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과 스트레스 5년 동안 서울서 344% 폭증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의 ‘2003~2008년 서울지역 25개 자치구별 10대(10~19세) ADHD 진료 합계 인원’에 따르면, 노원구가 4307명이 진료를 받아 최상위에 올랐다. 이는 전체 진료 합계 인원인 3만6492명의 11.8%에 이르는 수치. 강남구가 3891명(10.7%)으로 두 번째로 많았고 송파구(3097명), 양천구(2173명), 서초구(2071명)가 뒤따랐다. 이들 사교육 특구지역의 진료 합계 인원은 모두 1만5539명(42.6%)으로 전체의 절반에 육박했다.
서울지역 25개 자치구 모두 ADHD 진료 인원이 크게 늘었다. 강남구 465%(2003년 177명에서 2008년 1000명), 양천구 440%(105명에서 567명), 송파구 404%(183명에서 922명), 서초구 306%(125명에서 508명), 노원구 210%(323명에서 1001명) 등 모든 자치구가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전체 진료 인원도 2003년 2187명에서 2008년 9705명으로 344% 급증했다.
ADHD는 주의력이 부족해 산만하고, 과잉행동이나 충동성을 보이는 장애를 말하는데 이런 증상이 아동기에 많이 나타나고 일부는 청소년과 성인기까지 남아 있기도 한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김재원 교수는 ADHD 원인에 대해 “뇌에는 각각의 역할을 수행하는 신경회로가 있는데, ADHD는 주의·집중을 담당하는 신경기능들이 유전적인 변화로 문제가 생겨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발병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환경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다. ADHD의 증상인 부주의(집중력 저하), 과잉행동, 충동성이 환경에 따라 심하게 나타나기도 하고, 아예 발병하지 않기도 한다는 것. 김재원 교수는 “ADHD는 유전 요인 80%와 환경 요인 20%가 결합해 증세가 나타난다. 학업이나 심리사회적 스트레스가 환경 요인에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서천석 홍보이사는 ADHD 진료가 급증한 이유가 “부모의 과도한 교육열 때문”이라고 못 박았다. 서 이사는 “ADHD 환자는 기본적으로 질병 소인을 갖고 태어나지만 환경 요인을 무시할 수 없다. 환경이 좋으면 발병하지 않을뿐더러 강한 소인을 갖고 태어나더라도 증세가 좋아진다. 부모의 과도한 학업 요구, 시험 결과를 중시하는 풍토 등 교육환경이 ADHD 발병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2003~2008년 서울지역 25개 자치구별 10대(10~19세) ADHD 진료 합계 인원(단위 : 명)-*자료 :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재원 교수는 강남3구와 노원구, 양천구 등 사교육 특구에 ADHD 진료 인원이 많은 이유에 대해 “자녀 학습에 대한 부모의 관심이 많은 지역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즉 아이의 집중력이 낮다고 판단했을 때 다른 지역에선 ‘나아지겠지’ 하고 지켜보지만, 이들 지역 부모들은 조금만 문제 있다 싶으면 바로 병원에 데려간다는 것.
연세누리소아청소년상담클리닉(목동) 이호분 원장은 “학교교육이 ADHD를 키운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현재의 학교교육은 ADHD 아이들의 작은 실수조차 용납하지 않는다. 획일적인 잣대로 평가하기 때문에 ADHD 증상이 있는 아이들은 계획성 있게 공부하지 못해 낙오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교육열이 강한 지역에선 정상적인 아이도 시험 칠 때 손과 가슴이 떨리고 머릿속이 하얘지며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는 ‘시험 공포증’을 많이 앓는다. 이 지역의 학교를 다니는 ADHD 아이는 그 증상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정신분과 정유숙 교수도 “대학 입학만 바라보는 교육제도 아래선 성취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학업이다. 그런데 ADHD가 있으면 아무래도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다. 공부를 못해 성취감이 낮아지면 자존감도 떨어지고 가정과 학교로부터 비난도 많이 받는다. 그러면 아이들은 비행으로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한편 ADHD 진료 비율은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훨씬 높았다. 매년 진료 인원 100명 중 80명 정도가 남학생이다. 건보공단의 ‘2003~2006년 서울지역 10대 남녀 ADHD 진료 인원’에 따르면 2003년에는 남학생이 1790명으로 전체 진료 인원인 2187명의 81.8%를 차지했고 2004년은 2466명(83.5%), 2005년은 3582명(81.8%), 2006년은 6075명(80.5%)이었다.
김재원 교수는 “ADHD는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과잉행동이나 충동성 증상을 많이 보이기 때문에 내원 비율이 높은 것”이라며 “학계에서는 남녀 유병률을 4대 1 정도로 보지만 실제 병원에서 진료해보면 9대 1 정도다. 건보공단의 이번 자료는 학계보다 병원 현장에서 파악한 통계치가 옳다는 것을 입증한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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