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전히 ‘멍한’ 상태로 출근한 강씨.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다 보니, 안 그래도 ‘빵빵한’ 배가 터질 것만 같다. 바지 단추는 점심식사 후 풀어버렸다. 배에 가려 발가락이 보이지 않은 지 오래. 땀 흘리며 운동했던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골프연습장 이용료 한 달치를 선금으로 냈지만 야근과 회식 때문에 한 번밖에 못 갔다. 이젠 오래 걷는 것도 힘들다. ‘이렇게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쓰러지는 게 아닐까?’ 강씨는 갑자기 우울해졌다.
30, 40대 직장인이라면 강씨의 일상이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강씨처럼 줄담배에 잦은 과음까지 하며 운동이라곤 전혀 하지 않는 40세 중년 남성이 질병으로 남은 생애에 지출해야 할 의료비는 과연 얼마일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생애의료비 추정을 통한 국민의료비 분석’(정영호·고숙자)에 따르면, 강씨의 경우 40~64세에 암과 순환기 질환 등으로 2200여만 원, 65세 이후엔 3600여만 원을 지출할 것으로 보인다(2007년 기준). 이 두 시기의 합계(약 5800만 원)는 남성 국민 1인당 총 생애의료비인 약 7415만 원의 80%에 육박한다. 만약 담배를 계속 피우면 뇌혈관 질환으로만 약 3000만 원을 지출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비흡연자보다 1100만 원 이상 많다.
여성은 어떨까. 술, 담배는 하지 않지만 운동부족으로 체지방률이 높은 40세 여성은 40~64세에 약 2500만 원, 65세 이후에 약 4600만 원의 의료비를 지출할 것으로 보인다. 이 역시 여성 국민 1인당 총 생애의료비인 약 8787만 원의 80% 이상이다. 다만 퇴행성(근육·골격) 질환의 비중이 암이나 소화기, 순환기 질환보다 다소 높다는 것이 남성과의 차이점. 하지만 남녀 모두 40세 이후 암, 고혈압, 당뇨, 위장염 등 ‘현대인의 병’이라 불리는 만성질환에 의료비 대부분을 지출한다.
40세 男, 생애의료비로 5800만 원 지출
개인이 질병 때문에 지출하는 비용은 단순히 의료비에 그치지 않는다. 치료를 위해 입원하거나 장기간 요양하면 ‘작업 손실비용(돈벌이를 하지 못해 발생하는 손해)’이 발생한다. 특히 조기 사망을 하면 각 연령에서 남은 생애에 벌어들일 수 있는 평생 소득이 사라진다. 이 손해가 상황이나 개인에 따라선 의료비보다 어마어마하게 커질 수 있다.
이런 손실은 한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07년 질병비용과 건강친화적 재정정책’(정영호)에 따르면 2007년 우리나라의 질병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약 56조633억 원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6.28%에 이른다. 연령별로는 40대가 13조3093억 원으로 가장 높았고, 50대가 12조7535억 원으로 뒤를 바싹 쫓았다. 특히 40, 50대는 질병으로 인한 노동생산성 손실, 즉 인적 손실이 다른 연령대보다 월등히 많았다.
질병별로는 암이 10조6249억 원(18.76%)으로 가장 높았고 순환기계 질환(7조8831억 원·13.92%), 소화기계 질환(7조6749억 원·13.55%), 호흡기계 질환(5조9637억 원·10.53%)이 뒤를 이었다. 즉 암,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이 전체 비용의 56.76%나 됐다. 더 큰 문제는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만성질환으로 인한 비용이 더 급증하리라는 점. 물론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OECD Health Working Paper’(2008)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60%도 만성질환으로 사망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고령화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이처럼 만성질환은 개인의 건강과 행복, 부(富)를 앗아가는 건 물론 엄청난 사회경제적 비용을 발생시킨다. 실제 2010년 건강보험 당기 재정적자가 1조8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있다. ‘국내 보건의료 정책이 치료 위주에서 예방 중심으로 변해야 한다’는 주장이 급부상하는 것도 이 때문. 실제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측은 2010년부터 향후 10년 동안 계속될 건강보건 정책(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 2020)의 핵심을 ‘예방’과 ‘관리’ 그리고 ‘맞춤형 건강법의 보급’에 두고 있다. 아무리 훌륭한 보건 정책과 의료기술이 제공된다 해도 각 개인의 상황에 맞지 않는 질환 예방법과 진단기술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각 개인이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체질, 가족력을 알고 거기에 맞는 건강법을 선택할 때만 의료비용의 과잉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 만성질환은 흡연, 음주, 과식, 운동부족 등 생활습관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이를 조금만 개선해도 예방할 수 있다. 한 예로 핀란드는 국가가 개입해 25년간 성인 남자의 생활습관을 바꾸게 한 결과 전체 사망률이 49%나 감소했다. 특히 심혈관 질환은 68%, 관상동맥 관련 질환은 73%, 암은 44%, 폐암은 71% 줄었다(‘OECD Health Working Paper’).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용하 원장은 “보건의료 서비스가 치료에서 예방 중심으로 바뀌고, 공급자 위주의 획일적 의료 서비스가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관리 서비스로 변해야 건강보험 재정의 안정 등 전반적인 보건의료 정책이 순항할 수 있다”며 “대국민 홍보를 통해 국민 스스로가 예방의 중요성을 깨닫고, 자신의 몸 상태에 따라 ‘맞춤형’ 건강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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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박람회 2010’ 통해 대국민 홍보
2010년 5월 4일(화)부터 9일(일)까지 서울 강남구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진행되는 ‘건강박람회 2010’(보건복지부 주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주관, 동아일보·KBS 후원, 식품의약품안전청·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동아제약·유한양행·우리은행·교보생명·서울대학교병원 서울권역 응급의료센터 협찬)은 이런 취지에서 기획된 행사다. 10년 전 열렸던 ‘건강박람회 2000’이 건강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끌어올렸다면, ‘건강박람회 2010’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번 박람회 주제인 ‘u-Health 시대, 내가 디자인하는 건강생활’ 역시 개개인이 자신에게 맞는 건강관리법을 찾아, 질병에 걸릴 확률을 낮추고 예방하자는 데 방점을 둔다.
이번 박람회는 ‘건강 Life 진단관’(이하 진단관), ‘건강 Life Plus관’(이하 플러스관), ‘건강 LIfe 미래관’(이하 미래관)으로 구성된다. 모든 프로그램은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먼저 진단관에서는 자신의 건강 상태, 질병 유무를 알려주는 건강검진과 한방 체질진단 등을 받을 수 있다. 건강검진은 비만도, 체성분 분석, 동맥경화, 폐연령, 골밀도 등 20여 종에 이른다. 위암, 대장암, 간암, 유방암, 자궁암 등 암 질환 및 예방법과 ‘건강의 바로미터’라 불리는 구강보건 프로그램도 유용하다. 구강보건 코너에서는 현미경을 이용해 구강세균을, 치면 착색제와 플라크 관찰판으로 세균막을 직접 볼 수 있다. 구취 측정, 불소 도포, 올바른 칫솔질 교육은 어린이에게, 틀니 수리와 세척 및 입 체조 교육은 노년층에게 좋다. 줄기세포 연구를 이용한 노화방지 프로그램 체험도 흥미롭다.
플러스관은 건강한 생활습관 만들기에 초점을 뒀다. 식습관 개선을 위한 영양 상담은 물론 현장에서 측정한 체력 결과를 바탕으로 맞춤형 운동처방을 받을 수 있다. 자신의 음주 유형에 따른 건강한 음주법, 단계별 금연 노하우도 제공된다. 또 여성 질환 정보는 산부인과에 가기 꺼리는 미혼 여성에게 유용하다. 특히 눈길이 가는 것은 정신건강 코너. 우울증,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에 대한 간이 진단과 전문의 상담이 이뤄지며 특히 어린이를 위한 치료법으로 주목받는 음악·미술·모래·웃음치료 등을 체험할 수 있다. 건강한 성생활을 위한 ‘아름다운 성’ 코너는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도 참고할 만하다.
미래관은 우리 정부의 건강증진 정책 성과와 비전을 소개한다. 또 언제, 어디서나(Ubiquitous) 이용자가 원하는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u-Health Care를 미리 맛볼 수 있다. 온라인으로 나의 당뇨 수치를 관리하고, 모바일 기기로 혈압·혈당·체지방 등을 측정해 병·의원 또는 전문가에게 보내본다. 다양한 원격 의료 상담도 이뤄진다.
건강한 대한민국 모두의 노력 필요
이 같은 상설전시 외에도 가족 단위 관람객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와 ‘퇴행성 관절염과 류마티스 관리와 예방’(한양대류마티스병원 배상철 원장), ‘건강한 노후를 위한 장수 특강’(서울대병원 박상철 교수), 청소년 정신건강 특강(사는 기쁨 신경정신과 김현수 원장), ‘인터넷·게임 중독 예방 특강’(한국정보화진흥원 고영남 센터장) 등 건강 강좌도 준비돼 있다(표 참조).
하지만 정부가 아무리 좋은 건강증진 정책을 내놓는다 해도, 또는 한 개인이 자신의 생활습관을 고치려고 노력한다 해도,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앞서 소개한 대기업 인사팀장 강씨가 건강관리를 제대로 못한 건 개인의 문제인가, 아니면 조직의 문제인가. 개인과 조직, 사회 전반의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
페스탈로치는 말했다.
“건강한 몸을 가지지 않은 자는 조국에 충실하기 어렵고 좋은 부모, 좋은 자식, 좋은 이웃이 되기 어렵다.”


▶담배 못 끊고 배 나온 아빠
진단관 건강검진, 사상체질 진단 및 3차원 맥 영상분석, 5대 암 정보
플러스관 금연침 · 뜸, 금연 프로그램 상담, 대사증후군 예방 및 치료, 자신의 음주 유형에 맞는 건강한 음주법, 직업병 예방을 위한 사업장 건강증진
미래관 u-Health 건강관리, 부모님 원격 건강관리
▶날로 느는 체지방이 걱정인 엄마
진단관 건강검진, 유방암 자가검진 정보 및 유방암 이겨낸 사람들의 이야기, 아쿠아 마사지 체험, 통합비만체형관리 프로그램
플러스관 인터넷을 통한 태아 판독, 아동 및 가족의 심리검사와 상담
미래관 임신 중 당뇨 케어 온라인 서비스, 줄기세포 연구 통한 차세대 미백·치아교정, 첨단 피부·모발 진단
▶공부에 지친 울적한 청소년
진단관 사상체질 진단, 체형 진단 및 근골격 치료, 비만체형관리 프로그램
플러스관 우울증·주의력 측정 및 상담, 예술치료 체험,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
미래관 스트레스 모니터링 u-Health 건강관리, 차세대 피부·치아·모발 건강
▶게임 많이 하고 편식하는 어린이
진단관 올바른 칫솔질 배우기, 지점토 치아 만들기, 치과 놀이, 충치 예방 위한 불소 바르기, 아토피·비염·천식 원인 및 치료
플러스관 키쑥쑥 배쏙쏙 영양 및 운동 프로그램 디자인, ADHD 상담, 어린이 미술·음악·모래치료
미래관 가상 음주체험, 대한민국 건강도시 여행
▶관절 아프고 기력 떨어진 어르신
진단관 틀니 세척 및 수리, 시린 이에 불소 바르기, 객담 검사, 침침한 눈 검진, 암 예방 및 진담 상담
플러스관 노년기에 맞는 영양식단, 올바른 걷기 정보, 한방 건강관리 체험, 금연 및 절주 프로그램
미래관 예방적 원격건강관리 서비스, 온라인 당뇨관리, 탈모 및 치과 신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