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0

2006.04.11

모녀탐험대 일본 여정 ‘책으로’

  • 전원경 기자 winnie@donga.com

    입력2006-04-10 11: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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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녀탐험대 일본 여정 ‘책으로’
    엄마는 집안형편 때문에 대학에 갈 수 없었다. 상업학교에 진학한 엄마는 주산을 익혔다. 보통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주산 10단’을 땄다. 코리안리(옛 대한재보험)에 다니며 야간대학과 대학원에서 일본어도 전공했다. 그렇게 최선을 다해 살던 엄마는 서른아홉에 22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그리고 초등학교 5학년짜리 딸 인정이의 손을 잡고 일본으로 향했다. 일본 전역을 도는 36일간의 배낭여행. 그 결과는 딸이 쓰고 엄마가 자료를 보완한 책 ‘모녀탐험대, 일본으로 떠나다’(김인정 지음, 비타브레인 펴냄)로 나왔다.

    “직장 다니느라 많이 신경 써주지 못한 딸아이에게 좋은 선물을 해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정작 여행을 가니 딸아이 못지않게 제가 더 즐거웠어요.” 엄마 민귀영(41) 씨는 이 책을 내기 위해 출판사 ‘비타브레인’을 설립했다. 책에 그린 재미난 삽화들은 여행길에서 만난 일본 친구 구테겐 치코가 그려주었다. 주산 선생님인 치코는 민 씨 모녀와 절친한 친구 사이가 되어 한국에 놀러 오기도 했다고.

    “물론 여행이 쉽지는 않았어요. 겨울이라 추웠고, 아이는 피곤해하고, 비용도 만만치 않았죠. 주위 사람들도 ‘초등학교 5학년이면 방학에도 학원을 보내야 하는데’라며 말렸죠. 그렇지만 열 살, 열한 살 아이들을 혼자 외국에 조기유학 보내는 것보다는 부모와 함께 체험학습 삼아 여행 가는 게 훨씬 더 낫다고 생각해요.”

    여행이 주는 부수적인 소득도 있었다. 민 씨는 일본에 있는 여러 주산학원들을 다니며 일본의 주산계 인사들과 교류를 텄다. 민 씨는 이를 바탕으로 주산을 이용한 어린이 수학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인정이와 해외로 체험학습을 나갈 거예요. 내년에는 유럽으로 가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엄마는 아직도 꿈을 꾼다. 엄마이기 때문에 용감할 수 있다고 민 씨는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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