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한-베트남 상생 | 롯데주류

롯데주류, 수출로 ‘酒 한류’ 선점

‘처음처럼’ 베트남시장에 도전, ‘순하게 안착한다’

  • 호찌민=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19-11-22 14:42:17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사진 제공 · 롯데주류]

    [사진 제공 · 롯데주류]

    고향에서는 홀대받지만, 밖에만 나가면 대접이 달라지는 재화가 술이다. 국내 주류 가운데 소주가 대표적이다. 한국에서 소주는 서민의 친구다. 주정에 물을 탄 술이니 당연히 가격이 저렴하다. 음식점에서도 한 병에 4000~5000원만 내면 사 마실 수 있다. 그러나 해외로 나가면 소주는 고급 주류가 된다. 북미권이나 유럽권 음식점에서는 병당 2만 원을 호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베트남 호찌민의 한인 음식점에서 소주는 병당 20만 동(VND), 즉 1만 원 남짓 한다. 

    가격도 비싼 데다 맛도 독특하다. 위스키나 코냑, 테킬라 등 해외 증류주 같은 특유의 향이 없다. 알코올 향 뒤에 아스파르템의 단맛만 남는다. 이 때문에 소주는 해외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한국 드라마가 해외시장에서 큰 사랑을 받으면서 소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드라마 팬들이 등장인물이 마시는 초록색 병술에 궁금증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롯데주류는 이를 기회 삼아 지난해 12월 베트남 하노이에 소주 ‘처음처럼’의 플래그십 스토어 ‘K-pub 처음처럼’(처음처럼 펍)을 열었다.

    지금이 소주 알릴 적기

    베트남은 동남아지역에서 가장 큰 소주시장이다. 지난해 동남아지역에서 팔린 소주 총량은 360mℓ 병 20개가 들어 있는 상자 기준으로 약 170만 상자. 이 가운데 베트남에서 팔린 양만 42만7000상자로, 전체 소비량의 4분의 1에 달한다. 롯데주류의 베트남 현지 소주 판매량은 지난 5년간 평균 28%씩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총 300만 병의 판매고를 올려 베트남시장 진출 이래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처음처럼 펍은 동남아지역 최대 소주시장인 베트남에 ‘처음처럼’을 비롯한 롯데주류의 다양한 제품을 소개하는 매장이다. 가게 규모는 66㎡(약 20평) 50석 규모. 롯데주류의 대표 소주인 ‘처음처럼’은 물론, 과일맛 소주 ‘순하리’ 등 다양한 소주를 맛볼 수 있다. 안주도 소주 맞춤형으로 준비돼 있다. 불고기, 떡볶이 등 소주에 딱 맞는 한식을 갖추고 있는 것. 



    처음처럼 펍이 위치한 하노이 호안끼엠은 한국의 명동, 혹은 광화문과 비슷한 장소다. 지난해 12월 동남아시아 대표 축구대회인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전이 열린 날에는 거리응원을 위해 수십만 인파가 호안끼엠에 모이기도 했다. 베트남 현지인뿐 아니라, 세계 각지 수많은 여행객 사이에서도 유명한 관광지라 한국 소주를 세계에 알리기에 적합한 장소다. 

    처음처럼 펍은 이미 현지 ‘핫 플레이스’다. 이곳에서 소주는 병당 7000원. 맥주 한 잔이 1000원 남짓한 점을 감안한다면 현지 주류에 비해 비싼 편이다. 하지만 주말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케이팝(K-pop)과 드라마에 이어 최근에는 박항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인기도 높다. 베트남 현지에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이어지는 지금이 우리 술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앞으로도 현지 소비자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늘려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베트남 전역에서 ‘처음처럼’ 팔리는 날까지

    세종학당에서 한국 문화를 배우는 베트남 학생들. [사진 제공 · 롯데주류]

    세종학당에서 한국 문화를 배우는 베트남 학생들. [사진 제공 · 롯데주류]

    롯데주류는 하노이 외 다른 지역에서도 판로를 열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는 베트남 다낭국제공항 신(新)터미널 면세점에서 ‘처음처럼’을 팔고 있다. 그간 ‘처음처럼’은 국내 면세점에서만 판매됐으며, 해외 면세점에 입점한 것은 다낭국제공항이 처음이다. 면세점에서 판매되는 ‘처음처럼’은 국내에서 널리 팔리는 360mℓ 제품 4병으로 이뤄진 세트다. 

    2017년 새로 문을 연 다낭국제공항 신터미널은 연간 400만 명 여객을 수용할 수 있다. 다낭이 동남아지역 ‘가성비’ 관광지로 입소문이 나자 한국은 물론,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각국에서 관광객들이 모여들고 있다. 이에 직항 노선 등 관광객의 접근성을 높이고자 1700억 원을 들여 지은 새 공항이다. 

    롯데주류 측은 “공항 면세점 입점은 단순히 판매채널 확대를 넘어 브랜드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다. 면세점 입점 외에도 현지 안테나 숍(상품의 판매 동향을 감지하고자 메이커나 도매상이 직접 운영하는 가게) 운영을 통해 ‘처음처럼’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여 베트남시장은 물론, 동남아시장 확장을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주류는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사회공헌활동도 벌이고 있다. 한국 술에 대한 관심이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후원금을 전달하는 것은 물론, 베트남 내 ‘세종학당’ 운영을 위해 사단법인 BBB코리아를 후원하고 있다. 10월 5일에는 베트남 전국에 있는 12개 세종학당의 학생들이 한글날을 기념해 한국어 글짓기 대회, 케이팝 경연대회, 한국·베트남 문화퀴즈, 한글 캘리그라피 체험 등의 행사를 열기도 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