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궐 선거가 치러질 때면 매번 낮은 투표율과 함께 막대한 비용부담 문제가 여론의 도마에 오른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선거관리비는 국회의원의 경우 정부가, 광역의원은 광역자치단체가, 기초의원은 기초자치단체가 전액 부담하도록 돼 있다. 결국 잦은 재보궐 선거로 시민들의 혈세가 낭비된다는 지적이다.
2006년 5·31 지방선거 결과로 의회에 진출한 지방의회 의원의 임기는 2010년까지로 아직 1년도 넘게 남았다. 그러나 4년간 지역을 위해 일하겠다고 약속해 뽑힌 지방의원(광역의원 738명, 기초의원 2888명) 중 벌써 150명의 의원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의원직을 잃거나 버렸다. 이 때문에 그간 6차례의 재보궐 선거가 치러졌다. 도대체 이렇게 많은 의원이 ‘사라진’ 이유가 뭘까?
‘주간동아’는 민선 4기 지방의회 회기가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실시된 재보궐 선거에 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자료를 분석해 의원직 상실 유형과 해당 지역, 소속 정당, 의원, 구체적 사유 및 확정일자 등을 정리했다(표 참조). 그 결과 시기별로 유형과 사유가 큰 차이를 보였다.
지난 3년간 의원직을 상실한 지방의원 150명은 광역의원 57명과 기초의원 93명. 지역별로 보면 광역의원은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이 21명(36.8%)으로 가장 많고 영남권(경북 경남 부산 대구 울산) 19명(33.3%), 호남권(전남 전북 광주) 9명(15.8%) 등의 순이다. 기초의원은 영남권이 37명(24.7%)으로 25명(16.7%)에 그친 수도권보다 많고, 호남권이 18명(12%)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의원직 상실 사유를 보면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간에 차이가 확연하다. 광역의원의 재보궐 사유 유형은 사직 31건(54.4%), 선거범죄로 인한 당선 무효 18건(31.6%), 사망 6건(10.5%), 피선거권 상실 2건(3.5%) 등이다. 단일 사유로는 ‘총선 출마를 위한 사직’이 25건(43.9%)으로 가장 많다. 총선 출마를 위한 사직 시기는 2007년 말, 2008년 초에 집중됐다. 2008년 4월9일 18대 총선이 있었기에 총선에 출마하려는 지방의원들의 사직이 줄을 이은 것.
현행 공직선거법에서는 지방의원이 국회의원에 입후보할 경우 선거일 전 60일까지 그 직을 그만둬야 한다(공직선거법 제53조). 광역의원으로의 프리미엄을 최대한 누리다 2008년 2월 의원직을 그만둔 경우가 가장 많다. 기초의원보다는 어느 정도 당내 기반을 가진 시도의원 등의 광역의원이 국회의원직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얘기다.
한편 기초의원의 재보궐 사유 유형을 보면 선거범죄로 인한 당선 무효 50건(53.8%), 피선거권 상실 16건(17.2%), 사직 15건(16.1%), 사망 11건(11.8%) 순이다. 각종 범죄로 인한 의원직 상실 건수가 절대적으로 많다.
특이한 사례로는 ‘사망한 자의 후보자 등록으로 인한 당선 무효’가 된 부산 금정구 박상규 구의원(한나라당)을 들 수 있다. 박상규 씨는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뒤 실종된 상태에서 구의원에 당선된 지 한 달 만에 경남 김해시 상동면 감로리 야산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후보자의 생사가 불분명한 상황에서도 ‘한나라당’이라는 간판으로 너끈히 당선된 것이다. 당만 보고 투표하는 ‘묻지 마 투표’의 전형적인 폐해를 보여주는 사례다.
지방 150명, 광역 57명·기초 93명 의원직 상실
선거범죄로 인한 당선 무효는 광역의원, 기초의원 가릴 것 없이 재보궐 선거의 주된 사유다. 많은 의원이 상대 후보자 매수, 사전 선거운동, 허위학력 기재 등 선거범죄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선거범죄 등 각종 범죄혐의로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하기 전 스스로 물러나는 경우도 있다. 광주 서구 강신만 구의원(민주당)은 선거 기간에 문자메시지 발송 등 선거법 위반으로 1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자 2007년 1월22일 사직했다. 의원직을 잃기 전 스스로 사직한 경우 해당 지역에 재출마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허점을 이용, 총선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사직했다가 낙선한 뒤 재출마하는 몰염치한 경우도 있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지방의원의 사직은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수뢰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한 경기 김포 이용준 시의원(한나라당)은 대법원 판결 하루 전 의원직을 사퇴했으나 의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아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하게 됐다.
파렴치한 범죄로 피선거권을 상실한 경우도 적지 않다. 충북 증평 박준선 군의원(민주당)은 영농조합 대표로 공사대금 1억4000여 만원을 부풀려 군 보조금을 불법으로 수령한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전남 여수 김정민 시의원(민주당)은 중졸과 고졸 검정고시에 2차례 대리로 시험을 치르게 한 사실이 드러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로 구속됐다.
사망으로 인한 재보궐 선거도 17건(광역의원 6건, 기초의원 11건)에 이른다. 대부분 지병으로 인한 사망이지만 음독자살(충남 홍성 고철한 군의원),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의한 사망(경북 경산 전병욱 시의원), 전직 시의원이 현직 시의원을 칼로 찔러 사망케 하는 사건(경기 고양 박윤수 시의원) 등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상반기 평가 1위 제주·전남 순천, 꼴찌는 부산·전북 완주
조례 발의 현황으로 본 지방의회 성적표
2006년 5·31 지방선거로 출범한 민선 4기 지방의회는 유급제가 처음 도입된 의회다. 유급제는 전문성과 자질 문제가 끊이지 않는 의원들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자 도입됐다. 그렇다면 유급제 실시 이후 지방의회의 수준은 과연 높아졌을까.
지방의회의 수준을 계량화해 평가하기란 쉽지 않다. 기초 또는 광역단위의 의회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해당 지역 주민들의 만족도와 삶의 질 향상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 등을 측정해야 하지만, 무형의 가치를 정량화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표피적이긴 해도 그 대안적 평가기준으로 삼는 것이 기초 또는 광역단위 의회의 조례안 발의 및 가결 건수다. ‘조례’는 지방자치단체가 국가 법령의 범위 안에서 지방의회의 의결을 거쳐 그 지방의 사무에 관해 제정하는 법을 말한다. 국회로 치면 법안인 셈이다.
물론 조례안 발의 및 가결 건수가 절대적 평가기준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조례 제·개정이 지방의회 본연의 업무일 뿐 아니라 지방자치와 밀접한 것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상대적 평가기준으로 삼을 수는 있다. 조례는 주로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의원이 발의한다.
지역 주민들이 연대서명을 통해 발의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수는 매우 적다.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이하 민공노)은 지난해 8월 전국 광역 및 기초의회 246개를 대상으로 2006년 7월1일 취임 이후부터 2008년 6월30일까지 전반기 2년 동안의 조례안 발의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민공노는 계량화에 따른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조례 가운데 시민생활 관련 제정과 전부 개정 조례안만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지방자치단체장이 발의한 것, 의원이 발의한 것 중에서 의회와 관련된 조례안은 제외했다.
그 결과 지방의회가 전반기 2년 동안 발의한 시민생활 관련 조례안은 모두 1242건으로 집계됐다. 총 의원 수가 3626명이니 1인당 0.34건에 그친다. 기초의회와 광역의회로 나눠봐도 결과는 같다.
230개 기초의회에서 발의한 시민생활 관련 조례안은 990건으로 기초의원(2888명) 1인당 0.34건을 발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16개 광역의회 발의 조례안도 252건으로 광역의원(738명) 1인당 0.34건이었다. 기초의원보다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광역의원도 성적이 낮았다. 한편 민공노는 조례안 내용에 따라 점수를 다르게 부여해 지방의회별로 평가했다. 예를 들어 조례안이 제정안이면 3점, 개정안이면 1점, 조례안이 가결됐을 때는 3점, 보류됐을 때는 1점씩 부여한 것.
그 결과 16개 광역의회 중 점수가 가장 높은 곳은 제주도의회, 가장 낮은 곳은 부산시의회였다. 제주도의회는 221점, 부산시의회는 18점으로 두 광역의회의 점수 차는 203점이나 됐다.
제주도의회의 경우 411건의 전체 발의 건수 중 시민생활 관련 조례안은 40건이고, 이 가운데 34건을 가결시켰다. 반면 부산시의회는 전체 발의 181건 중 시민생활 관련 조례안은 3건에 불과했다.
다행히 이 3건은 모두 가결됐다. 261건을 발의한 서울시의회는 시민생활 관련 조례안을 23건 발의하고 9건을 통과시켜 93점을 얻는 데 그쳤다. 점수 순위는 경기도에 밀려 6위에 머물렀다.
230개 기초의회 중에서는 전남 순천시의회의 점수가 가장 높았다. 전체 발의 161건 중 시민생활 관련 조례안은 25건이고, 이 가운데 20건을 통과시켜 136점을 얻었다. 그 뒤를 강원 원주시의회와 충남 천안시의회, 서울 광진구의회, 충북 옥천군의회 등이 따랐다.
놀라운 것은 시민생활 관련 조례안을 한 건도 발의하지 않아 0점을 기록한 기초의회가 36개나 된다는 것. 이 가운데서도 최악의 기초의회는 전북 완주군의회다. 전반기 2년 동안 발의한 조례안 79건 중 77건을 지방자치단체장이 발의했고, 의원이 직접 발의한 것은 단 2건에 그쳤다.
이 2건의 조례안은 모두 의회와 관련된 것으로 ‘완주군의회결산검사위원 선임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과 ‘완주군의회 의원 의정활동비 등 지급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다.
지역적으로는 부산이 조례발의 건수 및 점수가 가장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역의회 중에서 부산시의회가 꼴찌를 한 데 이어 기초의회 중에서도 0점을 받은 곳이 동구의회, 북구의회, 금정구의회, 연제구의회, 수영구의회, 사상구의회 6곳이나 됐다.
민공노는 분석자료를 통해 “지방의회가 시민생활 관련 조례안 발의에는 인색하면서도 의정비 지급, 의원 상해보상금 인상 등 의회 관련 조례안 발의에는 적극적이었다. 의원 발의 조례안 5000여 건 중 절반이 넘는 2600여 건이 의회 관련 조례안이었다”고 지적했다.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2006년 5·31 지방선거 결과로 의회에 진출한 지방의회 의원의 임기는 2010년까지로 아직 1년도 넘게 남았다. 그러나 4년간 지역을 위해 일하겠다고 약속해 뽑힌 지방의원(광역의원 738명, 기초의원 2888명) 중 벌써 150명의 의원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의원직을 잃거나 버렸다. 이 때문에 그간 6차례의 재보궐 선거가 치러졌다. 도대체 이렇게 많은 의원이 ‘사라진’ 이유가 뭘까?
‘주간동아’는 민선 4기 지방의회 회기가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실시된 재보궐 선거에 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자료를 분석해 의원직 상실 유형과 해당 지역, 소속 정당, 의원, 구체적 사유 및 확정일자 등을 정리했다(표 참조). 그 결과 시기별로 유형과 사유가 큰 차이를 보였다.
지난 3년간 의원직을 상실한 지방의원 150명은 광역의원 57명과 기초의원 93명. 지역별로 보면 광역의원은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이 21명(36.8%)으로 가장 많고 영남권(경북 경남 부산 대구 울산) 19명(33.3%), 호남권(전남 전북 광주) 9명(15.8%) 등의 순이다. 기초의원은 영남권이 37명(24.7%)으로 25명(16.7%)에 그친 수도권보다 많고, 호남권이 18명(12%)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의원직 상실 사유를 보면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간에 차이가 확연하다. 광역의원의 재보궐 사유 유형은 사직 31건(54.4%), 선거범죄로 인한 당선 무효 18건(31.6%), 사망 6건(10.5%), 피선거권 상실 2건(3.5%) 등이다. 단일 사유로는 ‘총선 출마를 위한 사직’이 25건(43.9%)으로 가장 많다. 총선 출마를 위한 사직 시기는 2007년 말, 2008년 초에 집중됐다. 2008년 4월9일 18대 총선이 있었기에 총선에 출마하려는 지방의원들의 사직이 줄을 이은 것.
현행 공직선거법에서는 지방의원이 국회의원에 입후보할 경우 선거일 전 60일까지 그 직을 그만둬야 한다(공직선거법 제53조). 광역의원으로의 프리미엄을 최대한 누리다 2008년 2월 의원직을 그만둔 경우가 가장 많다. 기초의원보다는 어느 정도 당내 기반을 가진 시도의원 등의 광역의원이 국회의원직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얘기다.
한편 기초의원의 재보궐 사유 유형을 보면 선거범죄로 인한 당선 무효 50건(53.8%), 피선거권 상실 16건(17.2%), 사직 15건(16.1%), 사망 11건(11.8%) 순이다. 각종 범죄로 인한 의원직 상실 건수가 절대적으로 많다.
특이한 사례로는 ‘사망한 자의 후보자 등록으로 인한 당선 무효’가 된 부산 금정구 박상규 구의원(한나라당)을 들 수 있다. 박상규 씨는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뒤 실종된 상태에서 구의원에 당선된 지 한 달 만에 경남 김해시 상동면 감로리 야산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후보자의 생사가 불분명한 상황에서도 ‘한나라당’이라는 간판으로 너끈히 당선된 것이다. 당만 보고 투표하는 ‘묻지 마 투표’의 전형적인 폐해를 보여주는 사례다.
지방 150명, 광역 57명·기초 93명 의원직 상실
선거범죄로 인한 당선 무효는 광역의원, 기초의원 가릴 것 없이 재보궐 선거의 주된 사유다. 많은 의원이 상대 후보자 매수, 사전 선거운동, 허위학력 기재 등 선거범죄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선거범죄 등 각종 범죄혐의로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하기 전 스스로 물러나는 경우도 있다. 광주 서구 강신만 구의원(민주당)은 선거 기간에 문자메시지 발송 등 선거법 위반으로 1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자 2007년 1월22일 사직했다. 의원직을 잃기 전 스스로 사직한 경우 해당 지역에 재출마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허점을 이용, 총선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사직했다가 낙선한 뒤 재출마하는 몰염치한 경우도 있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지방의원의 사직은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수뢰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한 경기 김포 이용준 시의원(한나라당)은 대법원 판결 하루 전 의원직을 사퇴했으나 의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아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하게 됐다.
파렴치한 범죄로 피선거권을 상실한 경우도 적지 않다. 충북 증평 박준선 군의원(민주당)은 영농조합 대표로 공사대금 1억4000여 만원을 부풀려 군 보조금을 불법으로 수령한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전남 여수 김정민 시의원(민주당)은 중졸과 고졸 검정고시에 2차례 대리로 시험을 치르게 한 사실이 드러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로 구속됐다.
사망으로 인한 재보궐 선거도 17건(광역의원 6건, 기초의원 11건)에 이른다. 대부분 지병으로 인한 사망이지만 음독자살(충남 홍성 고철한 군의원),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의한 사망(경북 경산 전병욱 시의원), 전직 시의원이 현직 시의원을 칼로 찔러 사망케 하는 사건(경기 고양 박윤수 시의원) 등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상반기 평가 1위 제주·전남 순천, 꼴찌는 부산·전북 완주
조례 발의 현황으로 본 지방의회 성적표
2006년 5·31 지방선거로 출범한 민선 4기 지방의회는 유급제가 처음 도입된 의회다. 유급제는 전문성과 자질 문제가 끊이지 않는 의원들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자 도입됐다. 그렇다면 유급제 실시 이후 지방의회의 수준은 과연 높아졌을까.
지방의회의 수준을 계량화해 평가하기란 쉽지 않다. 기초 또는 광역단위의 의회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해당 지역 주민들의 만족도와 삶의 질 향상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 등을 측정해야 하지만, 무형의 가치를 정량화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표피적이긴 해도 그 대안적 평가기준으로 삼는 것이 기초 또는 광역단위 의회의 조례안 발의 및 가결 건수다. ‘조례’는 지방자치단체가 국가 법령의 범위 안에서 지방의회의 의결을 거쳐 그 지방의 사무에 관해 제정하는 법을 말한다. 국회로 치면 법안인 셈이다.
물론 조례안 발의 및 가결 건수가 절대적 평가기준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조례 제·개정이 지방의회 본연의 업무일 뿐 아니라 지방자치와 밀접한 것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상대적 평가기준으로 삼을 수는 있다. 조례는 주로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의원이 발의한다.
지역 주민들이 연대서명을 통해 발의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수는 매우 적다.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이하 민공노)은 지난해 8월 전국 광역 및 기초의회 246개를 대상으로 2006년 7월1일 취임 이후부터 2008년 6월30일까지 전반기 2년 동안의 조례안 발의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민공노는 계량화에 따른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조례 가운데 시민생활 관련 제정과 전부 개정 조례안만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지방자치단체장이 발의한 것, 의원이 발의한 것 중에서 의회와 관련된 조례안은 제외했다.
그 결과 지방의회가 전반기 2년 동안 발의한 시민생활 관련 조례안은 모두 1242건으로 집계됐다. 총 의원 수가 3626명이니 1인당 0.34건에 그친다. 기초의회와 광역의회로 나눠봐도 결과는 같다.
230개 기초의회에서 발의한 시민생활 관련 조례안은 990건으로 기초의원(2888명) 1인당 0.34건을 발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16개 광역의회 발의 조례안도 252건으로 광역의원(738명) 1인당 0.34건이었다. 기초의원보다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광역의원도 성적이 낮았다. 한편 민공노는 조례안 내용에 따라 점수를 다르게 부여해 지방의회별로 평가했다. 예를 들어 조례안이 제정안이면 3점, 개정안이면 1점, 조례안이 가결됐을 때는 3점, 보류됐을 때는 1점씩 부여한 것.
그 결과 16개 광역의회 중 점수가 가장 높은 곳은 제주도의회, 가장 낮은 곳은 부산시의회였다. 제주도의회는 221점, 부산시의회는 18점으로 두 광역의회의 점수 차는 203점이나 됐다.
제주도의회의 경우 411건의 전체 발의 건수 중 시민생활 관련 조례안은 40건이고, 이 가운데 34건을 가결시켰다. 반면 부산시의회는 전체 발의 181건 중 시민생활 관련 조례안은 3건에 불과했다.
다행히 이 3건은 모두 가결됐다. 261건을 발의한 서울시의회는 시민생활 관련 조례안을 23건 발의하고 9건을 통과시켜 93점을 얻는 데 그쳤다. 점수 순위는 경기도에 밀려 6위에 머물렀다.
230개 기초의회 중에서는 전남 순천시의회의 점수가 가장 높았다. 전체 발의 161건 중 시민생활 관련 조례안은 25건이고, 이 가운데 20건을 통과시켜 136점을 얻었다. 그 뒤를 강원 원주시의회와 충남 천안시의회, 서울 광진구의회, 충북 옥천군의회 등이 따랐다.
놀라운 것은 시민생활 관련 조례안을 한 건도 발의하지 않아 0점을 기록한 기초의회가 36개나 된다는 것. 이 가운데서도 최악의 기초의회는 전북 완주군의회다. 전반기 2년 동안 발의한 조례안 79건 중 77건을 지방자치단체장이 발의했고, 의원이 직접 발의한 것은 단 2건에 그쳤다.
이 2건의 조례안은 모두 의회와 관련된 것으로 ‘완주군의회결산검사위원 선임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과 ‘완주군의회 의원 의정활동비 등 지급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다.
지역적으로는 부산이 조례발의 건수 및 점수가 가장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역의회 중에서 부산시의회가 꼴찌를 한 데 이어 기초의회 중에서도 0점을 받은 곳이 동구의회, 북구의회, 금정구의회, 연제구의회, 수영구의회, 사상구의회 6곳이나 됐다.
민공노는 분석자료를 통해 “지방의회가 시민생활 관련 조례안 발의에는 인색하면서도 의정비 지급, 의원 상해보상금 인상 등 의회 관련 조례안 발의에는 적극적이었다. 의원 발의 조례안 5000여 건 중 절반이 넘는 2600여 건이 의회 관련 조례안이었다”고 지적했다.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