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글지글”… 부드러운 육질 일품](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4/12/28/200412280500071_1.jpg)
도대체 이게 무슨 이름들인가? 120여 개의 쇠고기 부위살 명칭을 늘어 놓으면 아마도 혀를 내두를 일이다. 우리는 농경 정착민족으로 육류문화의 미각을 이처럼 발전시켜 왔다. 이보구니라 하여 소 입 속의 잇몸살이며, 수구레라 하여 쇠가죽 안쪽에 붙어 있는 아교질까지 긁어먹은 민족이다. 갈비살에서도 안창살이 가장 연하고 부드러워 맛있는 부위인데 암소갈비 중에서도 왼쪽 갈비 안창살이 가장 맛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고삐가 있는 오른쪽은 밤낮 얻어맞아 굳은살이 박혀 있고 보니 고삐가 닿지 않은 왼쪽 안창살이 더 연하고 부드러울 것은 당연한 이치다.
쇠고기의 전통설(說)에 비춰보면, 고대 중국에서 가장 고급요리로 맥적(貊炙)이 나오는데 이것이 바로 고구려의 불고기라고 한다. 이것이 다시 설야멱(雪夜覓)으로 계승되어 지금 세계적으로 각광 받는 불고기의 뿌리가 되었다. 중국 전통요리에 고려저(高麗猪)가 있다. 이 요리들은 홍콩에서도 맛볼 수 있는데 원·명·청조에 중국 왕실에 불려간 조선 숙수들이 정착시킨 한국의 육류문화다.
![“지글지글”… 부드러운 육질 일품](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4/12/28/200412280500071_2.jpg)
정문회관의 갈비 안창살이 소문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입 속에서 살살 녹는다는 표현을 써도 좋을 만큼 이빨 속에 끼지 않는 1급육만 쓰기 때문이다. 서울 친구가 오면 순천 시내에는 대접할 만한 음식이 없어 필자가 만만히 찾는 게 이곳이다. 서울에서는 이런 고기맛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찬사의 첫마디다. 그것도 한두 사람이 아니고 지나는 사람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으니 절로 어깨가 으쓱해지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선암사의 사하촌(寺下村)은 염소 떡갈비 숯불구이도 유명하지만 송치살보다 연한 안창살이 그보다 한 수 위인 것만은 분명하다.
‘절다운 절’ ‘가장 소박한 절’의 대명사로 이름난 선암사는 신라 법흥왕 때 아도화상 또는 신라 말의 도선국사 창건설이 있는데 고려시대 대각국사 의천(義天·1055~1101)이 대각암에 머물면서 중창했다고 한다. 정유재란 때 불탔고 호암 약휴(若休)가 세운 원통각 등 선암사 중수비도 한번 읽고 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