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백의 얼굴, 수천의 속내](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5/01/20/200501200500016_1.jpg)
46년 전의 루스에 비하면 우리가 갖고 있는 일본에 대한 정보는 훨씬 풍부하다. 그런데도 우리의 일본 이해 수준은 베네딕트를 넘어서지 못한다. 그 차이는 문화상대주의에 입각해 일본을 이해하고 그 정체를 밝히려는 노력과, 우물 안 개구리 식으로 일본을 바라보고 넘겨 짚어버리는 태도에서 비롯한다.
일본문화연구소장 조양욱씨가 이번에 새로 쓴 책의 제목이 ‘물구나무 서서 본 일본’이다. 일본은 있다, 없다 논쟁을 벌인 것이 벌써 7년 전 이야기인데 이제 물구나무라도 서서 보아야 일본을 제대로 알 수 있다는 뜻일까. 조씨에 따르면 일본이란 나라는 배울 것도 많고 배워서는 안 될 것도 많다. 특히 잊힐만 하면 들고나오는 역사 왜곡과 신사 참배, 민족 차별 발언 등에 대해 저자는 따끔한 한마디를 잊지 않았다(이 내용은 일본 ‘아사히 신문’ 칼럼에 실린 것이었다).
한국인과 일본인은 외모만 닮은 꼴이 아니라 하는 꼴도 닮았다. 한국에 3연이 있다면 일본에는 3방이 있다. 3연은 혈연·지연·학연을 뜻하는데 3방은 무엇인가. 일본에서 정치적으로 성공하려면 첫째가 후보 개인의 학력과 경력을 뜻하는 간방(看板), 지역성을 의미하는 지방(地方), 재력이나 선거자금을 가리키는 가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우쭐하기에는 이르다. 그들이 애써 한국을 배우려 할 때 우리는 무엇을 했는지 스스로 물어볼 일이다. 지난해 2월 서울대 지리학과 박사과정에 있던 도도로키 히로시씨가 ‘일본인의 영남대로 답사기’라는 책을 펴냈다. 그는 6개월에 걸쳐 영남대로를 답사한 후 세계유산이 될 만한 훌륭한 유적들을 발견했고, 그것이 마구 훼손된 것도 발견했다. “이순신 장군 동상을 짓거나 각지에 거북선 복제를 전시하는 것도 좋지만, 복제를 만들 돈이 있으면 귀중한 실물유적을 제대로 유지하는 게 급선무다”는 도도로키씨의 지적은 낯뜨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천의 얼굴, 일본 일본 일본’이나 ‘욕하면서 배우는 일본’ 등 앞서 저자가 쓴 책들과 목소리 톤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감칠맛 나는 칼럼 모음집이다. 그러나 본문 끝에 작은 글씨로 단 ‘사족’(蛇足) 부분에서 일본식으로 말하면 ‘와사비’ 같은 쏘는 맛을 느낄 수 있으니 끝까지 음미하길 바란다.
![‘일본’ 수백의 얼굴, 수천의 속내](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5/01/20/200501200500016_2.jpg)
1995년 한국의 국립지리원과 일본의 국토지리원이 공동으로 측정한 한-일 간 거리는 1,223.251534km였다. 일제시대의 부정확한 측량자료와 비교하면 10m쯤 가까워졌다고 한다. 지리적으로 가까워진 만큼 심리적 거리도 좁힐 수 있을지.
◇ 물구나무 서서 본 일본/ 조양욱 지음/ 해냄 펴냄/ 215쪽/ 8000원
◇ 역사와 문화로 보는 일본기행/ 이경덕 지음/ 예담 펴냄/ 248쪽/ 1만5000원
◇ 일본 속의 한국 근대사 현장/ 김정동 지음/ 하늘재 펴냄/ 357쪽/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