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의환향 손학규 “대권 앞으로!”](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11/05/02/201105020500004_1.jpg)
‘심판’보다 변화에 목마른 국민
반면 민주당은 마땅한 후보조차 찾지 못했다. 외부 인사를 영입하려고 손 대표가 직접 나섰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민주당 역시 야권연대 차원에서 전남 순천을 민주노동당 후보에게 양보한 터라 위기감은 더했다. 경남 김해에서는 야권연대 경선과정에서 국민참여당 후보에게 패하고, 민주당 강원도지사 후보로 출마한 최문순 전 의원 역시 한나라당 엄 후보에 비해 약체로 평가되면서 단 한 석도 건지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결과적으로 손 대표의 출마는 이 같은 불리한 판세를 뒤집는 데 결정적 구실을 했다는 평가가 많다.
그렇다고 야권 승리가 절대적으로 손 대표나 민주당이 잘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는 전문가는 드물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잘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서울대 정치학과 강원택 교수는 “이번 선거 결과는 민주당 쪽 요인보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대한 민심 이반이라는 요인이 승부를 가르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전세난, 물가 상승 등으로 집권 여당에 대한 서민층과 중산층의 불만이 큰 데다, (분당을) 공천과정에서 당내 계파 간 갈등까지 빚어져 지지층이 등을 돌린 결과”라고 덧붙였다. 강 교수는 그다음 주요 요인으로 손 대표를 꼽았다. “손 대표가 분당지역 유권자에게 그 나름대로 어필할 수 있는 후보자였기 때문에 선택받은 것”이라는 게 강 교수의 설명이다.
명지대 교양학부(정치학과) 김형준 교수는 “이번 선거 결과는 특정 정당의 독주를 용인하지 않는 국민의 견제심리가 작동한 것”이라면서 “심판의 기능보다 변화에 대한 욕구가 더 컸다”고 주장했다. 그의 설명이다.
“이번 선거의 핵심 코드는 ‘심판’이 아니라 ‘변화’다. 분당에서 손 대표가 승리한 것도 그 때문이다. 분당 주민들은 한나라당 텃밭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변화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고, 그 결과가 손 대표 지지로 이어진 것이다. 김해도 마찬가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친노세력에 대한 지나친 집착에서 벗어나고 싶은 변화 욕구가 반영된 결과다. 다만 강원도는 한나라당의 텃밭이라는 기존 평가 틀에서 변화하려는 욕구와 이광재 전 지사에 대한 애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어찌 됐든 이번 선거의 최대 수혜자가 손 대표라는 데는 정치권은 물론, 전문가 사이에서도 큰 이견이 없다. 김 교수도 “유권자가 손 대표가 좋아서 선택했다고 보진 않지만, 결과적으로 손 대표의 대권 경쟁력이 강화됐기 때문에 당도 손 대표 중심으로 결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김 교수의 이런 전망에는 전제 조건이 따른다. 손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중산층의 꿈’을 내세웠다. 중도 성향의 유권자를 타깃으로 삼은 것. 20~40대 직장인이 대부분 중도 성향의 중산층에 해당한다. 손 대표의 승리는 결국 이들의 선택 덕분이다. YTN·한국리서치의 분당을 선거구 출구조사 결과를 봐도 한눈에 알 수 있다(그래프 참조).
김 교수는 바로 이 점에 주목한다. 손 대표의 지지율은 2010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선출된 직후 잠시 급등했다. “잃어버린 600만 표를 찾겠다”며 중도를 표방한 결과였다. 하지만 당내 헤게모니 경쟁에서 ‘좌 클릭’하며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손 대표가 그 같은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금의환향 손학규 “대권 앞으로!”](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11/05/02/201105020500004_3.jpg)
문제는 손 대표의 당내 지지기반이 약하다는 점이다. 당대표에 선출된 이후에도 자신의 중도색깔을 내지 못한 채 진보 성향을 강화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것이 바로 손 대표의 대권 경쟁력이자 한계라는 지적이다. 다행히 이번 선거에서 승리해 손 대표의 당내 영향력은 강해졌다. 김 교수는 “이제 진보와 중도를 아우를 수 있는 ‘손학규식 제3의 길’을 모색하고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강원택 교수도 “이번 선거 전과 후, 손 대표에 대한 평가는 극명히 달라질 것”이라면서 손 대표의 대권 경쟁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현 정부에 반감을 갖거나 변화의 필요성을 느낀 사람에게 대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중산층과 보수 성향이 두터운 분당에서의 승리는 큰 의미를 지닌다는 게 강 교수의 평가다. 손 대표가 분당에서 통한다면 수도권 전체에서도 한나라당 대권 후보를 상대로 충분히 승산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대권 후보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수도권 지지기반이 약하다는 점도 상대적으로 손 대표에게는 강점이다. 경기지사와 보건복지부(전 보건사회부) 장관 출신이라는 점도 행정 경험이 전혀 없는 박 전 대표보다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물론 손 대표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강 교수는 “이제 손 대표에게 남은 과제는 ‘손학규 표’ 정책과 비전이 무엇인지를 국민에게 보여주고, 당내 노선 투쟁과정을 통해 검증받으면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 측도 이 같은 지적에 동의한다. 민주당 이철희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은 “그동안 진보 노선을 강화했던 것은 민주당을 떠난 진보 성향의 지지층을 회복하고 한나라당과 차별화하려는 전략이었다. 이제 진보와 중도를 아우르는 큰 틀을 만들어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해 국민의 동의를 얻어야 비로소 정권 교체를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이를 위해 앞으로 정의, 복지, 노동 세 가지를 주요 어젠다로 삼고 정책과 비전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