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 베트남 산업통상부]
꾸준한 성장세에 힘입어 베트남은 저개발국가에서 탈피해 2010년 이후 중간소득국가(Middle Income Country)로 한 단계 올라섰다. 1960년대와 1970년대 한국이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다면 베트남은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한국의 뒤를 이어 ‘홍강의 기적’을 일구고 있는 것이다. 홍강은 베트남 수도 하노이를 관통하는 강의 이름이다.
베트남은 특히 문재인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신남방정책의 핵심 국가 가운데 하나다. 한국과 베트남은 2020년 양국 무역 규모 100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교역량을 크게 늘려가고 있다. 한국의 든든한 경제파트너 국가로 부상한 베트남의 산업과 무역을 책임지고 있는 쩐 뚜엉 아잉 산업통상장관(사진)으로부터 경제발전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베트남의 고속 성장세가 눈부십니다. 그 비결이 어디에 있다고 봅니까.
“1986년 도이모이 도입 이후 베트남은 당 지도부의 안정된 지도력을 기반 삼아 경제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계속 성장해왔습니다. 특히 2007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16여 개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며 세계 생산망 및 가치사슬에 편입했습니다. 그 결과 베트남은 2010년 50위권이던 수출 규모가 2017년 26위(WTO 회원국 기준)로 수직 상승했습니다. 무역 규모가 커지면서 1인당 국내총생산(GDP)도 크게 올라 지난해에는 2500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베트남이 경제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던 데는 해외 직접투자가 큰 몫을 했다. 베트남 정부는 1988년부터 2018년까지 30년간 해외에서 베트남에 직접투자된 금액이 4385억 달러(약 516조8600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빈파스트, 베트남 최초 자동차 생산
지난해 3월 베트남 하노이 주석궁에서 열린 양해각서(MOU) 체결 및 공동기자회견에서 당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앞줄 왼쪽)과 쩐 뚜엉 아잉 베트남 산업통상장관이 MOU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원대연 동아일보 기자]
“산업의 무게중심이 채광산업에서 제조업으로 바뀌었습니다. GDP에서 제조업의 비중은 2011년 13.4%에서 2018년 16%로 증가한 반면, 채광산업은 같은 기간 9.9%에서 7.4%로 감소했습니다. 현재는 제조업이 국가 경제의 주력 분야가 됐습니다. 가장 높은 성장지수를 달성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가 예산에 기여하는 비중(55%)도 가장 큽니다.”
베트남 산업 가운데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분야로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요.
“섬유와 신발, 전자산업입니다. 이 분야들은 여러 베트남 기업이 그룹을 형성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조립 분야에는 빈그룹(Vingroup)과 쯔엉 하이(Trường Hải), 타인 꽁(Thành Côn)이 있고, 식품 및 유제품 분야에는 비나밀크(Vinamilk)와 TH 트루밀크(TH True Milk)가 있습니다. 철근과 금속 분야에도 호아 센(Hoa Sen)과 화 팟(Hòa Phát), 포미나(Pomina), 남경(Nam Kinh) 등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빈그룹 자회사인 빈파스트(Vinfast)는 지난해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국제 자동차 전시회에 베트남 최초로 세단과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형을 자체적으로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쩐 장관은 “빈파스트가 베트남 최초로 자동차를 생산하게 된 것은 베트남 제조 기업의 큰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그는 “베트남 제조업의 비약적인 발전에도 한계 역시 뚜렷하다”며 “제조업이 크게 활성화됐지만 여전히 해외직접투자(FDI) 의존도가 높고 대부분 부품을 수입해 조립 및 가공하는, 부가가치가 낮은 분야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앞으로 베트남 제조업이 극복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베트남 전국에 8만여 개의 생산·제조 기업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재정 능력이 열악하고 기술적 한계도 분명합니다. 특히 핵심 기술을 보유한 베트남 제조업이 많지 않습니다. 이 점은 베트남 제조업이 극복해가야 할 과제입니다.”
베트남 정부가 앞으로 전략적으로 육성하려는 산업 분야와 업종은 무엇입니까.
“베트남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자 2030년까지 전기 및 정보통신산업을 적극 육성할 계획입니다. 특히 친환경 그린에너지산업과 재생에너지, 스마트에너지 분야에 집중할 예정입니다. 다른 산업에 비해 베트남 기업들이 강점을 가진 섬유와 신발산업의 경우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집중 육성하고, 금속산업 분야에서는 자동차와 농업기계뿐 아니라, 산업용과 의료용 장비에 대한 투자도 우선적으로 해나갈 계획입니다.”
미·중 무역갈등 속에서도 베트남이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해온 것은 섬유와 의류는 물론, 휴대전화와 개인용 컴퓨터, 전자부품 분야에서도 가격 및 품질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산업 분야는 대부분 한국 기업이 베트남에 직접투자했다. 한국과 베트남의 협력이 베트남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쩐 장관은 베트남에서 생산한 후 해외로 수출하는 제품의 품질 향상에도 적극 투자하는 동시에, 1억 인구 가운데 중산층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베트남 내수시장 확대에 필요한 유통산업도 적극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편의점 같은 유통 분야에서 활동할 그룹의 설립을 적극 지원하고, 인터넷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와 법률도 보완할 계획입니다.”
산업이 고도로 발전하려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적인데요. 베트남 정부는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을 위해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나요.
“과거에는 석유와 석탄 등 천연자원 수출이 국가 예산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하지만 제조업이 발달하고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2015년 이후 베트남도 에너지 수입국으로 전환됐습니다. 특히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에너지 확보가 당면 과제로 부상했습니다. 2017년 에너지 수급량은 전년도에 비해 2% 증가했지만, 전기 수급량의 경우 같은 기간 8.9%로 더 크게 늘어났습니다. 제조업 비중이 커지고 국민의 소득 수준도 높아지면서 해마다 전기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베트남 정부는 2035년까지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도록 중장기 에너지 수급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가스 소비시장 발전시켜갈 것
베트남 하노이 호안끼엠에 자리한 산업통상부 건물(위). 베트남 산업통상부 1층 로비에는 세계 각국의 국기가 걸려 있다. [구자홍 기자]
앞으로 베트남에서 한국 기업과 협력이 유망하다고 생각하는 분야는 무엇입니까.
“그동안 베트남과 한국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는 정신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적으로 협력해왔습니다. 특히 자동차 조립 생산과 휴대전화 같은 디지털 제품, 섬유와 신발, 부품산업 등에서 큰 성과를 거뒀습니다. 이런 성과를 기반 삼아 앞으로 모든 산업 분야에서 한국 기업과 베트남 기업이 더 많이 협력해갈 수 있도록 한국 기업에게 우대정책을 펴고 지원도 최대한 제공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