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플레이스

초고가 리빙 편집숍도 ‘고객 체험’ 손짓

‘더콘란샵’ 한국 1호점 가보니…4000만 원짜리 소파도 고객이 앉아보고 체험하게 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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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입력2019-11-23 1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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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콘란샵’ 창업자인 테렌스 올비 콘란 경이 매장 스토리에 관해 써놓은 ‘콘란블루’ 컬러의 벽면. [김도균]

    ‘더콘란샵’ 창업자인 테렌스 올비 콘란 경이 매장 스토리에 관해 써놓은 ‘콘란블루’ 컬러의 벽면. [김도균]

    오랜 기간 리빙용품을 살펴보다 보니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고 가구와 살림살이 욕심이 많아졌다. 2년 전 이사할 때는 주방에 놓을 원형 테이블과 식탁 의자, 조명을 구입하려고 이노메싸, 보에, 루밍 같은 서울 강남 일대의 이름난 리빙 편집매장들을 두어 달 섭렵했을 정도다. 세계적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인 ‘더콘란샵’이 한국에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운 마음에 11월 18일 한달음에 달려갔다. 

    ‘더콘란샵’은 영국을 대표하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자 기사 작위를 받은 테렌스 올비 콘란(Terence Orby Conran) 경이 1974년 설립했다. 영국, 프랑스, 일본에서 총 11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라이프스타일을 큐레이팅한다’는 의미를 담아 럭셔리 가구와 주방 식기, 홈 액세서리, 소형 가전, 리빙 소품, 패션잡화 등 260개 넘는 브랜드를 취급한다. 핀란드의 ‘아르텍(Artek)’, 덴마크의 ‘칼한센앤선(Carl Hansen&Son)’과 ‘루이스폴센(Louis Poulsen)’, 미국의 ‘놀(Knoll)’과 허먼밀러(Herman Miller), 이탈리아의 ‘까시나(Cassina)’ 등 내로라하는 하이엔드 브랜드가 대표적이다. 이외에 자체 PB 제품도 있다. 롯데백화점 강남점 신관 2개 층을 통째로 사용하고 있어 매장 규모만 3300m²에 달한다. 11월 15일 첫 오픈하고 주말까지 사흘간 3만6000여 명이 다녀갔을 정도로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실험실 콘셉트의 매장과 올비 카페

    1 영국 아티스트 존 부스가 작업한 일러스트가 눈길을 끄는 1층 매장. 2 1층에서는 그릇과 자잘한 생활 소품도 판매한다. 3 1층 매장은 제품이 돋보이도록 화이트 톤으로 꾸몄다. [김도균]

    1 영국 아티스트 존 부스가 작업한 일러스트가 눈길을 끄는 1층 매장. 2 1층에서는 그릇과 자잘한 생활 소품도 판매한다. 3 1층 매장은 제품이 돋보이도록 화이트 톤으로 꾸몄다. [김도균]

    11월 14일 오프닝 행사에는 휴 왈라 ‘더콘란샵’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강희태 롯데백화점 대표이사, 사이먼 스미스 주한 영국대사, 숀 블레이클리 주한 영국상공회의소 대표 등 각계 인사가 참석했다. 이날 휴 왈라 CEO는 “한국은 트렌드 변화와 성장 속도가 빠른 중요한 시장”이라며 성공 의지를 보였다. 

    국내외 업체가 리빙산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근래 들어 한국시장 규모가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케렌시아(심신의 안정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찾는 경향),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포미(for me)족처럼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고 자신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소비층의 확산이 그 기반이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를 보면 국내 리빙시장은 2014년 10조 원에서 2017년 12조 원으로 커졌다. ‘더콘란샵’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볼 때 한국의 리빙 콘텐츠가 확대되고 있으며, 한국시장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커피 맛이 일품인 명소 ‘올비 카페’. [김도균]

    커피 맛이 일품인 명소 ‘올비 카페’. [김도균]

    매장 1층에 들어서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컬러풀한 일러스트가 눈길을 끈다. 영국 아티스트 존 부스가 직접 방문해 완성했으며, 한쪽에는 그와 협업한 아르텍 의자 등 한정판 제품이 전시돼 있다. 1층 전체를 아우르는 디자인 콘셉트는 ‘실험실’. 전시된 제품 자체가 돋보이도록 바닥과 선반, 천장, 벽 등이 모두 화이트 톤으로 꾸며져 있다. 시계와 모빌, 화병 같은 홈 데코 상품을 비롯해 식기류, 문구류, 작은 가구, 스피커, 기프트 제품을 판매한다. 제품은 몇천 원대수첩과 볼펜에서부터 수백만 원대 명품 의자까지 다양하다. 또 하나 눈여겨볼 곳은 ‘올비 카페’로, 콘란 경의 미들 네임인 ‘올비’에서 이름을 따왔다 칼한센앤선 가구와 허먼밀러의 조지 넬슨 조명으로 꾸며져 있어 그 자체만으로도 쇼룸처럼 보인다. 시그니처 메뉴인 ‘카페 올비’를 비롯해 다양한 커피와 차를 판매한다.



    포토존으로 인기가 높은 칼한센앤선의 자이언트 의자. [김도균]

    포토존으로 인기가 높은 칼한센앤선의 자이언트 의자. [김도균]

    카페 입구 근처는 칼한센앤선과 ‘더콘란샵’이 컬래버레이션으로 완성한 자이언트 의자가 시선을 압도한다. 시그니처 컬러인 콘란블루 컬러를 사용해 포토존으로 인기가 높다.

    명품 리빙 갤러리 분위기

    명품 디자이너의 가구 갤러리 같은 느낌을 풍기는 2층 매장 모습. [김도균]

    명품 디자이너의 가구 갤러리 같은 느낌을 풍기는 2층 매장 모습. [김도균]

    콘란블루 컬러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면 캐주얼한 1층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매장이 펼쳐진다. 마치 특급호텔 클럽 라운지처럼 고급스럽고 차분하게 꾸며져 있다. 하이엔드 가구와 조명, 홈 패브릭이 메인으로,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르는 소파와 테이블, 의자가 가득하다. 거실, 서재, 다이닝룸처럼 가구와 조명을 세팅해놓아 데코 아이디어를 배우기에도 제격이다. 특히 한쪽에 길게 마련된 ‘체어웰’에는 다양한 디자인의 의자가 세팅돼 있어 꼼꼼하게 살펴보기 좋다. 그 옆으로는 국내외의 다채로운 서적을 판매하는 북 코너도 마련돼 있다. 친구와 함께 방문한 40대 주부 황모 씨는 “예전에 일본 출장길에 들른 적이 있는데 한국이 훨씬 잘 해놓은 것 같다. 공간별로 연출된 가구를 보면서 인테리어 노하우도 얻을 수 있어 종종 방문할 것 같다”고 전했다.
     
    기자가 구매하고 싶었던 제품은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출시된 ‘놀’의 그린 컬러 바르셀로나 라운지체어와, 미국의 찰스-레이 임스 부부가 디자인한 허먼밀러의 플라스틱 쉘체어였다. 놀 제품은 1000만 원 넘는 가격에 구매를 포기했지만, 쉘체어는 구매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1, 2 ‘책 조명’으로 불리는 루미오’. 3 인기 조명 브랜드를 한자리에 모아놓은 조명 코너.
4 다양한 종류의 의자와 서적도 보기 편하게 정리돼 있다. [김도균]

    1, 2 ‘책 조명’으로 불리는 루미오’. 3 인기 조명 브랜드를 한자리에 모아놓은 조명 코너. 4 다양한 종류의 의자와 서적도 보기 편하게 정리돼 있다. [김도균]

    조명 코너도 보기 좋게 정리돼 있다. 요즘 소비자들 사이에서 ‘잇 아이템’으로 꼽히는 루이스폴센, 조지 넬슨 등의 제품이 모여 있어 쇼핑하기 편했다. 특히 일명 ‘책 조명’으로 불리며 세계적으로 인기몰이 중인 ‘루미오’도 있어 관심을 끌었다. 조명 옆으로는 쿠션과 러그 등을 판매하는 홈 패브릭 코너가 마련돼 있다. 스페인 텍스타일 브랜드 나니마르퀴나의 제품과 함께 합리적인 가격대의 ‘더콘란샵’ PB 제품도 선보였다. 

    매장 곳곳을 둘러보다 호기심이 생긴 공간은 VIP룸과 VVIP룸. 고객이 고가의 제품을 구입할 때 상담 장소로 활용되는 장소다. 최고급 소파와 테이블은 물론, 콘란 경이 좋아하는 위스키 80여 종과 시가, 도서, 오브제 등으로 장식돼 있어 ‘고급의 끝판왕’ 같은 느낌을 준다.

    수천만 원짜리 소파에 앉아보니

    1 집처럼 꾸며놓아 인테리어 
아이디어도 배울 수 있다. 2 의자에 앉거나 제품을 편하게 만지면서 생생하게 체험해볼 수 있다. 3 위스키가 가득한 VVIP룸. 4 다양한 가격대의 패브릭 아이템도 판매한다. [김도균]

    1 집처럼 꾸며놓아 인테리어 아이디어도 배울 수 있다. 2 의자에 앉거나 제품을 편하게 만지면서 생생하게 체험해볼 수 있다. 3 위스키가 가득한 VVIP룸. 4 다양한 가격대의 패브릭 아이템도 판매한다. [김도균]

    ‘더콘란샵’의 가장 큰 강점은 ‘어마무시한’ 스케일이다. 압도적인 매장 크기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다채로운 상품 구성은 소비자의 마음을 흔들어놓는다. 자잘한 생활 소품부터 고가의 가구까지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점도 매력이다. 


    한국 매장을 위해 특별히 인테리어한 컬러풀한 화장실. [김도균]

    한국 매장을 위해 특별히 인테리어한 컬러풀한 화장실. [김도균]

    사실 일반 하이엔드 편집숍에 가면 특유의 ‘엄숙한’ 분위기 때문에 가격을 물어보기가 부담스럽다. 소파에 앉지 못하게 하거나, 사진 촬영을 거부당할 때도 있다. ‘더콘란샵’의 경우 제품마다 친절하게 가격이 표시돼 있고, 눈치 볼 필요 없이 사진 촬영도 가능하다. 굳이 물건을 구입하지 않아도 마음껏 ‘아이 쇼핑’하며 고가의 명품 가구를 체험하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한마디로 가구에 관심 많은 어른들의 놀이터 같은 곳이다. 화장실은 아예 한국 매장을 위해 특별히 인테리어했다. 화장실 칸을 각각 레드, 블루, 오렌지 등 컬러풀한 타일로 꾸몄으며, 내부 역시 디자이너의 의자와 테이블들로 고급스럽게 연출했다. 덕분에 ‘더콘란샵’의 백미 중 하나로 꼽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인증샷이 가득 올라오고 있다. 

    다만 럭셔리, 하이엔드를 표방하는 곳인 만큼 고가 제품이 대부분이고, 다른 편집숍이나 해외직구와 비교해 가격 메리트가 별로 없다는 게 한계점으로 꼽힌다. 매장에서 만난 인테리어 전문가인 30대 김모 씨와 40대 주부 양모 씨는 “제품은 하나하나 너무 탐나지만 ‘사악한’ 가격에 선뜻 지갑을 열기는 힘들 것 같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더콘란샵’이 국내에서 성공하려면 여느 편집숍과는 다른 차별화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더콘란샵’ 관계자는 “라이프스타일을 큐레이팅하고, 고객들이 직접 고가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가장 큰 강점”이라고 밝혔다. 또 “3000가지 옵션이 가능한 소파 오더베이스, 공간 컨설팅 서비스를 통해 경쟁력 확보를 더욱 공고히 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강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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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강현숙 기자입니다. 재계, 산업, 생활경제, 부동산, 생활문화 트렌드를 두루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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