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호 9단(28세), 박지은 4단(20세), 홍민표 3단(19세), 원성진 5단(18세), 허영호 2단(17세)…. 주장 이창호 9단을 제외하면 단위로나 나이로나 청소년 대표팀으로 착각하기 쉽다. 게다가 박지은 4단은 바둑사상 최초로 국가대표팀에 선발된 여류기사. 이창호 9단을 포함해도 평균나이가 20세를 조금 웃돌 뿐이고 평균단위도 4.6단에 불과하다. 이러한 역대 최연소, 최저단 대표팀에 대한 우려가 많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선봉 허영호 2단과 2번 타자 홍민표 3단이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연패를 당하고 말았다.

흑1로 뻗으면 백2는 필연이다. 바로 이곳에서의 싸움이 승부처였다. 여기서 흑1로 두면 이하 백10까지 백의 수가 늘어나 흑이 살 가망이 없어진다. 홍민표 3단도 그렇게 보았다. 그런데 이때 흑3이 떨어졌다. 백의 달콤한 꿈을 산산조각낸 기막힌 묘수였다.
백은 결국 8로 끊어 14까지, 후수로 흑 ▲ 여섯 점을 취하는 수밖에 없어 여기서 무너졌다. 위아래 백△를 포식한 흑의 실리를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바둑이 되어버린 것. 179수 끝, 흑 불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