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HYBE)와 산하 레이블 어도어(ADOR)의 민희진 대표가 갈등을 겪고 있다. 하이브 측은 뉴진스를 기획한 민 대표가 레이블을 ‘탈취’하기 위해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한다. 반면 민 대표 측은 계열사 그룹들이 뉴진스를 카피함으로써 뉴진스의 문화적 성취와 브랜드 가치가 침해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를 두고 뉴진스의 독창성과 모방 여부에 대한 갑론을박도 이어지고 있다.
2022년 데뷔 이후 뉴진스는 K팝 좌표계를 뒤바꾼 아티스트로 평가된다. 민 대표가 직간접적으로 거론한 아티스트 외에도 뉴진스를 참고한 작품은 얼마든지 있는 게 사실이다. ‘◯◯ 뉴진스’ 같은 마케팅을 내세우는 경우도 있고, ‘이지 리스닝’ 중심으로 이동한 보이그룹 트렌드도 뉴진스와 연관된 해석이 적잖다. 트레이너나 프로듀서 등이 “뉴진스처럼 해달라”는 주문을 받곤 한다는 이야기도 나돈다. ‘쏠림현상’이 심한 K팝 산업 풍토 탓도 있지만, 그만큼 뉴진스가 과거 K팝 언어와는 눈에 띄게 다른 ‘히트 공식’을 새로이 제안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민 대표가 거론한 아티스트들이 뉴진스를 ‘카피’했다는 주장은 분명 과한 데가 있다. 그러나 그처럼 비주류적 미감을 관철시키는 창작자는 자신의 작품 모사에 대한 민감도가 타인보다 높을 수 있다. 창작자의 정체성을 떠나 사업가로서 민 대표가 위험한 선택을 했다는 평가는 가능하다. 하이브 측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 또한 분명 문제적이다. 아울러 그가 신인 아티스트를 명시적으로 거론하면서 ‘저격’한 일은 적어도 K팝 세계에서는 분명 비판받을 만하다. 그러나 사태를 둘러싼 논란 속에서 그의 ‘자의식 과잉’을 꼬집어 조롱하는 흐름이 엿보이는 건 우려할 만한 일이다.
이번 갈등이 원만히 해결될 가능성을 점치기는 쉽지 않지만, 최선의 결과를 기대해본다. 이를 위해 낭중지추 같은, 여성에게 곧잘 가해지는 공격적인 시선만큼은 거둬들인 채 차분하게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금 K팝에 필요한 것은 새로움을 제시하고 아티스트를 보호할 수 있는 기획이지, 아티스트를 방패로 내세우는 음모나 여성 기획자에 대한 음험한 시선은 분명 아니기 때문이다.
2022년 데뷔 이후 뉴진스는 K팝 좌표계를 뒤바꾼 아티스트로 평가된다. 민 대표가 직간접적으로 거론한 아티스트 외에도 뉴진스를 참고한 작품은 얼마든지 있는 게 사실이다. ‘◯◯ 뉴진스’ 같은 마케팅을 내세우는 경우도 있고, ‘이지 리스닝’ 중심으로 이동한 보이그룹 트렌드도 뉴진스와 연관된 해석이 적잖다. 트레이너나 프로듀서 등이 “뉴진스처럼 해달라”는 주문을 받곤 한다는 이야기도 나돈다. ‘쏠림현상’이 심한 K팝 산업 풍토 탓도 있지만, 그만큼 뉴진스가 과거 K팝 언어와는 눈에 띄게 다른 ‘히트 공식’을 새로이 제안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의 걸그룹 ‘뉴진스’. [인스타그램 뉴진스 계정]
차별성 확실했던 뉴진스의 성공
뉴진스의 성공에 모기업 하이브의 자본과 이름값이 큰 몫을 했음은 분명하다. 이만큼이나 이질적인 아티스트가 두각을 드러낸 데는 하이브 정도의 규모가 필요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민 대표의 독창성이 기여한 바에는 독보적인 데가 있다. 흔히 거론하는 Y2K(1990년대 말~2000년대 초반 유행) 레트로 요소는 오히려 지엽적이다. 단연 비주류적인 장르 선택, 뜨거운 기승전결보다 은근하게 흘러가는 사운드와 곡 구조, 어둑하고 축축한 공간에서 세련되게 넘실거리는 애잔한 감성, 사소하게 대화하는 듯한 멜로디와 창법 등은 과거 히트 공식의 전면적인 배반이었다. 증강현실보다 더 생생한 환상으로서 튀어나오는 인물상 역시 기존 K팝 아이돌과는 차이점을 보인다. 뉴진스 역시 여느 K팝 아티스트처럼 레퍼런스 조합에 불과하다는 주장은 지나치다. 어떤 것을 어떻게 조합하느냐가 ‘창작자’로서 기획자의 예술 영역이기 때문이다.민 대표가 거론한 아티스트들이 뉴진스를 ‘카피’했다는 주장은 분명 과한 데가 있다. 그러나 그처럼 비주류적 미감을 관철시키는 창작자는 자신의 작품 모사에 대한 민감도가 타인보다 높을 수 있다. 창작자의 정체성을 떠나 사업가로서 민 대표가 위험한 선택을 했다는 평가는 가능하다. 하이브 측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 또한 분명 문제적이다. 아울러 그가 신인 아티스트를 명시적으로 거론하면서 ‘저격’한 일은 적어도 K팝 세계에서는 분명 비판받을 만하다. 그러나 사태를 둘러싼 논란 속에서 그의 ‘자의식 과잉’을 꼬집어 조롱하는 흐름이 엿보이는 건 우려할 만한 일이다.
이번 갈등이 원만히 해결될 가능성을 점치기는 쉽지 않지만, 최선의 결과를 기대해본다. 이를 위해 낭중지추 같은, 여성에게 곧잘 가해지는 공격적인 시선만큼은 거둬들인 채 차분하게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금 K팝에 필요한 것은 새로움을 제시하고 아티스트를 보호할 수 있는 기획이지, 아티스트를 방패로 내세우는 음모나 여성 기획자에 대한 음험한 시선은 분명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