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창작물 저작권은 누구에게?
![독일 사진작가 보리스 엘다크센이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에 제출한 인공지능(AI) 이미지. 주최 측은 이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했으나 엘다크센은 해당 이미지가 AI를 활용한 것임을 밝히며 수상을 거부했다. [보리스 엘다크센 인스타그램]](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66/2b/01/73/662b01731d5cd2738276.jpg)
독일 사진작가 보리스 엘다크센이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에 제출한 인공지능(AI) 이미지. 주최 측은 이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했으나 엘다크센은 해당 이미지가 AI를 활용한 것임을 밝히며 수상을 거부했다. [보리스 엘다크센 인스타그램]
저작권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AI 창작물이 예술 자체에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AI 등장과 발전이라는 기술적 요인이 자칫 예술 창작의 미학적 요소, 작품에 담기는 인간만의 감성을 간과할 수 있다는 우려다. AI가 만든 콘텐츠에는 인간이 창작한 것과 같은 서사(敍事·narrative)가 없다. 예술가가 어떤 고민과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을 창작했고, 감상하는 사람은 이로부터 어떤 시대적 성찰을 느낄 수 있는지 시사점을 찾기 어려운 것이다. 인간과 달리 AI가 만드는 콘텐츠는 희소성이 없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전력(電力)만 제대로 공급되면 AI는 동시에 수천, 수만 개 ‘작품’을 쏟아낼 수 있다.
이미 예술계에선 AI의 모방과 인간의 창작이 어떤 점에서 같고 다른지를 진지하게 성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에서 벌어진 사건은 흥미롭다. 독일 사진작가 보리스 엘다크센은 ‘위기억(僞記憶): 전기기술자’라는 제목의 흑백 사진으로 이 대회 크리에이티브 부문을 수상했다. 그런데 지난해 4월 엘다크센은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놀라운 사실을 밝혔다. 수상작으로 선정된 자신의 사진이 실은 AI로 만든 이미지였다는 것이다.
엘다크센은 왜 이런 일을 벌였을까. AI와 예술에 대한 논쟁을 촉발하고 싶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엘다크센은 “(자신이 제출한 작품이) 명망 있는 국제사진대회에서 우승한 최초 AI 창작물이 됐다. 역사적 순간을 만들어줘 고맙다”면서도 “AI 이미지는 이런 대회에서 경쟁해선 안 되고 사진예술이 될 수도 없다”며 수상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대회를 주최한 세계사진협회(WPO)는 “크리에이티브 부문에선 이미지 제작과 관련해 다양한 실험적 접근을 환영한다”며 엘다크센의 작품이 AI를 활용했어도 수상작으로 선정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다만 엘다크센이 거부 의사를 밝힘으로써 그의 작품은 최종적으로 수상 명단에서 제외됐다.
![미국 게임 디자이너 제이슨 앨런이 AI 미드저니를 활용해 창작한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 2022년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디지털아트 부문 1위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제이슨 앨런 페이스북]](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66/2b/01/a7/662b01a7254ad2738276.jpg)
미국 게임 디자이너 제이슨 앨런이 AI 미드저니를 활용해 창작한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 2022년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디지털아트 부문 1위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제이슨 앨런 페이스북]
AI 정밀성과 인간 독창성의 만남
일각에선 AI가 인간 창의성을 압도해 예술가의 생계를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대로 AI가 인간 예술가에게 유용한 창작 도구로 쓰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필자의 생각은 후자에 가깝다. AI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 창작 파트너로서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고, 창작 과정을 효율화할 것이다. AI 도움 덕에 인간 예술가가 더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AI 도움을 받더라도 예술의 본질은 창작자만의 감성과 개성일 테다. AI의 기술적 정밀성과 예술가의 인간적 독창성이 절묘하게 결합된다면 AI 시대에 예술은 오히려 더 번성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