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폭력배의 세계를 다룬 영화 ‘친구’ ‘신라의 달밤’ 등이 큰 인기를 끌면서 인터넷에는 지금 10대들을 중심으로 한 ‘조폭 동호회’가 확산되고 있다. ‘다음’ ‘프리챌’ 등 대형 포털사이트에는 ‘조폭’ ‘깡패’라는 이름으로 결성한 동호회만도 수백 개에 이른다.
유행 따라 수없이 만들어졌다가 사라지곤 하는 이런 동호회는 수천 명의 회원을 자랑하는 거대 모임에서 두세 명의 미니 모임까지 ‘백화제방’(百花齊放)을 이루고 있어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는 것조차 힘들다. 인터넷·휴대폰 등 디지털과 밀접한 신세대들은 같은 관심거리를 가진 사람끼리 인터넷상에 커뮤니티를 형성하여 취미와 생각을 나눈다. 그리고 이런 커뮤니티 활동은 사이버 공간에서 새로운 ‘조직문화’를 생성하고 있다.
‘가상공동체’(virtual community)라는 용어를 만든 하워드 라인골드에 따르면 “가상공동체란 다수의 사람이 충분히 인간적 관점의 토의를 거쳐 사이버 스페이스에서 인간관계의 집합체를 형성하는 것이다”고 한다. N세대는 실제로 인터넷상에서 다양한 형태로 그들만의 사회·단체를 구성하고 있다.
‘N세대의 무서운 아이들’(도서출판 물푸레)이라는 책을 쓴 미국 작가 돈 탭스콧은 그의 책에서 “인터넷을 통한 상호교류는 그들에게 판단, 분석, 평가, 비평, 다른 사람에 대한 협조 등의 가치관을 심어주어 그들의 성장을 돕는다. 아이들은 인터넷에서 서로에게 감성적 동질감을 요구하기도 하고, 이를 통해 자신에 대한 신뢰감을 쌓는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N세대는 실제 어떤 물리적인 접촉도 없는 인터넷상에서 친구를 만들어간다. 공통된 생각과 취미로 사이버상에서 한두 번 만나면 이들은 더 이상 타인이 아니다”고 적고 있다.
인터넷 공간에서 얼굴도 모르는 채 만나는 사람과 정서적인 친밀감을 느끼는 N세대들. 가상공간에서 이루어진 인간관계는 실제 가족처럼 발전하고, 인터넷 화상채팅이나 온라인 게임으로 ‘패밀리’ 개념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이들은 서로를 ‘언니’ ‘오빠’라고 부르며 폐쇄적인 그들만의 울타리를 형성한다.
PC 게임 ‘스타크래프트’가 청소년들 사이에서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시작된 ‘길드(guild) 신드롬’ 역시 정예화한 조직문화를 불러왔다. 외국 게이머들이 주로 ‘clan’(일족, 문중)이란 말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우리 나라 게이머들은 ‘길드’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는 12세기 중세도시에서 발달하기 시작한 상공업자들의 동업조직에 그 어원을 두고 있다. 게이머들이 결성하기 시작한 동아리의 호칭인 ‘길드’는 구성원끼리 정보를 교환하거나 우의를 나누는 차원에서는 취미나 운동, 레저 등 일반 동아리와 비슷하나, 다른 길드와 시합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성격이 전투적이며 계급적이다. 실력에 따라 일병에서 별까지 계급을 부여하고 총사령관, 작전 참모 등으로 세분되어 있다. 길드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테스트를 받아야 하는데, 실력이 모자라는 게이머들은 고수들이 즐비한 ‘명문 길드’에 가입하기 위해 무진 애를 쓴다. 게임 중독증에 걸린 학생들을 상담한 정신과 의사들은 “게임을 그만두려 해도 길드에서 ‘가만두지 않겠다’고 해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길드에 이어 인터넷의 새로운 조직문화를 주도하는 것에는 ‘웹링’과 ‘동맹’이 있다. 웹링은 인터넷 서버를 이용해 자신과 같은 성격을 갖는 홈페이지를 서로 연결하는 반면, 동맹은 뜻을 같이하는 동호인끼리 배너를 교환하는 형식. 웹링(www. webring.co.kr) 사이트를 운영하는 신영준씨(30)는 미국·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웹링 사이트를 참고해 작년에 웹링 사이트를 신설했다. 네티즌들이 자신의 홈페이지를 이 사이트에 등록하면 ‘네비게이션 바’를 통해 동일한 주제를 갖는 다른 사람의 홈페이지와 연결된다. 현재 1800여 개의 사이트가 등록했으며 450개 정도의 ‘링’이 형성되어 있다.
“일본 만화나 게임 동호인들이 중심이 되지만 산악회 모임, 십자수를 좋아하는 사람의 모임, 표준어를 사랑하는 사람의 모임 등 내용이 다양화하는 추세에 있다. 웹링은 일반 검색엔진으로 찾을 수 없는, 나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홈페이지 운영자간에 네트워크를 형성해 가족 같은 친밀감을 갖게 한다”는 것이 신씨의 설명. 일본 만화 마니아들이 많다 보니 ‘쭛쭛상’ 하는 식으로 서로 일본식 이름을 붙여 부르는 등 부작용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린 학생들을 중심으로 ‘건전한 사이버 문화 만들기’ 운동이 확산되어 앞으로 더 건전한 형태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자신의 홈페이지를 십자수 웹링에 등록한 황수지씨(18)는 “얼굴은 모르지만 같은 취미를 가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친구 같고, 가족 같다. 사실 정보교환보다도 이런 강한 소속감이 나에겐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보다 ‘동맹’은 뜻을 같이하는 동호인끼리 배너를 교환하는 방식을 택한다. 네티즌들은 동맹 홈페이지에서 다운 받은 작은 배너들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붙여두고 동맹의 이벤트와 회의, 채팅 등에 참가한다. 자동 링크로 연결하는 웹링과 달리 동맹은 운영자에 따라 배너 교환 방법이나 회원 가입자격 등 조건이 까다로운 편. ‘Korean Union’이라는 동맹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이나후씨(18)는 “배너를 교환하는 행위는 같은 취미나 생각을 가졌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일종의 ‘놀이’로 시작한 것이지만 이를 통해 강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일체감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집단보다 개인을 우선시하는 디지털 시대에 젊은 네티즌 사이에서 이런 ‘인맥 만들기’가 성행하는 것은 좀 의외다. 사이버문화연구실의 조희제 연구원은 “원래 인터넷 공간은 일정한 방향 없이 확장된 곳이지만 너무나 방대한 정보가 쏟아지고, 비즈니스적인 측면이 강해지면서 폐쇄적인 조직문화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얼굴을 맞대야 신뢰가 쌓인다’고 생각하는 기성세대와 달리 N세대 네티즌들은 온라인상에서 자신의 인맥을 쌓아가고 있다. 같은 만화를 좋아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오프라인 세상의 가족이나 친구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될 수 있는 것이 지금의 인터넷 키드들이다.
유행 따라 수없이 만들어졌다가 사라지곤 하는 이런 동호회는 수천 명의 회원을 자랑하는 거대 모임에서 두세 명의 미니 모임까지 ‘백화제방’(百花齊放)을 이루고 있어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는 것조차 힘들다. 인터넷·휴대폰 등 디지털과 밀접한 신세대들은 같은 관심거리를 가진 사람끼리 인터넷상에 커뮤니티를 형성하여 취미와 생각을 나눈다. 그리고 이런 커뮤니티 활동은 사이버 공간에서 새로운 ‘조직문화’를 생성하고 있다.
‘가상공동체’(virtual community)라는 용어를 만든 하워드 라인골드에 따르면 “가상공동체란 다수의 사람이 충분히 인간적 관점의 토의를 거쳐 사이버 스페이스에서 인간관계의 집합체를 형성하는 것이다”고 한다. N세대는 실제로 인터넷상에서 다양한 형태로 그들만의 사회·단체를 구성하고 있다.
‘N세대의 무서운 아이들’(도서출판 물푸레)이라는 책을 쓴 미국 작가 돈 탭스콧은 그의 책에서 “인터넷을 통한 상호교류는 그들에게 판단, 분석, 평가, 비평, 다른 사람에 대한 협조 등의 가치관을 심어주어 그들의 성장을 돕는다. 아이들은 인터넷에서 서로에게 감성적 동질감을 요구하기도 하고, 이를 통해 자신에 대한 신뢰감을 쌓는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N세대는 실제 어떤 물리적인 접촉도 없는 인터넷상에서 친구를 만들어간다. 공통된 생각과 취미로 사이버상에서 한두 번 만나면 이들은 더 이상 타인이 아니다”고 적고 있다.
인터넷 공간에서 얼굴도 모르는 채 만나는 사람과 정서적인 친밀감을 느끼는 N세대들. 가상공간에서 이루어진 인간관계는 실제 가족처럼 발전하고, 인터넷 화상채팅이나 온라인 게임으로 ‘패밀리’ 개념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이들은 서로를 ‘언니’ ‘오빠’라고 부르며 폐쇄적인 그들만의 울타리를 형성한다.
PC 게임 ‘스타크래프트’가 청소년들 사이에서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시작된 ‘길드(guild) 신드롬’ 역시 정예화한 조직문화를 불러왔다. 외국 게이머들이 주로 ‘clan’(일족, 문중)이란 말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우리 나라 게이머들은 ‘길드’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는 12세기 중세도시에서 발달하기 시작한 상공업자들의 동업조직에 그 어원을 두고 있다. 게이머들이 결성하기 시작한 동아리의 호칭인 ‘길드’는 구성원끼리 정보를 교환하거나 우의를 나누는 차원에서는 취미나 운동, 레저 등 일반 동아리와 비슷하나, 다른 길드와 시합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성격이 전투적이며 계급적이다. 실력에 따라 일병에서 별까지 계급을 부여하고 총사령관, 작전 참모 등으로 세분되어 있다. 길드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테스트를 받아야 하는데, 실력이 모자라는 게이머들은 고수들이 즐비한 ‘명문 길드’에 가입하기 위해 무진 애를 쓴다. 게임 중독증에 걸린 학생들을 상담한 정신과 의사들은 “게임을 그만두려 해도 길드에서 ‘가만두지 않겠다’고 해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길드에 이어 인터넷의 새로운 조직문화를 주도하는 것에는 ‘웹링’과 ‘동맹’이 있다. 웹링은 인터넷 서버를 이용해 자신과 같은 성격을 갖는 홈페이지를 서로 연결하는 반면, 동맹은 뜻을 같이하는 동호인끼리 배너를 교환하는 형식. 웹링(www. webring.co.kr) 사이트를 운영하는 신영준씨(30)는 미국·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웹링 사이트를 참고해 작년에 웹링 사이트를 신설했다. 네티즌들이 자신의 홈페이지를 이 사이트에 등록하면 ‘네비게이션 바’를 통해 동일한 주제를 갖는 다른 사람의 홈페이지와 연결된다. 현재 1800여 개의 사이트가 등록했으며 450개 정도의 ‘링’이 형성되어 있다.
“일본 만화나 게임 동호인들이 중심이 되지만 산악회 모임, 십자수를 좋아하는 사람의 모임, 표준어를 사랑하는 사람의 모임 등 내용이 다양화하는 추세에 있다. 웹링은 일반 검색엔진으로 찾을 수 없는, 나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홈페이지 운영자간에 네트워크를 형성해 가족 같은 친밀감을 갖게 한다”는 것이 신씨의 설명. 일본 만화 마니아들이 많다 보니 ‘쭛쭛상’ 하는 식으로 서로 일본식 이름을 붙여 부르는 등 부작용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린 학생들을 중심으로 ‘건전한 사이버 문화 만들기’ 운동이 확산되어 앞으로 더 건전한 형태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자신의 홈페이지를 십자수 웹링에 등록한 황수지씨(18)는 “얼굴은 모르지만 같은 취미를 가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친구 같고, 가족 같다. 사실 정보교환보다도 이런 강한 소속감이 나에겐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보다 ‘동맹’은 뜻을 같이하는 동호인끼리 배너를 교환하는 방식을 택한다. 네티즌들은 동맹 홈페이지에서 다운 받은 작은 배너들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붙여두고 동맹의 이벤트와 회의, 채팅 등에 참가한다. 자동 링크로 연결하는 웹링과 달리 동맹은 운영자에 따라 배너 교환 방법이나 회원 가입자격 등 조건이 까다로운 편. ‘Korean Union’이라는 동맹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이나후씨(18)는 “배너를 교환하는 행위는 같은 취미나 생각을 가졌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일종의 ‘놀이’로 시작한 것이지만 이를 통해 강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일체감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집단보다 개인을 우선시하는 디지털 시대에 젊은 네티즌 사이에서 이런 ‘인맥 만들기’가 성행하는 것은 좀 의외다. 사이버문화연구실의 조희제 연구원은 “원래 인터넷 공간은 일정한 방향 없이 확장된 곳이지만 너무나 방대한 정보가 쏟아지고, 비즈니스적인 측면이 강해지면서 폐쇄적인 조직문화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얼굴을 맞대야 신뢰가 쌓인다’고 생각하는 기성세대와 달리 N세대 네티즌들은 온라인상에서 자신의 인맥을 쌓아가고 있다. 같은 만화를 좋아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오프라인 세상의 가족이나 친구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될 수 있는 것이 지금의 인터넷 키드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