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논란에 휩싸였던 가수 이효리가 신인 작곡가들의 노래만으로 앨범을 꾸몄다. 대중을 따라가기보다 선도하는 차원의 음반을 낸 일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첫 트랙의 어색함은 곡이 끝나기 전에 ‘익숙함’으로 바뀐다. 치명적인 결함이라기보다는 특유의 스타일처럼 느껴진다. 이효리의 집중도와 흡인력 강한 음색이 낳은 결과다. 또한 실려 있는 음악의 퀄리티가 뛰어나고 새롭기 때문이다. 특히 2번 트랙 ‘Love Sign’의 베이스라인은 한국 대중음악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스타일을 지녔다. 자세히 살펴보면 해외 작곡자들이 참여했음을 알 수 있다.
프로모션 트랙 ‘Chitty Chitty Bang Bang’은 화려한 업 템포와 친화력 높은 멜로디라인이 훌륭하다. 곧이어 등장하는 ‘Feel The Same’은 왕년의 ‘필라델피아 솔’(부드럽고 나른한 느낌이 나는 음악의 한 장르)을 연상시킬 정도로 장르 색깔이 강하다. 이렇게 뛰어난 트랙들을 제치고 이번 앨범에서 가장 주목할 곡은 그리스의 거장 작곡가 미키스 테오도라키스의 고전 ‘기차는 8시에 떠나네’를 샘플링한 ‘그네’다. 아시아 정서와 유럽의 정서가 그물처럼 엮인 곡의 특징적 부분만을 따와 새로운 악곡으로 만들어낸 작곡자의 능력이 돋보인다. 저작권 표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렇게 유명한 곡을 이효리쯤 되는 ‘수출 가능 아티스트’가 도용했을 가능성은 매우 적다.
이번 음반에서 가장 훌륭한 발상은 ‘안전한 기존 작곡가’가 아니라 표면적으로라도 신인 작곡가들의 노래만으로 꾸몄다는 점이다. 그간 음반을 발표할 때마다 있었던 표절 논란에서 탈출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신원이 정확하지 않아 기존 작곡가의 가명일 수도 있는 ‘바누스’의 곡들도 괜찮고, 타이틀 트랙 ‘Chitty Chitty Bang Bang’을 만든 신인 작곡가 라이언 전의 노래도 신선하다.
특히 ‘100 Percent’는 한국 주류 음반에서 찾아보기 힘든 실험성을 내재한 곡이다. 이효리처럼 일정 이상의 판매량이 확보된 아티스트가 ‘한 트랙 버리는 셈 치고’ 이렇게 힙합 래퍼 ‘미시 엘리엇’을 연상시키는 시도를 보여주는 것은 바람직하다. 이전까지 대중을 따라가는 마케팅 차원으로 음반을 만들었던 이효리가 정반대로 대중을 따르게 하는 음반을 내놓은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앨범 밖에서 발견된다. 스타일링에서 ‘동시대의 아이콘’인 레이디 가가를 노골적으로 벤치마킹한 점은 옥에 티다. 게다가 스타일링의 이해도 떨어져 레이디 가가보다는 레이디 가가의 프로토 타입이라고 볼 수 있는 1980년대 그룹 ‘미싱 퍼슨스’의 보컬 데일 보지오처럼 보인다는 것은 민망하기까지 하다. ‘이효리급’ 아티스트라면 동시대성에 그렇게 목맬 필요는 없다. 선구적 음반을 냈으면 스타일링도 선구적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