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Health가 실현되면 국민의 의료선택권과 접근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21세기 중반을 무대로 한 영화 ‘아일랜드’의 한 장면이다. 먼 미래의 모습처럼 보이지만 현재 기술 수준으로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영화의 주인공처럼 살 수 없다. 그와 관련한 법안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 의료법 제34조(원격의료)에 따르면 원격의료는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의료인(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간에 의료정보 교환만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환자와 의사 간 원격의료는 허용되지 않는다.
‘u-Health’ 사업의 가능성 열리다
하지만 4월 6일 이를 가능케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의결돼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어 원격의료의 가능성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 제34조에 따르면 ‘의료인은 자신이 근무하는 의료기관 외의 장소에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컴퓨터, 영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진찰, 처방 등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원격의료를 행하는 의료인은 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에는 다른 의료인의 지원을 요청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병원의 의료정보 시스템, 이와 연계된 원격진료, 환자관리 등이 통합된 ‘u(유비쿼터스)-Health’ 서비스 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물론 법안이 통과된다 해도 국민 모두가 원격진료를 받게 되는 건 아니다. 한국u헬스협회 김석화 부회장(서울대 교수)은 “지난 20여 년간 u-Health 시범사업만 진행하다 이제야 법안을 마련하게 됐다. 하지만 도서·벽지 거주자, 교정시설 수용자 등 의료기관 이용이 제한된 자, 의료기관 외의 장소에서 계속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자 등으로 대상이 한정된 게 문제다. 국민의 의료선택권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범위를 만성질환자 등 일반 환자로까지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에 대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보건복지부, 지식경제부, 행정안전부 등 정부 부처는 u-Health 시범사업을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해왔다. 건국대병원 심혈관외과클리닉은 ㈜모비컴과 함께 ‘심장환자 원격진료 시스템’을 개발해 심장질환자가 휴대형 심전도 장치와 3G 휴대전화를 연결해 의사에게 심전도 상태를 실시간 전송하고 상담받을 수 있게 했다. 서울대병원은 만성폐쇄성폐질환(해소, 천식, 기참) 환자를 대상으로 전자청진기, 산소 분압 측정 기기 등을 통해 폐활량을 검사하고 숨 쉬는 행태를 수시로 체크한다.
4월 20일 기자가 방문한 서울아산병원 당뇨병센터에서도 한창 u-Health가 실현되고 있었다. 내분비내과 박중열 교수(당뇨병센터장)가 당뇨 환자를 진료할 때 컴퓨터 모니터상에 EMR(전자의무기록) 차트를 열면서 ‘당뇨결과 조회’ 버튼을 클릭하자 ‘환자의 혈당 변화 추이 그래프’가 나타났다. 기술적으로 놀랄 만한 일은 아니지만 그동안 당뇨 환자들이 자신의 혈당 변화를 일일이 수첩에 기입하거나 의사에게 설명했던 것에 비하면 획기적인 사건이다.
환자가 매일 혈당을 체크한 뒤 홈페이지의 ‘환자 이벤트 내역’에 식사, 운동, 스트레스 정도를 기입하면, 병원 내 전담 코디네이터(간호사)가 이 기록을 보고 ‘의사 이벤트 내역’에 간단한 지침을 적어 환자에게 알려준다. 즉, 환자가 ‘식전 160(혈당), 최초 감기 등으로 고통 심해져 혈압 상승’이라고 적으면 코디네이터가 격려 또는 경고 메시지를 적는 식. 서너 달에 한 번씩 내진하는 당뇨 환자로서는 매일 누군가 자신의 건강을 관리해준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기 때문에 환자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박중열 교수는 “그래프를 통해 더욱 정확하게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진료할 수 있어 유용하다”며 “위급 시 경고를 하므로 더 안전한 측면도 있다”고 강조했다.
고령화 사회일수록 u-Health 수요 늘어
현재까지 u-Health 사업에는 200여 개의 기업이 뛰어든 상태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u-Health가 블루오션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주로 정보기술(IT), 통신, 솔루션 업체들이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헬스맥스는 만성질환자뿐 아니라 개별 회사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혈압, 혈당, 체지방 등을 측정하고 맞춤 건강관리법을 제공한다. ㈜비트컴퓨터는 IPTV를 통해 건강관리를 돕기도 한다. 이용자들이 혈압, 혈당 등을 리모컨으로 입력하면 그에 맞는 식단, 운동 DVD 등이 제시된다.
현재 u-Health 사업은 우리나라 IT 기술에 비춰보면 실망스러울 정도로 발전이 더디다. 하지만 보건사회연구원 정영철 박사는 “법안이 개정되면 적극적인 수준의 u-Health 사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석화 부회장 역시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 아프기 전에 체크하고, 환자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따라서 u-Health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주머니에 주치의를 넣고 다니면서 더 쉽게 건강을 챙기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부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지식경제부는 3월 29일 전자의료기기 원천기술개발지원 확대를 위해 2010년 올해만 338억 원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3월 10일 열린 제2차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에서 “u-Health 등 IT를 접목한 의료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법제도 개편에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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