일행은 황금색 나비를 본다. 그리고 그들의 여름은 어떤 여름보다 멋지고 환상적이었다. 해마다 나는 봄이 되면 무슨 색의 나비를 처음 보게 될까 기대하곤 한다. 당신이 지난 봄 처음 본 나비는 무슨 색깔이었나요?

    전쟁과 아우

    숙제기계의 비밀 外

    이르멜라 벤드트 지음/ 안토니 보라틴스키 그림/ 유혜자 옮김/ 은나팔 펴냄

    인류가 지구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은데, 그중 가장 기본이 되는 숙제가 평화로운 삶을 보장하는 것이다. 서로 다투지 않고 존중하면서 더불어 사는 세상, 나와 다르다고 해서 미워하거나 차별하거나 윽박지르지 않는 세상, 스스로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면서 남의 삶도 침해하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일이다. 요즘 우리 사회가 겪는 진통을 보면서 이러한 평화를 소망하는 마음이 더욱 간절하다.

    ‘전쟁과 아우’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전쟁’이 주제다. ‘전쟁이란 무엇인가?’ ‘전쟁은 왜 일어나는 걸까?’ ‘전쟁은 어떻게 해서 일어나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전쟁은 어떻게 해야 멈출 수 있는가?’까지 이야기하고 있다. 참으로 무거운 이야기고,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주제다. 이 책 역시 가볍다거나 재미있다고 하긴 어렵다. 그러나 천천히 읽으면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준다. 책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전쟁’이 너무 늙자 세상의 권력자들은 ‘전쟁’이 갑자기 죽어버릴까 걱정이 많았어요. 권력자들은 생각이 제각기 다르지만 딱 한 가지만은 같았어요. 세상에 전쟁이 없어지면 절대 안 된다는 거지요.

    세상의 권력자들은 전쟁이 늙어서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든 교과서에서 지우고, 전쟁이 다툼을 더욱 즐기도록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줍니다. 신무기로 인류를 멸망시키고, 지구를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 전쟁은 갈등하게 됩니다. 지구를 파괴하고 싶은 유혹에 시달리던 전쟁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고,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 과거로 여행을 떠납니다.

    숙제기계의 비밀 外

    <b>이주영</b><br>서울송파초등학교 교사· 한국어린이문학협의회 상임이사

    과거로 거슬러가면서 전쟁이 바뀌는 모습을 보게 되고, 죽음에 이르기 전 자신을 만납니다.

    전쟁은 왜 일어나고 어떻게 해야 멈출 수 있나

    아벨을 죽인 카인으로부터 자신을 찾게 된 전쟁, 곧 카인은 눈물로 아벨이 흘린 피를 씻어냅니다. 그러자 아벨이 살아나 그 역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칩니다.

    이 책에서 만나는 기쁨 중 하나가 전쟁의 씨앗인 다툼이 일어나는 까닭을 카인은 물론 아벨도 깨닫게 하는 데 있다. 초등학교 교실에서 벌어지는 다툼부터 집단과 집단의 전쟁까지 다툼이 일어나는 까닭은 욕심과 질투, 그리고 욕심과 질투를 포장하는 잘못된 신념 때문이다. 곧 다투는 서로가 자신은 아벨이고 상대편은 카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나와 다르면 틀렸다는 생각, 우리 편은 ‘선’이고 상대편은 ‘악’이라는 믿음에서 벗어날 때 더불어 살아가는 참세상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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