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대영전자의 호찌민 생산기지 ‘대영전자VINA’. [사진 제공 · 대영전자]
베트남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대영전자의 호찌민 생산기지 ‘대영전자VINA’(대영비나)를 11월 13일 직접 찾아가봤다.
좌절할 시간에 활로를 찾자
대영비나는 호찌민의 삼성전자 가전복합단지 근처에 있다. 왕복 4차선 도로를 건너면 바로 삼성전자 호찌민 공장이다. 주 거래처인 삼성전자와 가까운 곳에 자리 잡았다. 공장 규모도 커 4만㎡가 넘는 부지에 2만4000㎡의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이 모습만 보면 삼성전자라는 확실한 거래처가 있으니 베트남시장에서 쉽게 성장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대영비나도 호찌민 진출 초창기에 어려움을 겪었다.공장을 막 지었을 때만 해도 삼성전자의 물량이 충분치 않았다. 삼성전자도 호찌민 진출 초창기라 적응 시간이 필요했다. 대영전자가 호찌민 진출을 결정하고 법인을 세운 것은 2015년 5월, 공장은 2016년 3월 설립됐다. 삼성전자 가전복합단지는 2016년 1월 가동을 시작했고, 대영비나가 삼성전자 가전복합단지 협력업체로 등록된 것이 같은 해 10월이니 9개월간 공백이 있었던 셈이다. 대영비나의 주요 생산 품목은 TV, 세탁기, 냉장고에 들어가는 부품과 청소기, 공기청정기다. 생산 품목이 대부분 부품이라, 마땅한 현지 거래처가 없는 진출 초창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호찌민에 진출한 한국 거래처들의 활동을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진출 초반에는 직접 해외 영업에 나섰다. 대영비나 관계자는 “공장에 완제품 제작을 위한 플라스틱 사출 시설까지 갖췄는데 설비를 그냥 놀릴 수 없었다. 호찌민 7군 지역 국제전시장(Saigon Exhibition and Convention Center·SECC) 전시회에 청소기 같은 제품들을 무작정 출품하기도 했다. 동시에 현지 업체들을 찾아가 사출이나 일부 공정만이라도 대신해줄 수 있다며 일감을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당시 일각에서는 대영비나 직원들의 이런 노력을 헛수고로 봤다. 거래처의 활동을 기다리면서 공장 개선에 나서는 것이 낫다고 본 것. 하지만 직원들의 분투는 호재로 돌아왔다. 작게나마 주문이 들어왔고, 현지에서 대영비나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현지에서 신뢰는 국내 거래처와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공장을 설립하고 1년이 채 되지 않은 2016년 말 매출은 약 260억 원. 삼성전자와 본격적으로 거래를 시작한 2017년에는 330억 원을 기록했다. 2017년 5월 환경안전 모듈화 업체로 선정됐으며, 그해 12월에는 삼성전자 가전복합단지의 우수 협력사로 뽑히기도 했다. 이후 삼성전자와 협력으로 공장 자동화 시설을 갖춰 각 생산라인의 진척도와 불량률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말에는 일본 전산기업 ‘니덱(NIDEC)’과도 거래를 시작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820억 원이며, 올해 기대 매출은 1200억 원이다. 대영비나 관계자는 “최근 매출 규모가 커져 창고 및 건물 증설도 계획하고 있다. 당국 허가가 나오면 바로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지인 적극 채용과 관리로 최고 품질 유지
대영비나가 생산하는 제품들. [박세준 기자]
최근에는 베트남어를 배우는 한국인 직원도 늘었다. 영업부서에는 베트남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한국인 직원도 있다. 직원들은 국적 구분 없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쉬는 시간이 되면 양국 직원들이 서로 농담을 주고받곤 한다. 베트남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는 축구. 대영비나에서는 1년에 한 번씩 직원들이 축구 경기를 벌인다. 직원끼리 팀을 짜 일종의 리그전을 하는 것. 한국 직원들도 이 경기에 참가해 현지인 직원들과 함께 뛴다. 지난해 8월 한국과 베트남이 아시아경기 4강에서 맞붙었을 때는 한국, 베트남 직원이 한자리에 모여 축구 중계를 지켜봤다. 한국이 3-1로 이겼지만, 베트남 직원들도 한국 직원들만큼이나 즐거워했다는 후문.
대부분 현지인인 생산 라인 직원들도 표정이 밝았다. 업무 시간에는 공정에 집중했지만,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는 모여 수다를 떠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대영비나는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사내 복지 및 근무 환경이 좋은 회사로 꼽힌다. 대영비나 법인장을 맡고 있는 김동환 전무는 “직원들이 원하는 사안이 있으면 업무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편의를 보장하고 있다. 일하러 오는 길이 즐거워야 더 열심히 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