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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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한국 경제 기존 성장모델, 이미 13년 전 정점 도달

협력업체 불과하던 중국 기업, 거의 모든 분야서 한국 따라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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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입력2024-04-27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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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최첨단 메모리 시장에서 기술 선도적 위치를 유지하고, 급증하는 인공지능(AI) 하드웨어 미래 수요를 충족해야 한다는 점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한 투자 필요성은 인정된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전통 경제 성장동력인 제조업과 대기업을 통해 다시금 성장을 밀어붙이려는 건 쇠퇴 징후를 보이는 기존 모델을 개혁할 의지나 능력이 없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4월 22일(현지 시간) 게재된 ‘한국 경제의 기적은 끝났는가(Is South Korea’s economic miracle over?)’ 제하 기사의 일부다. FT는 이 기사에서 경기 용인에 조성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예로 들면서 한국이 여전히 제조업과 대기업 중심의 성장모델을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계에 다다른 기존 모델로는 한국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비판이다. 다음은 발췌한 기사 원문.

    4월 22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게재된 ‘한국 경제의 기적은 끝났는가(Is South Korea’s economic miracle over?)’ 제하의 기사. [파이낸셜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4월 22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게재된 ‘한국 경제의 기적은 끝났는가(Is South Korea’s economic miracle over?)’ 제하의 기사. [파이낸셜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1 한국 경제 미래 어둡다

    한국의 1970~2022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6.4%였다. 지난해 한국은행은 2020년대 연간 성장률이 평균 2.1%로 둔화하고 2030년대엔 0.6%에 이르며 2040년대부턴 매년 0.1%씩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값싼 에너지와 노동력에 기반한 한국의 기존 성장모델이 삐걱거리고 있다. 제조기업에 저렴한 산업용 전기를 제공해온 에너지 공기업 한국전력공사엔 1500억 달러(약 206조7300억 원) 부채가 쌓여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그리스, 칠레, 멕시코, 콜롬비아만 한국보다 노동생산성이 낮다.
    미래 성장에 대한 우려는 임박한 인구 위기로 더 커지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50년 한국 국내총생산(GDP)은 생산가능인구가 35%가량 감소함에 따라 2022년보다 28% 낮아질 전망이다.

    이런 상황은 단기간에 개선될 것 같지 않다. 한국의 정치적 지도력은 좌파가 장악한 입법부와 인기 없는 보수 정부로 나뉘어 있다. 이번 총선에서 좌파 정당이 승리하면서 2027년 대선까지 3년 이상 교착 상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2 기존 성장모델 생명 끝나

    경제학자들은 ‘낡은 모델’을 개혁하기 힘든 이유 중 하나로 그것이 무척이나 성공적이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꼽는다. 반세기도 안 돼 빈곤한 농경 국가를 기술 강국으로 이끈 국가 주도의 자본주의 성과는 ‘한강의 기적’으로 알려졌다. 2018년 구매력 평가 기준 한국 1인당 GDP는 과거 한국을 식민 지배한 일본을 능가했다.

    송승헌 맥킨지앤드컴퍼니 한국사무소 대표는 한국이 두 차례 큰 도약을 이뤘다고 말한다. 하나는 1960~1980년대 기초 상품에서 석유화학과 중공업으로 이동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1980~2000년대 첨단 제조업으로 옮겨간 것이다. 하지만 2005~2022년엔 국가 10대 수출 제품 목록에 디스플레이 하나만 새롭게 추가됐다. 다양한 핵심 기술 분야에서 한국 우위는 줄어들고 있다. 2012년엔 한국 정부가 선정한 120개 중점 기술 가운데 36개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했으나 2020년엔 그 수가 4개로 떨어졌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경제학과 교수는 기존 성장모델이 2011년 정점에 도달했다고 주장한다. 한국의 기술 수출은 중국 부상과 세계적 기술 붐이라는 이중 수요 충격, 그리고 일본 경쟁사에 맞서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을 장악하려는 삼성과 LG의 대규모 투자에 의해 10년간 견인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그 뒤 중국 기술 기업들이 최첨단 반도체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한국을 따라잡았다. 이는 한때 고객사 또는 협력업체에 불과하던 중국 기업들이 경쟁자로 부상했다는 의미다. 삼성과 LG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들이 장악했던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생존을 위해 분투하고 있다.

    3 불평등-경쟁 심화-저출산

    박 교수는 주요 대기업이 거둔 주목할 만한 거대 이익이 독점적 계약으로 가격 압박을 받는 국내 협력업체들의 희생으로 얻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결과 한국 노동력의 80%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중소기업은 직원과 인프라에 투자할 돈이 부족해 생산성이 악화되고 혁신이 둔화되며 서비스 부문 성장이 억제되고 있다. 박 교수는 재벌들이 국내 혼란 상황에서 보호받아 해외 경쟁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그 이론적 근거였다고 말한다.

    박 교수에 따르면 2021년 한국 GDP의 절반을 차지한 대기업은 전체 인구의 6%만 고용하고 있었다. 이처럼 양분화한 경제 구조는 사회적·지역적 불평등을 야기하고, 젊은이들 사이에서 서울과 그 주변 소수 엘리트의 대학 진학, 고임금 일자리를 둘러싼 경쟁을 심화한다.

    이 같은 경쟁은 한국 젊은이들로 하여금 학업적, 재정적, 사회적 부담과 씨름하게 해 출산율을 더욱 낮춘다. 한국은 OECD에서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크고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다. 또 국제금융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은 선진국 가운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이기도 하다. 신혼부부 평균 12만4000달러(약 1억7000만 원) 빚을 지고 있다.

    문제 해결을 해야 할 일은 많지만 한국의 개혁 기록은 빈약하다. 대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사교육비 지출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연금, 주택, 의료 부문 개혁은 정체돼 있다. 대기업에 대한 국가 의존도를 낮추고, 재생가능에너지를 늘리고,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성별 임금 격차를 줄이고, 서울을 아시아 금융 중심지로 만들기 위한 오랜 캠페인은 거의 진전이 없다.

    4 경고 과도하다는 시각도

    일각에선 미래 한국 경제에 대한 경고가 과장됐다고 본다. 많은 서방 국가가 한국이 보존해온 첨단 제조업을 자국이 포기한 점에 대해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들은 미·중 ‘기술 전쟁’이 한국 손에 달렸다고도 주장한다. 중국이 서구 시장으로부터 진입을 제한당한 반도체, 이차전지, 생명공학 분야에서 한국이 중국의 라이벌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대만 안보에 관한 우려가 한국을 대체 수요화하는 것을 부추긴다고 말한다.

    실제로 방산, 건설, 제약, 전기차, 엔터테인먼트 등 여러 산업 분야의 한국 기업들은 중국 시장 노출을 줄이고 동남아시아, 인도, 중동,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서 성장을 모색하고 있으며 서구 기업들보다 능숙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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