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조지프 마주르 지음/ 노태복 옮김/ 에이도스/ 314쪽/ 1만7000원
우연은 크게 셋으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우연의 일치(coincidence)와 우연한 사건(fluke), 그리고 요행(serendipity)이다. 우연의 일치는 2가지 사건이 명확한 인과관계 없이 발생해 놀라움을 주는 경우다. 핵심은 놀라움이다. 요행은 바람직하고 유익한 쪽으로 어떤 사건이 우연히 발생하는 것이다. 핵심은 유익함이다. 이 책의 원제인 ‘fluke’에 해당하는 우연한 사건은 중립적인 우연이다. 우리말 비속어인 ‘후루꾸’ 내지 ‘뽀록’의 어원에 해당하지만 거기에 담긴 비난과 경멸의 뉘앙스는 증발시켜야 한다. 미국 수학자인 저자는 수학적으로 불가능한 우연은 없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로또복권에 네 차례 당첨되는 것은 대략 1000조 년에 한 번 발생할 일이지만 1993년 조앤 긴더라는 미국 여성에게서 실제로 벌어졌다. 따라서 행운의 여신이나 신의 장난 같은 것은 없다. 그렇다고 경이로움까지 사라지진 않는다. 여전히 정확한 이유를 모르기 때문에.
김귀옥 지음/ 선인/ 275쪽/ 1만9000원
한성대 교수인 저자는 분단과 전쟁, 통일과 평화, 이산가족과 여성, 노동 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그는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군 ‘위안부’ 문제를 공유하고자 책을 집필했다. 일본군 위안부 제도에 영향을 받은 한국인들은 해방 후 그 제도의 문제점을 깨달을 기회도 없이 전쟁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적에 대한 분노를 같은 민족에게 표출했다. 그 표출 수단의 원천 가운데 하나가 일제 식민주의였으며 군 위안부 제도도 그중 하나라고 주장하는 저자는 1996년 6·25전쟁 당시 군 위안부 제도가 4년간 운영됐음을 처음 알게 됐을 때 분노와 두려움에 휩싸였다고 고백한다. 책을 통해 한국군 위안부의 진실과 사례를 전하면서, 뒤늦게나마 정부가 군 위안부로 강제된 여성들에게 사과와 적절한 배상 등 여러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런 행동이 결국 일본 정부에 의해 왜곡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폭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에밀 졸라 지음/ 이선주 옮김/ 정은문고/ 160쪽/ 1만1000원
19세기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에밀 졸라의 단편소설집. 귀족, 부르주아, 상인, 서민 같은 각 계급의 결혼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재산을 불리고 명예를 지키고자 허울뿐인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귀족 부부, 병들어 죽은 아이의 시체 옆에서 구호물자로 받은 소시지와 빵을 게걸스럽게 먹는 서민 부모를 마치 르포 기사처럼 사실적이면서도 날카롭게 묘사한다. 에밀 졸라가 신문과 잡지에 발표한 이들 작품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프랑스 대입 자격 논술시험인 바칼로레아를 준비하는 고교생들에게 필독서라고 한다. ‘자연주의 소설은 무인칭 소설이다. 소설가는 판단하고 결론짓는 역할을 스스로 거부한다’고 한 에밀 졸라 자신의 원칙에 충실한 책이다.
김사과 지음/ 작가정신/ 224쪽/ 1만2000원
전위적인 서사와 파격적인 형식으로 유명한 소설가 김사과의 중편 신작. 생존은 일종의 식인(食人) 행위라고 주장하는 주인공 ‘나’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나’는 자신의 가치관을 냉소적이지만 매력적이게 설파한다. ‘식인의 세상에서는 가장 이용하기 쉬운 것이 사람. 주의할 점은 단 하나. 다른 사람들에게 먹히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는 식이다.
자신의 가치관대로 ‘나’는 우아한 태도로 은밀하게 주변인을 파괴한다. 작금의 현실에 대한 염세적 인식도 양념처럼 얹힌다. 당연히 주변인들이 하나 둘 등을 돌리지만 ‘나’의 태도는 변하지 않는다. 시종일관 특이한 서술자의 파괴적 사상이라는 렌즈는 독자에게 사회상을 다르게 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건 우연이 아니야
조지프 마주르 지음/ 노태복 옮김/ 에이도스/ 314쪽/ 1만7000원
우연은 크게 셋으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우연의 일치(coincidence)와 우연한 사건(fluke), 그리고 요행(serendipity)이다. 우연의 일치는 2가지 사건이 명확한 인과관계 없이 발생해 놀라움을 주는 경우다. 핵심은 놀라움이다. 요행은 바람직하고 유익한 쪽으로 어떤 사건이 우연히 발생하는 것이다. 핵심은 유익함이다. 이 책의 원제인 ‘fluke’에 해당하는 우연한 사건은 중립적인 우연이다. 우리말 비속어인 ‘후루꾸’ 내지 ‘뽀록’의 어원에 해당하지만 거기에 담긴 비난과 경멸의 뉘앙스는 증발시켜야 한다. 미국 수학자인 저자는 수학적으로 불가능한 우연은 없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로또복권에 네 차례 당첨되는 것은 대략 1000조 년에 한 번 발생할 일이지만 1993년 조앤 긴더라는 미국 여성에게서 실제로 벌어졌다. 따라서 행운의 여신이나 신의 장난 같은 것은 없다. 그렇다고 경이로움까지 사라지진 않는다. 여전히 정확한 이유를 모르기 때문에.
그곳에 한국군‘위안부’가 있었다
김귀옥 지음/ 선인/ 275쪽/ 1만9000원
한성대 교수인 저자는 분단과 전쟁, 통일과 평화, 이산가족과 여성, 노동 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그는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군 ‘위안부’ 문제를 공유하고자 책을 집필했다. 일본군 위안부 제도에 영향을 받은 한국인들은 해방 후 그 제도의 문제점을 깨달을 기회도 없이 전쟁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적에 대한 분노를 같은 민족에게 표출했다. 그 표출 수단의 원천 가운데 하나가 일제 식민주의였으며 군 위안부 제도도 그중 하나라고 주장하는 저자는 1996년 6·25전쟁 당시 군 위안부 제도가 4년간 운영됐음을 처음 알게 됐을 때 분노와 두려움에 휩싸였다고 고백한다. 책을 통해 한국군 위안부의 진실과 사례를 전하면서, 뒤늦게나마 정부가 군 위안부로 강제된 여성들에게 사과와 적절한 배상 등 여러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런 행동이 결국 일본 정부에 의해 왜곡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폭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결혼, 죽음
에밀 졸라 지음/ 이선주 옮김/ 정은문고/ 160쪽/ 1만1000원
19세기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에밀 졸라의 단편소설집. 귀족, 부르주아, 상인, 서민 같은 각 계급의 결혼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재산을 불리고 명예를 지키고자 허울뿐인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귀족 부부, 병들어 죽은 아이의 시체 옆에서 구호물자로 받은 소시지와 빵을 게걸스럽게 먹는 서민 부모를 마치 르포 기사처럼 사실적이면서도 날카롭게 묘사한다. 에밀 졸라가 신문과 잡지에 발표한 이들 작품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프랑스 대입 자격 논술시험인 바칼로레아를 준비하는 고교생들에게 필독서라고 한다. ‘자연주의 소설은 무인칭 소설이다. 소설가는 판단하고 결론짓는 역할을 스스로 거부한다’고 한 에밀 졸라 자신의 원칙에 충실한 책이다.
0 영 ZERO 零
김사과 지음/ 작가정신/ 224쪽/ 1만2000원
전위적인 서사와 파격적인 형식으로 유명한 소설가 김사과의 중편 신작. 생존은 일종의 식인(食人) 행위라고 주장하는 주인공 ‘나’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나’는 자신의 가치관을 냉소적이지만 매력적이게 설파한다. ‘식인의 세상에서는 가장 이용하기 쉬운 것이 사람. 주의할 점은 단 하나. 다른 사람들에게 먹히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는 식이다.
자신의 가치관대로 ‘나’는 우아한 태도로 은밀하게 주변인을 파괴한다. 작금의 현실에 대한 염세적 인식도 양념처럼 얹힌다. 당연히 주변인들이 하나 둘 등을 돌리지만 ‘나’의 태도는 변하지 않는다. 시종일관 특이한 서술자의 파괴적 사상이라는 렌즈는 독자에게 사회상을 다르게 보는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