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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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인들과의 대화 역사 공부 저절로

  • 입력2003-06-19 1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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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인들과의 대화 역사 공부 저절로
    역사 인물을 재조명하는 방법으로 전기(傳記)와 평전(評傳)이 있다. 물론 본인이 직접 쓴 회고록이나 자서전도 있지만 여기서는 논외로 한다. 전기는 한 인물의 생애를 기록한 것이고, 평전은 여기에다 저자의 주관적인 ‘평’을 보탠 것이다.

    그러나 출판칼럼니스트 표정훈씨의 말대로 전기 가운데 평전이 아닌 것은 사실상 없다. “사람이 한평생 겪은 일을 연월 순으로 간략하게 적은 기록, 즉 연보라면 몰라도 전기에 집필자의 관점, 해석, 판단이 개입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표씨의 설명. 그렇다. 어릴 적 읽었던 ‘위인전기’를 떠올려보면 시대적 필요에 따라 ‘영웅화’한 흔적들이 도처에서 발견된다.

    평전은 저자와 집필 시대에 따라 무게중심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2000년 ‘체 게바라’ 이후 ‘칼 마르크스’ ‘호치민’ ‘레닌’ 등 20세기 역사에서 논란이 되었던 인물들의 전기와 평전이 잇따라 나오는 것도 시대적 요청이라 하겠다. 아예 전기·평전을 전문화한 미다스북스와 같은 출판사도 생겼다. 미다스북스는 ‘헬렌 켈러’ ‘칼 마르크스’ ‘커트 코베인’ ‘마호메트’ ‘공자’ ‘노자’ ‘맹자’ ‘장자’ ‘진시황’ 등 시대를 불문하고 논란이 되어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슈테판 츠바이크나 이사야 벌린 같은 대표적인 전기작가의 이름이 우리 귀에 익숙해지기 시작한 것도 최근 일이다.

    동아일보사가 펴낸 ‘역사 속의 인물 총서’(원작·프라스 아티에 출판사)는 앞의 책과는 다른 방식으로 역사 속의 인물을 만나게 해준다. 정확한 연대순에 따른 객관적 서술을 표방하고 있으니 ‘전기’에 가깝지만 편집방식은 한 인물에 대한 백과사전적 지식을 담아낸다.

    100쪽 안팎의 작은 책을 펼치면 우선 사진, 포스터, 친필 서간 등과 당시의 시대상을 보여주는 풍부한 그림자료에 매혹된다. 오른쪽 지면은 정확한 연대별 서술 체제를 유지하면서 왼쪽에 특정 상황에 대한 설명과 사진을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오른쪽 세로줄은 ‘연표자’로 각 사건의 시대별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해준다. 예를 들어 ‘퀴리 부인’으로 잘 알려진 마리 퀴리 편 71쪽을 펼치면 오른쪽 눈금에 작은 글씨로 1867년에 출생했다는 사실과 1911년 ‘랑주뱅 사건’이 기록돼 있다. 어린이용 위인전기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랑주뱅 사건이란 마리 퀴리의 일생에 오점을 남긴 스캔들이다. 남편 피에르가 사망하고 ‘과학 아카데미’(그동안 여성을 회원으로 받아들인 적이 없다)에서조차 거부당한 후 실의에 빠진 마리는 1911년 동료 교수와의 스캔들에 휘말려 엄청난 정신적 고통을 받는다. 그해 11월 마리 퀴리는 두 번째 노벨상을 받는 영광을 누렸지만 랑주뱅 사건에 가려져 쓸쓸히 요양원으로 피신한다.



    이처럼 ‘역사 속의 인물 총서’는 동시대에 살았던 그들의 지지자들이나 비판자들의 증언, 때로는 오점이 될 수도 있는 사건을 숨기지 않는다. 덕분에 독자들은 새로운 관점과 사건을 대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빅토르 위고 편에서 생트-뵈브의 가시 돋친 비평과 쥘리에트 드루에의 연애편지가 흥미진진하고, 간디 편에서는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다양한 도판에 시선을 빼앗긴다. 총서 1차 분으로 빅토르 위고, 마하트마 간디, 마리 퀴리 3권이 출간됐고 처칠, 마르크스, 루스벨트가 ‘근간’으로 예고됐다. 역사적인 인물을 통해 한 시대를 읽는 묘미는 놓치기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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