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0

2006.04.11

대통령은 베스트셀러 메이커?

  • 출판 칼럼니스트 bangku@dreamwiz.com

    입력2006-04-05 17: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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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은 베스트셀러 메이커?
    책을 잘 안 읽는 시대에 공개적으로 자신이 읽은 책을 추천하는 사람이 있다면, 더구나 그가 대통령이라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노무현 대통령이 3월23일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에서 ‘코리아 다시 생존의 기로에 서다’라는 책을 직접 들어 보이며 “이 책은 대한민국의 현실이 왜 이런지를 답하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지금까지 교과서라든가 일반 서적에서 볼 수 없었던 한반도를 둘러싼 역사의 본질적 구조에 대해 분석하고 오늘의 현실과 대조해서 상당히 많은 점에서 도움이 될 만한 책”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노 대통령은 자신이 읽은 책을 국민에게 권했다. 2003년 문화방송 ‘느낌표’에서는 김훈의 ‘칼의 노래’를 “뭐라고 표현할 수 없다. 굉장하다. 어른들에게도 권한다”라고 평하며 청소년 권장도서로 추천했다. 이후 탄핵정국 무렵에 ‘칼의 노래’를 다시 꺼내 읽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2004년에는 ‘노동의 미래’를, 2005년에는 울리히 벡의 ‘적이 사라진 민주주의’와 ‘쾌도난마 한국경제’를 소개했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칼의 노래’는 2001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하며 간결하고 남성적인 문체를 지닌 작품으로 인정받았지만 노 대통령의 권유가 있기 전까지 판매는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언급이 기폭제가 되고, 이후 이순신 신드롬과 맞물리며 지금까지 25만 부 이상 판매됐다. 이번에 노 대통령이 추천한 ‘코리아 다시 생존의 기로에 서다’ 역시 2005년 5월 출간돼 5000부도 팔리지 않았지만, 노 대통령이 언급하고 난 뒤 일주일 사이에 6000부 정도가 판매됐다. 출판사 측은 ‘코리아 다시 생존의 기로에 서다’가 3만 부 이상 판매될 것으로 예측했다. KBS의 전문 책 프로그램 ‘TV 책을 말하다’에 책이 소개될 경우 평균 2000부 정도가 판매된다는 게 출판계의 정설인데, 노 대통령의 추천은 이보다 훨씬 파급력이 있다는 소리다.

    ‘보보스’라는 책을 보면 전문가로서 자신을 홍보하고 싶다면 책을 내라고 권유한다. 노 대통령 역시 참여정부의 정책과 비전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책’을 십분 활용한다. ‘칼의 노래’는 탄핵 정국을 맞은 위정자의 심경을 이순신에 빗대었고,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의한 뒤에는 ‘적이 사라진 민주주의’를 꺼내 들었다. 그렇다면 한국의 미래를 통찰력 있게 분석했다는 ‘코리아 다시 생존의 기로에 서다’에는 어떤 의미가 숨어 있을까. 참여정부가 내세운 개혁과 균형을 통해서만이 ‘코리아가 생존의 기로에서’ 발전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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