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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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형 금융비리 ‘꼭 닮았네’

이용호 스캔들 ‘동방금고’의 복사판 … 조폭 통한 로비 등 공통점 수두룩

  •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입력2004-12-24 16: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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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력형 금융비리 ‘꼭 닮았네’
    지난해 말 불거진 이경자·정현준씨의 동방금고 금융비리사건과 이번 이용호 스캔들이 닮아도 너무 닮았다는 얘기가 많다.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다. 정치권에 따르면 두 사건 사이에서 대략 6~7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사건의 구도 : 두 사건의 경우 ‘신용금고를 통한 불법대출, 회사자금 횡령-그 돈으로 기업 인수합병-주식 띄우기-막대한 금융소득 챙기기-로비 대상자에게 이익배분’이라는 사건 진행 수순이 거의 일치한다.

    거물급 조폭 경력자들 : 두 사건에선 거액의 금융비리가 진행하도록 도와주는 조폭 경력자 오기준 여운환씨가 등장한다. 오씨는 여씨처럼 힘 있는 곳에 부탁할 일을 도맡아 주는 로비스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있다.

    시기적 유사성 : 동방금고 사건은 정현준 사장이 돈을 대출 받기 시작한 2000년 6월부터 본격화해 10월쯤 일단락되었다. 이용호 회장이 본격적으로 회사공금 횡령, 주가조작에 나선 시기는 지난해 7월부터였다.

    “두 사건 배후 동일 세력 아닐까” 의혹의 눈초리



    국가기관 대거 동원 : 동방금고 사건 때 금융감독원은 정현준·이경자씨의 직접적 로비대상으로 확인되었다. 최근엔 이경자씨가 국가정보원 김형윤 전 경제단장에게 5000만 원을 제공했다는 진술을 검찰조사에서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검찰은 이씨의 진술을 그냥 덮어버렸으므로 검찰을 포함해 3개 국가기관이 연루된 셈이다. 이용호 스캔들의 경우 국세청, 검찰, 금감원, 경찰이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어떻게 한 곳도 아닌 여러 국가 기관이 동일 범법자들을 위해 일시에 동원될 수 있는지 두 사건은 비슷한 미스터리를 남겼다. 특히 국정원 경제단장 문제와 이용호 신병처리를 봐준 곳은 서울지검 특수2부로 같은 부서였다.

    김영재 부원장보 : 두 사건의 로비스트, 로비대상자로 의혹선상에 떠오르는 인물들은 모두 같은 지역 출신이다. 지난해 진행된 두 사건의 로비 의혹대상 중 동일인물도 발견된다. 이경자씨는 유조웅·오기웅씨를 통해 금감원 김영재 부원장보에게 11억 원을 준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유·오씨가 모두 해외로 도피하자 김부원장보의 수뢰의혹을 기소중지 처리했다. 비슷한 시기 김부원장보의 동생은 이용호씨가 소유한 기업의 전무로 영입되었다.

    정치권 연루설 : 두 사건을 둘러싼 의혹의 정점은 모두 여권의 최고 실세를 향하고 있었다. 지난해 검찰의 동방금고 사건 조사과정에서 이러한 의혹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국정원 간부 연루 은폐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이 사건은 다시 예측 불가능한 상태로 빠졌다.

    공범 김씨의 행보 : 이용호 사건에서 주가조작에 함께 가담한 혐의를 받고 수배중인 김모씨는 벤처업계에선 M&A의 귀재로 통한다. 동방금고 사건의 유조웅씨와는 J대 상대 동문이다. 유조웅씨 로비 대상이 된 고 장내찬 금감원 국장 역시 J대 상대 출신. 세 사람이 서로 잘 알고 지내온 사이일 것이라는 게 검찰 주변의 추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가 동방금고 금융스캔들에 관여했는지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폭발력에서 이용호 사건은 동방금고 사건을 훨씬 더 능가한다. 그것은 동방금고 사건과 달리 로비가 대부분 통했으며 주가조작도 성공했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두 사건을 같은 패키지로 묶을 결정적 단서는 아직 없다. 그러나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은 “본질적으로 두 사건은 매우 비슷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이런 의문까지 나온다. “한 사람이 자신의 손가락 열 개에 실을 걸어 인형극하듯 두 사건의 배후가 동일인물 내지 동일세력은 아닐까.”

    지난해 말엔 진승현씨의 한스종금 사건이 일어났다. 몇몇 사람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성격의 권력형 금융비리 사건이 연발하는 데는 그럴 만한 필연적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품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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