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환경 변화로 원자력 위상 높아져
4월 26일 한국원자력문화재단(KONEPA) 이재환 이사장은 “위기는 곧 기회”라며 “원전에 대한 잘못된 공포심을 잠재우고 원전기술을 계속 발전시킨다면 한국은 2030년 세계 3대 원전 강대국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1992년 설립된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은 국내 유일의 대국민 원자력홍보전담기관이다. 원자력 발전 확대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할 뿐 아니라, 해외에 한국 원전기술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국제 원자력 유관기관과 협력을 강화하는 구실도 한다. 2009년 취임한 이 이사장은 1982년 대전을 지역구로 제11대 국회의원에 재직할 당시부터 원자력에 관심을 가졌다.
“당시 대덕연구단지에서 매달 21개 정부출현 연구기관이 회의를 열었습니다. 거기서 한필순 당시 원자력연구소 소장이 ‘에너지 없는 나라에 원자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고, 저 역시 한 소장에게 교육받아 원자력 전문가가 됐죠. 14대 국회의원으로 재선돼 국회 내 통상산업위원회(현 지식경제위원회)에서 활동하며 ‘국회 내 원전 전문가’로 불렸습니다.”
이 이사장은 “1980년대 초만 해도 21개 정부출현 연구기관 가운데 원자력연구소 연구소장의 힘이 가장 떨어졌지만, 2000년대 후반 들어 원자력이 각광받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이 이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2000년대 중·후반에 기후 변화를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화석연료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또한 인도와 중국 경제가 급속히 발전하면서 화석연료 고갈 속도도 빨라졌고, 그만큼 대체에너지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높아졌다. 이 때문에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원전 건설을 전면 중지하다시피 했던 유럽도 2009년 다시 원전 건설에 나섰다.
1978년 고리 원전 1호기 가동으로 시작한 한국 원전 역사에서 2009년은 반환점이었다. 최초로 해외에서 원전을 수주했기 때문. 이 이사장은 “한국이 원전을 수출할 수 있었던 것은 국내에서 원자력에 대한 반감이 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09년 당시까지 국내에 원전 30기를 건설하고 사고 한 번 없이 운영했지만 ‘위험하다’는 막연한 공포심이 사라지지 않았던 것. 이 이사장은 “원전은 ‘종합과학기술’의 결정체로, 세계 5대 석유 강대국인 UAE에 원전을 수출하면서 우리 과학기술의 우수성을 알렸다. 그뿐 아니라 중동국가와 처음으로 경제협력을 맺었다는 점도 역사적, 정치적으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원자력의 필요성, 원자력의 우수성에 대해서는 수긍하지만, 일부는 아직 원자력의 안전성에 불안감을 표시한다. 특히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국내에서 방사능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불안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 이사장은 이에 대해 “방사능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한국 원전기술 한 단계 발전 확신
2010년 12월 이명박 대통령이 말레이시아에서 ‘대한민국 원전 홍보관’을 둘러보고 있다.
그는 이번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세계적으로 원전 안전성을 재고할 기회”라고 평가했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전에는 구(舊)소련과 미국의 우주개발 경쟁으로 원자로의 위험성에 대한 관심 및 대책이 미흡했던 것이 사실. 하지만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원자력 안전성과 관련해 긴장감이 돌면서 기술 역시 상당히 발전했다는 것이다. 이 이사장은 “단적으로 1997년 미국 스리마일 섬(TMI)에서 핵원료가 녹는 중대 사고가 발생했지만 방사능 유출을 막는 격납용기 덕에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방사능도 유출되지 않았다”며 “이 자체가 ‘체르노빌의 교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원전 자체의 결함이 아닌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임을 강조하면서 “일본 및 세계 원전 국가들이 자연재해에 대한 대비책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역시 민관 합동조사단이 어떻게 하면 더 안전하게 원전을 유지할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KAIST 장순웅 교수는 자연재해로 원전에 공급하는 전력장치가 꺼질 것에 대비해 비상시 전력공급 장치를 이동식으로 별도 제작하자는 아이디어까지 내놓았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한국 원전기술은 한 단계 발전하리라 확신합니다.”
4월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원자력 안전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원전에 대한 전 세계적 논의가 잠잠해졌지만 한국은 말레이시아, 터키, 베트남, 태국에 원전을 수출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본래 올 초 말레이시아와 한국원자력문화재단 간 ‘원자력 국민수용성 증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일본 원전사고 때문에 ‘올 스톱’된 상태다. 2010년 8월부터 태국과도 협의 중이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부통령이 한국 내 원전을 시찰했다.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도 소형 스마트원자로에 관심이 많다. 또한 2010년 건설 단가 문제로 주춤했던 터키 원전 수주 역시 재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한 대용량 신형 원전인 신고리 3호기 원자로.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은 2010년 12월 9일 이명박 대통령이 말레이시아를 방문했을 당시 현지에 ‘대한민국 원전 홍보관’을 설치했다. 이 이사장은 “대통령이 말레이시아 국무총리 등과 함께 홍보관을 돌며 영어로 직접 우리 원전의 우수성을 홍보했다”면서 “대통령은 우리 홍보활동에 매우 흡족해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대통령이 원전 수출에 관심이 많고,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아시아 국가를 상대로 한 원전 수출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원전 수출은 단순한 사업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신성장동력을 개발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2010년 7월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2009년 세계원자력협회(WNA)는 “2030년까지 세계에 원전 430기가 늘어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이사장은 “그중 80기를 한국이 해외에 짓는 게 목표”라며 “이를 통해 원자력 3대 강국이 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현재 한국의 성장동력은 정보기술(IT), 자동차, 조선입니다. 하지만 2020년까지 이 3개 성장동력이 유지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가능한 한 빨리 우리나라의 신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데, 현재 우리가 기술면에서 앞선 것 가운데 하나가 원전 건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