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창작물 저작권은 누구에게?
독일 사진작가 보리스 엘다크센이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에 제출한 인공지능(AI) 이미지. 주최 측은 이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했으나 엘다크센은 해당 이미지가 AI를 활용한 것임을 밝히며 수상을 거부했다. [보리스 엘다크센 인스타그램]
저작권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AI 창작물이 예술 자체에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AI 등장과 발전이라는 기술적 요인이 자칫 예술 창작의 미학적 요소, 작품에 담기는 인간만의 감성을 간과할 수 있다는 우려다. AI가 만든 콘텐츠에는 인간이 창작한 것과 같은 서사(敍事·narrative)가 없다. 예술가가 어떤 고민과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을 창작했고, 감상하는 사람은 이로부터 어떤 시대적 성찰을 느낄 수 있는지 시사점을 찾기 어려운 것이다. 인간과 달리 AI가 만드는 콘텐츠는 희소성이 없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전력(電力)만 제대로 공급되면 AI는 동시에 수천, 수만 개 ‘작품’을 쏟아낼 수 있다.
이미 예술계에선 AI의 모방과 인간의 창작이 어떤 점에서 같고 다른지를 진지하게 성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에서 벌어진 사건은 흥미롭다. 독일 사진작가 보리스 엘다크센은 ‘위기억(僞記憶): 전기기술자’라는 제목의 흑백 사진으로 이 대회 크리에이티브 부문을 수상했다. 그런데 지난해 4월 엘다크센은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놀라운 사실을 밝혔다. 수상작으로 선정된 자신의 사진이 실은 AI로 만든 이미지였다는 것이다.
엘다크센은 왜 이런 일을 벌였을까. AI와 예술에 대한 논쟁을 촉발하고 싶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엘다크센은 “(자신이 제출한 작품이) 명망 있는 국제사진대회에서 우승한 최초 AI 창작물이 됐다. 역사적 순간을 만들어줘 고맙다”면서도 “AI 이미지는 이런 대회에서 경쟁해선 안 되고 사진예술이 될 수도 없다”며 수상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대회를 주최한 세계사진협회(WPO)는 “크리에이티브 부문에선 이미지 제작과 관련해 다양한 실험적 접근을 환영한다”며 엘다크센의 작품이 AI를 활용했어도 수상작으로 선정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다만 엘다크센이 거부 의사를 밝힘으로써 그의 작품은 최종적으로 수상 명단에서 제외됐다.
미국 게임 디자이너 제이슨 앨런이 AI 미드저니를 활용해 창작한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 2022년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디지털아트 부문 1위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제이슨 앨런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