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0일 뮤지컬 프로덕션 ‘에이콤’이 주관한 ‘페임’ 오디션에 참가한 응시자들의 모습.
고교생·명문대생·무명 배우 등 응시자들 다양
하루종일 치러진 오디션의 일정은 오전에는 춤, 오후에는 연기와 노래 심사로 짜여졌다. 이날의 오디션은 서류심사를 거친 응시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1차 오디션. 최종 출연진은 3차 오디션까지 가야 결정 날 것 같다고 주최측은 밝혔다.
김문정 음악감독 등 네 명의 심사위원들 앞에 선 응시자들은 바짝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노래연습을 지나치게 한 나머지 목이 쉬어버린 응시자도 상당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응시자 한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은 너무 짧았다. 많은 수의 응시자들은 노래를 채 다 부르지도 못한 채 중간에 “됐습니다” 하는 심사위원의 말을 듣고 오디션을 마쳐야 했다.
정말 ‘생짜 신인’부터 어느 정도 관록이 느껴지는 배우까지 응시자의 수준은 천차만별이었다. 에이콤측은 “무용, 성악 전공자부터 고등학교 2학년생, 명문대 졸업생, 무명의 영화배우 등 응시자들의 면면은 실로 다양하다”고 전했다.
오디션 직전 복도에 서서 마지막 연습에 피치를 올리던 배우 김도신씨(34)는 “잠깐 이야기 좀 하자”는 기자의 말에 “지금은 안 된다”며 고개도 들지 않은 채 거절했다. 그러나 막상 오디션장에 들어온 김씨는 과제곡 중 하나인 ‘참을 수 없어’를 여유만만하게 불렀다. 김씨의 노래가 끝나자 심사위원 중 한 명이 “연기는 안 하셔도 되겠는데요”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김씨는 활짝 웃으며 “감사합니다” 하고 꾸벅 인사를 하고 나갔다. 그는 1차 오디션에 합격했다.
오디션이 끝난 후 맥없이 앉아 있던 안영미씨(27). 그는 “잘한 것 같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연습 때보다 훨씬 더 못한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백제예대 뮤지컬과 졸업반이라는 안씨는 이번이 두 번째 오디션이라고. “첫 오디션은 그냥 경험 삼아 한번 해보았던 거고요, ‘페임’은 작품이 좋아서 꼭 출연하고 싶어요.”
연습실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마지막 연습에 열중하는 ‘페임’ 오디션 응시자들.
다음날인 10월21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안의 연습실. 예술의전당이 2004년에 공연할 두 편의 오페라 ‘라 보엠’과 ‘로미오와 줄리엣’에 출연할 배우 오디션이 조심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치러지고 있었다. 서류심사를 거쳐 선발한 55명의 응시자들은 각기 두 편의 오페라 중 자신이 원하는 배역의 아리아를 불렀다. 예술의전당측은 주역까지 모두 선발할 방침이지만 적격자가 없으면 아예 안 뽑을 수도 있기 때문에 경쟁률이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다. 오페라 오디션이라는 사실을 감안한 듯, 연주회용 드레스를 갖춰 입고 화장까지 완벽하게 한 응시자들도 꽤 있었다.
오페라 오디션장엔 연주회용 드레스에 무대화장 응시자도
응시자격 자체가 대학원생 이상이라서인지, 아니면 워낙 ‘좁은 문’이기 때문인지 대다수 응시자들은 외국 유학 경력이 있는 중견급 성악가들이었다. 아직도 오페라계에서는 오디션에 응시한다는 사실 자체를 숨기는 편이라고. 그래서인지 예술의전당측은 오디션의 심사위원도, 또 응시자의 신원도 외부에 노출하지 않으려 했다.
이번이 세 번째 오디션이라는 소프라노 A씨는 1998년 예술의전당이 연 오페라 페스티벌 오디션에 응시해 ‘리골레토’ 중 비중 있는 조연급으로 캐스팅되었던 전력이 있다. “미국에서 유학할 때 두어 번 오디션에 응시했던 적이 있지만 국내에서 오디션을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오디션이 불공정하다거나 실력 외의 요인으로 당락이 갈린다는 말은 아직 못 들어봤어요. 무엇보다 객관적인 실력이 갖춰진 사람들이 오디션에 응시하거든요. 오디션 당일 연습실에 가면 아는 얼굴이 많아요. 남들의 노래에도 물론 신경 쓰죠. ‘라 보엠’과 ‘로미오와 줄리엣’이 모두 소프라노 오페라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실력 있는 소프라노들이 많이 응시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