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표적구에 가깝게 공을 던져야 이기는데 더 이상 표적구에 가깝게 다가갈 수 없다면, 아무리 노력해도 다다를 수 없다면 그땐 기준을 바꿔야죠.”
영화 ‘섹스 볼란티어’의 한 장면. 여주인공 예리는 뇌성마비 장애인의 보치아 게임을 돕다 흰 표적구를 붉은 공으로 때린다. 보치아는 뇌성마비 장애인을 위한 스포츠로, 표적구에 가장 가까이 공을 붙인 사람이 점수를 얻는다.
‘섹스 볼란티어’는 영화 전공생 예리와 뇌성마비 장애인 황천길, 천주교 신부 3명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다. 경찰은 성매매가 이뤄진다는 제보를 받고 현장을 급습하지만 성관계를 가진 예리와 황천길은 성매매가 아닌 성(性)자원봉사였다고 말한다. 이를 기자가 취재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조경덕(37) 감독은 장애인의 척박한 환경을 이야기하고 싶어 섹스자원봉사로 화두를 삼았다고 고백한다.
“제가 답을 제시할 수는 없습니다. 영화 속 대사를 빌려 말하면, 사람의 정답이란 사람 수만큼, 꼭 그만큼 존재하는 게 아닐까요? 섹스자원봉사가 가능하다,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장애인 이동권을 얘기했다면 이만큼 반응이 있지도 않았겠죠.”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 속 에피소드로 역시 보치아 게임 장면을 꼽았다.
“기준 공을 때리면 판이 한 번에 바뀝니다. 우리 안의 기준, 비장애인이 만들어놓은 기준에 대해 말하고 싶었어요. 장애인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원래 계단이 있던 곳을 경사로로 바꾸면 장애인뿐 아니라 유모차를 모는 엄마, 노인들도 편해집니다. 기준을 바꾸면 모두가 편해지는 그런 것들에 대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섹스 볼란티어’는 최근 인터넷에서 무료 개봉했다. 이른바 ‘0원(永遠) 개봉’. 입소문을 타면서 영화를 볼 수 있는 사이트도 점차 늘고 있다. 수익 내기에 몰두하는 현대인의 기준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영화 수익을 포기한 채 무료 개봉을 선택한 이유는 전주영화제에서 영화가 유출된 탓도 있지만, 영화관에 올 수 없는 장애인에게 보여주려는 의도도 있다.
“장애인이 영화를 보러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하고 싶었는데, 집에서 보게 해 아쉽습니다. 원래 국회의사당 야외에서 영화를 상영하려고 했어요. 실내에서 영화를 틀면 편의시설이 없어 장애인들이 관람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하지만 전례가 없어 국회의원 대회의실에서 상영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무료 상영을 했지만 ‘섹스 볼란티어’는 2009 상파울로국제영화제 대상, 제23회 싱가포르국제영화제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 수상 등 해외 영화제에서 인정받았다. 하지만 조 감독은 가장 기쁜 날로 영화상을 수상하던 날이 아닌 15세 등급 판정을 받은 날을 꼽았다.
“최소한 에로영화는 아니라는 판정을 받았다는 기쁨이 있었죠. 통쾌했습니다.(웃음) 19금 판정을 받았다면 자극적으로 포장해 관객을 낚으려는 사람들도 생겨났을 겁니다.”
영화는 시작부터 상업적 기준에서 벗어나 있다 보니 우여곡절도 많았다. 처음 시나리오를 본 제작사들은 감독에게 “등장인물이 많다” “플롯이 복잡하다” “내용이 자극적이지 않다”며 ‘센 베드신’을 요구했다. 게다가 장애인 역할에도 실제 장애인 대신 비장애인 연기자를 쓰도록 했다. 조 감독은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비장애인 배우가 장애인을 흉내 내서 잠깐 연기할 수는 없습니다. 인물 설정만 빼면 영화 속 집창촌의 성매매 여성들과 관련된 에피소드도 2년간 취재해서 나온 결과물입니다. 장애인의 현실을 상상으로 그린다면 죄 짓는 일이죠.”
그는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웃으며 즐겁게 영화를 찍는다는 말로 대신했다.
“저는 투사가 아닙니다. 영화를 즐겁게 찍었어요. 경제적으로 쫄딱 망해도 기준을 뒤집으니 삶이 풍요로워졌습니다.”
영화 ‘섹스 볼란티어’의 한 장면. 여주인공 예리는 뇌성마비 장애인의 보치아 게임을 돕다 흰 표적구를 붉은 공으로 때린다. 보치아는 뇌성마비 장애인을 위한 스포츠로, 표적구에 가장 가까이 공을 붙인 사람이 점수를 얻는다.
‘섹스 볼란티어’는 영화 전공생 예리와 뇌성마비 장애인 황천길, 천주교 신부 3명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다. 경찰은 성매매가 이뤄진다는 제보를 받고 현장을 급습하지만 성관계를 가진 예리와 황천길은 성매매가 아닌 성(性)자원봉사였다고 말한다. 이를 기자가 취재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조경덕(37) 감독은 장애인의 척박한 환경을 이야기하고 싶어 섹스자원봉사로 화두를 삼았다고 고백한다.
“제가 답을 제시할 수는 없습니다. 영화 속 대사를 빌려 말하면, 사람의 정답이란 사람 수만큼, 꼭 그만큼 존재하는 게 아닐까요? 섹스자원봉사가 가능하다,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장애인 이동권을 얘기했다면 이만큼 반응이 있지도 않았겠죠.”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 속 에피소드로 역시 보치아 게임 장면을 꼽았다.
“기준 공을 때리면 판이 한 번에 바뀝니다. 우리 안의 기준, 비장애인이 만들어놓은 기준에 대해 말하고 싶었어요. 장애인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원래 계단이 있던 곳을 경사로로 바꾸면 장애인뿐 아니라 유모차를 모는 엄마, 노인들도 편해집니다. 기준을 바꾸면 모두가 편해지는 그런 것들에 대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섹스 볼란티어’는 최근 인터넷에서 무료 개봉했다. 이른바 ‘0원(永遠) 개봉’. 입소문을 타면서 영화를 볼 수 있는 사이트도 점차 늘고 있다. 수익 내기에 몰두하는 현대인의 기준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영화 수익을 포기한 채 무료 개봉을 선택한 이유는 전주영화제에서 영화가 유출된 탓도 있지만, 영화관에 올 수 없는 장애인에게 보여주려는 의도도 있다.
“장애인이 영화를 보러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하고 싶었는데, 집에서 보게 해 아쉽습니다. 원래 국회의사당 야외에서 영화를 상영하려고 했어요. 실내에서 영화를 틀면 편의시설이 없어 장애인들이 관람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하지만 전례가 없어 국회의원 대회의실에서 상영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무료 상영을 했지만 ‘섹스 볼란티어’는 2009 상파울로국제영화제 대상, 제23회 싱가포르국제영화제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 수상 등 해외 영화제에서 인정받았다. 하지만 조 감독은 가장 기쁜 날로 영화상을 수상하던 날이 아닌 15세 등급 판정을 받은 날을 꼽았다.
“최소한 에로영화는 아니라는 판정을 받았다는 기쁨이 있었죠. 통쾌했습니다.(웃음) 19금 판정을 받았다면 자극적으로 포장해 관객을 낚으려는 사람들도 생겨났을 겁니다.”
영화는 시작부터 상업적 기준에서 벗어나 있다 보니 우여곡절도 많았다. 처음 시나리오를 본 제작사들은 감독에게 “등장인물이 많다” “플롯이 복잡하다” “내용이 자극적이지 않다”며 ‘센 베드신’을 요구했다. 게다가 장애인 역할에도 실제 장애인 대신 비장애인 연기자를 쓰도록 했다. 조 감독은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비장애인 배우가 장애인을 흉내 내서 잠깐 연기할 수는 없습니다. 인물 설정만 빼면 영화 속 집창촌의 성매매 여성들과 관련된 에피소드도 2년간 취재해서 나온 결과물입니다. 장애인의 현실을 상상으로 그린다면 죄 짓는 일이죠.”
그는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웃으며 즐겁게 영화를 찍는다는 말로 대신했다.
“저는 투사가 아닙니다. 영화를 즐겁게 찍었어요. 경제적으로 쫄딱 망해도 기준을 뒤집으니 삶이 풍요로워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