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된 말로 우리 아이들이 ‘미쳐가고’ 있다. 21세기, 문화의 새 천년이 시작됐지만 부모들의 교육열은 식을 줄 모른다. 엄청난 학업 스트레스를 견뎌낼 재간이 없는 아이들은 끝내 정신줄을 놓는다. 사교육 열기가 뜨거운 지역일수록 아이들의 정신질환 발병률도 높아만 간다.
지금껏 ‘그럴 것’이라며 입소문만 돌던 이 ‘불편한 진실’은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03~2008년 서울지역 25개 자치구별 10대 ADHD 진료 인원’ 조사결과 발표로 기정사실화됐다. 이는 ‘주간동아’가 국내 최초로 공개하는 것으로, 그 내용은 ‘불편한’ 정도를 넘어 놀라울 지경이다. 10대 청소년의 ADHD는 6년 동안 3.5배, 우울증은 40.3% 증가했다. 서울지역의 학원 밀집지역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노원구, 양천구 등 이른바 ‘사교육 특구’에서 10대 청소년의 정신질환이 많다는 막연한 추측도 사실로 확인됐다. 이들 5개 구 10대 청소년의 진료 인원은 25개 구 전체를 합한 인원의 40%를 상회했다. 이들 지역 학생의 자살 발생건수도 전체의 35%를 점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아이들에 대한 병·의원의 치료가 마약류 의약품을 처방하는 데 한정돼 있고, 그것도 자세한 진단 없이 남발되고 있다는 점이다. ADHD 치료제는 흔히 ‘공부 잘하는 약’으로 알려졌던 각성제이고, 항우울제는 중독성 때문에 장기간 복용하다 끊으면 금단현상을 일으킨다. 그런데 주간동아 취재결과, 이런 약물이 채 5분도 안 되는 진단을 거쳐 1회에 2~3알씩 무려 한 달치가 처방되기도 했다. 복약지도를 충분히 하는 병·의원이나 약국을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병·의원들은 ‘청소년에게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아 처방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제약사의 주의도 무시한 채 거리낌 없이 마약류 의약품을 처방했다. 아이들은 날로 미쳐가고 있는데 치료를 핑계로 마약류 의약품을 권하는 세상, 이것이 21세기 ‘교육강국’을 꿈꾸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