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준형과 결혼할 예정이라고 밝힌 현아. [앳에어리어 제공]
냉철한 비판은 당사자들에게 돌아가야
현아는 거침없는 행보가 매력인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Bubble Pop’은 댄스 브레이크의 음악적 과감함으로 시대에 한 획을 그었다. ‘빨개요’를 위시한 일련의 작품은 섹시한 매력을 터부시하거나 여성 가수에게 양날의 검처럼 여겨지던 분위기를 보란 듯이 배신하는 당당함이 돋보였다. K팝 산업에서 금기시되는 동료와 연애를 매우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그 여파로 돌이킬 수 없는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그래서 받은 곱지 않은 시선에도 연인과의 유닛 활동을 오히려 더 대담하게 수행하는 등 통념이나 구설, 불문율보다 자신의 판단과 욕망이 더 중요한 듯한 점에 현아의 파격적 스타성이 있었다.
그런 현아를 지지하고 응원해오던 이들조차 이번만큼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정준영 단톡방’ 사건의 비윤리성은 물론, 그것이 이 사회와 K팝 산업에 준 충격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사건의 윤리적 심각성이나 충분히 상상 가능한 피해자들의 피해 정도에 부합하는 처벌을 받았다고 여겨지는 인물은 그다지 없다. 이 사건의 경과가 K팝 산업에 회복 불가능한 영향을 미치리라는 전망이 헤아릴 수 없이 나왔는데도 말이다.
잊혀서는 안 될 사건을 누군가 기억하고 여전히 그것에 분노한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현아를 향해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복잡한 심경이 들 수밖에 없다. 이 또한 그에 대한 비판과 정확히 같은 현실 인식에서 비롯된다. 당시 성접대 의혹을 받은 가수는 화려한 대규모 콘서트로 높은 브랜드 가치를 누리고 있다. 상당한 책임과 몇 가지 의혹 앞에 섰던 엔터 기업가는 과거 소속 아티스트의 재결성 공연 소식을 알리며 뿌듯하게 상기된 얼굴을 대중 앞에 내비친다. 여름 분위기를 타고 라디오에서는 승리의 목소리가 담긴 빅뱅 노래가 연일 흘러나온다. 그럼에도 현아에게는 관련 인물과의 사적 관계에 대한 책임을 묻는 형편이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남성 유명인을 두고 그의 여성 배우자가 화살을 맞는 일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많은가. ‘이번의 현아’를 향한 분노 섞인 시선에 일리가 있다면, 그만큼의 냉철한 비판과 평가가 올바른 곳에서도 지속되길 바란다. 버닝썬과 단톡방에서 사회가 용인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던 그 당사자들에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