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직 특채 특별한 선물
서울시 용산구, L의원 아들 포함 또다시 의혹 증폭
최근 서울 용산구 의원의 아들이 기능직 공무원으로 채용되면서 특혜 시비가 일었다. 용산구청이 지난 1월 채용한 기능직 공무원(10급 방호직) 2명에 용산구의회 L의원의 아들이 포함된 것. 이 의원은 용산구의회 3선 의원으로 상임위원장을 맡는 등 의회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인물로 알려졌다.
L의원의 아들 채용과 관련한 의문 가운데 하나는 채용 시기다. 지난해 8월 용산구청과 구의회는 정원조례를 개정하면서 용산구 공무원 69명을 감축했다. 또한 행정안전부의 정원 조례 방침에 따라 일반직 공채에 합격한 9급 공무원들도 임용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이런 가운데 기능직 공무원 특별 채용을 실시한 것은 ‘구의원 자녀 채용을 위한 청탁성 특채’라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했다.
이에 4월10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용산지부는 인사비리 의혹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주남석 용산지부장은 “L의원의 아들이 올해 3월 채용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며 “특혜 의혹이 불거졌는데도 L의원 아들은 계속 근무한다”고 밝혔다. 그는 “집행부의 권력남용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구의원이 아들을 감시 대상기관에서 근무하게 한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용산구에서 인사비리 의혹이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4년에도 구의원 자녀와 관내 체육회 인사 자녀 2명을 특별 채용했다가 반대 여론에 밀려 임용을 철회한 바 있다. 2007년에는 구의회 의정비 심사위원의 자녀가 특별 채용된 적도 있다.
기능직 공무원 특별 채용은 오래전부터 기관장의 ‘전리품’으로 여겨졌던 게 사실. 물론 기능직 공무원도 형식적 선발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겉으로는 별문제 없어 보인다. 그러나 합격자를 내정한 뒤 ‘채용공고’라는 요식 행위를 거친다는 것이 정설로 통한다. 주 용산지부장은 “특별 채용은 서류심사와 면접으로 진행되는데, 지원 자격부터가 명확하지 않다”며 “그중 방호직은 어떤 공인된 능력도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채용 기준이 모호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4월 초 행정안전부는 ‘기능직 공무원 인사제도 개편안’을 발표해 공무원들의 반발을 샀다. 개편안에 따르면 정부는 기술계 고등학교, 기술대학교 출신을 학교장 추천과 1년간의 수습기간을 거쳐 기능직 공무원으로 특별 채용하는 ‘기능인재 추천채용제’를 내년부터 실시한다.
이에 행정부공무원노동조합은 ‘기능직 공무원 특채의 문제점이 임용비리로 나타나는 상황에서 오히려 특채를 늘리겠다는 발상은 납득하기 힘든 일’이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기능직 특채의 확대가 더 많은 임용비리를 가져올 뿐이라는 것. 의원 자녀 특혜 논란은 용산구청에서만 불거졌다 끝날 문제가 아닐 듯싶다.
박연희 자유기고가 lotuspark94@empal.com
“의장 찍어줄게, 화대 좀…”
서울시 중구의원, 사건 터진 지 1년 계속 버티기
서울 중구의회 의장 선출을 앞두고 성접대를 받은 혐의(뇌물수수 등)로 4월24일 중구의회 S의원과 Y의원이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에게 접대비 수십만원을 제공한 K의원 또한 뇌물공여 및 성매매 방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
검찰에 따르면 S의원과 Y의원은 지난해 5~6월 전남 목포와 서울 창신동에서 구의회 의장에 지원한 K의원과 술을 마시다 K의원의 신용카드로 두 차례 성매매를 가졌다. 이들은 두 번째 성접대를 받기 전 K의원이 의장이 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각서까지 쓴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K의원으로부터 성접대를 받은 구의원은 5명으로 알려졌다. S, Y의원 외에 3명의 구의원이 서울 논현동 모 호텔에서 성접대를 받은 것. 서울 중부경찰서는 6명 모두를 불구속 기소했지만 검찰은 3명만 기소하고 나머지 3명은 무혐의 처리했다.
‘중구의회 성매매 의혹 관련 의원들 사퇴 촉구를 위한 시민 모임’의 유병규 씨는 “성접대는 모두 3건이고 접대를 받은 구의원은 5명으로 알려졌지만, 일부 업주가 사실을 부인해 S, Y의원 외 3명은 기소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의장 선거를 앞두고 성접대가 있었다는 사실보다 더 개탄스러운 것은 사건이 터진 지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번 사건에 연루된 구의원 어느 누구도 의원직을 사퇴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중구의회는 성접대 사실을 폭로한 K의원과 또 다른 K의원에 대해 최근 ‘보복성’ 징계를 내렸고, 이에 두 구의원은 서울행정법원에 징계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K의원은 성접대를 하고도 구의회 의장 선거에서 낙선하자 또 다른 K의원과 함께 성접대 사실을 폭로했다.
K의원과 또 다른 K의원에 대한 징계 사유는 ‘행정사무조사특별위원회 불참’과 ‘2009년 구정업무보고 불참’. K의원은 이에 대해 “당시 위원장이 사의를 수용해놓고 이제 와서 행정사무조사특별위원직을 수행하지 않았다며 징계를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면서 “구정업무보고 또한 상임위원회 위원장과 상의한 끝에 불참했다”고 주장했다.
3선 의원인 그는 “역대 구의회에서 이런 문제로 회기 중 출석정지 징계를 내린 사례는 한 차례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향응 및 성매매와 관련해 3명만 기소되고 3명은 무혐의로 풀려난 점도 수긍할 수 없다”며 “도덕적으로 문제 있는 의원들에게는 법적 처리가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연희 자유기고가 lotuspark94@empal.com
금품 로비로 택시비 인상?
부산시의원, 짝퉁 명품지갑 돌려 망신도
지난해 10월 부산의 택시요금은 평균 20%가량 올랐다. ‘요금이 3년간 동결된 데다 액화석유가스(LPG) 값 급등, 시내버스 및 지하철 환승할인제 도입 등으로 업계의 불황이 심각하다’는 게 인상 이유였다. 요금 인상은 부산시의회, 공무원, 시민단체 등으로 꾸려진 부산시 물가대책위원회의 심의, 의결을 거쳤다.
그러나 검찰수사 결과 물가대책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한 부산시의원이 요금 인상 과정에서 택시업계로부터 금품 로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의회 K의원은 택시업계 사용자 단체인 부산택시운송조합에서 2007년 9월 600만원, 10월 100만원, 지난해 9월 300만원 등 1000만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불구속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K의원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은 ‘돈을 받을 당시 시의회 건설교통위원장과 부산시 물가대책위원장을 맡고 있었기에 뇌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지방의원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의원직을 잃게 된다. 부산지역 시민단체는 “공공요금 결정과정을 감시해야 할 시의회가 되레 로비에 연루됐다”며 택시요금 재심의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 부산시의회는 ‘짝퉁 명품지갑 살포’ 사건으로 한바탕 수모를 당했다. 시의원 A씨는 상임위원회 위원장 선거에 나서면서 동료 의원 22명에게 명품 손지갑을 돌렸다. 하지만 선거법 위반혐의에 대한 경찰 수사과정에서 모조품으로 드러난 덕분에(?) 그는 불구속 입건됐다. 대검찰청이 지난해 ‘올해의 황당 사건’ 5개 가운데 하나로 이 사건을 뽑을 정도로 망신을 톡톡히 당했다.
이뿐이 아니다. 지난해 부산시의회 의장단 선거 과정에서는 B후보가 해외에 나가는 동료 의원들에게 여행경비를 제공하려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C의원이 본회의 발언에서 ‘의장단 선거과정에서 돈 선거가 있었다’고 우회적으로 시사해 경찰이 내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내사 결과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지방의회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개인 비리로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도 있다. 부산시의회 D의원은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가족과 회사 직원 이름으로 택시회사, 여행사 등 10여 개 회사를 사고팔면서 법인재산 61억7000여 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최근 불구속 기소됐다. D의원은 회사 인수 과정에서 노조 간부를 회유하기도 했다. D의원은 한국노총 전 사무총장 겸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위원장 K씨에게 2004년 “노조 반발을 무마해달라”며 5000만원을 건네기도 했다. K씨는 현재 이 사건과 또 다른 청탁 건으로 구속돼 있다. 또 부산시의회 E의원은 자신이 실소유주인 선박급유회사의 면세유 수송비를 부풀려 지급한 뒤 차액을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4억6000여 만원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부산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일부 지방의원이 집행부를 견제하는 데 관심을 쏟지 않고 직위를 이용해 돈과 명예를 지키는 데만 열을 올리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윤희각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toto@donga.com
막가는 계파싸움 ‘식물의회’
대전시의회, 주류-비주류 갈려 10개월째 표류
대전시의회는 주류와 비주류로 갈라져 10개월째 지루한 계파싸움을 벌이고 있다. 내홍(內訌)으로 업무는 뒷전, 의회는 ‘식물의회’가 돼버렸다. 19명의 시의원 중 한나라당 소속 의원이 16명에 달해 이를 단순한 의회 내 주류-비주류 싸움이 아니라 한나라당 내 친(親)이명박계-친박근혜계 싸움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후반기 원 구성을 둘러싸고 불법선거 의혹이 제기된 게 사건의 발단. 7월 후반기 의장 선출을 앞두고 김남욱 현 의장과 이상태 의원의 2파전이 벌어졌다. 투표 결과는 김남욱 의원 9표, 이상태 의원 8표, 김영관 의원 1표, 기권 1표. 30분 후 속개된 2차 투표에서 김남욱 의원이 10표를 얻어 7표에 그친 이상태 의원을 누르고 당선됐다. 그런데 김남욱 의원을 찍은 투표용지에서 ‘특정 표기’가 발견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에 따르면 선거 당시 김남욱 의원 지지자로서 감표위원을 맡은 김태훈 의원이 투표자를 식별할 수 있게 투표용지에 일정한 간격으로 상하좌우 원을 그리며 감표도장을 찍었다는 것이다. 주류파 의원들이 배신할 수 없도록 표 단속을 한 것.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이상태 의원 측은 대전지방법원에 대전시의회 의장선거 투표함 증거보전 신청을 제출했고, 시민단체들은 시의원 전원을 비밀선거와 무기명선거 위반 혐의로 대전지검에 고발했다. 결국 김태훈 의원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으며 올해 1월7일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벌금 500만원의 판결을 받았다.
의장단 선거가 부정 시비에 휩싸이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김 현 의장에 대한 자진사퇴 압력이 계속 제기됐다. 그럼에도 김 의장은 묵묵부답. 그러다가 의회의 파행이 계속되자 주류 측 수장인 김 의장은 이에 책임을 지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지난 4월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대전시의회는 4월28일 열린 제181회 임시회에서 자진사퇴 의사를 밝힌 의장의 사퇴 안건을 처리하고 후임 의장을 선출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 번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한 주류 측 양승근 의원이 ‘의장 사퇴의 건’을 무기명 비밀투표로 처리할 것을 제안해 투표에 들어간 것. 그 결과 18명의 참석의원 중 찬성 9표, 반대 7표, 무효 2표 등으로 과반수에 미달돼 부결 처리됐다. 결국 사퇴를 밝힌 김 의장이 계속 의장직을 맡게 됐고, 신임의장 선출도 자연스레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주류 측 일부 의원의 사전 모의 의혹이 제기됐고, 주류와 비주류의 공방은 더욱 치열해졌다. 이후 김 의장은 ‘본회의 의결’을 명분으로 의장직 수행을 결정했고, 공식 발표 자리에서 “시민단체의 반발은 개의치 않는다”며 강경한 태도로 돌아섰다.
대전지역 12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성명을 통해 “1년 가까이 장기 파행을 겪은 대전시의회가 의장 사퇴와 재선출을 통해 위상을 재정립하고, 실추된 위상을 다시 세울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150만 대전시민을 기만한 대전광역시의회 의원 전원은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대전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이광진 사무처장은 “의장직 사퇴에 대한 시민과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김 의장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 지역의 보수적인 원로들조차 격양돼 있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다른 시민단체들과의 연대를 통해 1인 시위, 낙천 낙선 운동, 거리 캠페인 등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 물리적인 행동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전주高 싹쓸이, 견제 실종
전북 전주, 정치 독점 가속 ‘그들만의 리그’
지난 4·29 재보궐 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전북 전주 덕진구와 완산갑구. 민주당의 텃밭인 전주에 정동영 전 장관과 신건 전 국정원장 두 거물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벌어진 기현상이다. 결국 정 전 장관과 신 전 원장은 둘 다 민주당 후보를 물리치고 의원 배지를 달았다. 이를 두고 지역에선 ‘전고(전주고)당’의 승리라고 평가한다.
정 전 장관과 신 전 원장 모두 전주고 출신인 데다 이들의 당선에 전주고 동문의 지원이 절대적인 힘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당선으로 전주지역 나머지 지역구인 완산을구 현역인 장세환 의원을 포함해 3개 지역구 의원 모두 전주고 출신이 차지하게 됐다.
여기에 김완주 전북도지사, 송하진 전주시장, 김희수 전북도의회 의장까지 전주고 출신이다. 이 지역 지방자치단체장 중에서는 전주농고를 졸업한 최찬욱 전주시의회 의장만이 비(非)전주고 출신이다.
이처럼 지역 국회의원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 의장까지 특정 고교 출신이 장악함에 따라 정치적 독점현상이 우려된다. 전주고 출신이나 친(親)전주고 인맥을 중심으로 파벌이 형성돼 도정이나 시정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정치적 필요에 따라 동원될 수도 있다는 것. 도지사와 시장 등이 민주당 소속인데도 재보궐 선거에서 전주고 출신 무소속이 당선된 것 또한 이와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다.
그리고 도의원과 시의원 중에도 이미 ‘전고 라인’이 형성돼 지자체장을 견제하거나 감시하기보다는 친위부대 노릇을 자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게 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김남규 사무처장은 “좁은 지역사회일수록 특정 학맥이나 특정 정당의 정치적 독점현상이 심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이합집산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런 현상이 지방의회의 민주화와 건전한 지방자치를 가로막는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단체 일각에서는 지난해 12월 전주시의회 이원택 의원이 송하진 전주시장의 비서실장으로 간 것에 대해서도 특정 학맥의 정치적 독점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특정 학맥이 지역 내 주요 포스트를 장악한 채 일종의 이너서클을 형성하면, 다른 학교 출신들이 정치적으로 성공하기 위해 그 속으로 들어가려는 경향을 나타낸다. 이 전 의원의 행보도 그런 차원이 아니겠느냐”는 것. 이리 남성고 출신인 이 전 의원은 전주고 출신인 장영달 전 의원은 물론이고 김완주 도지사를 선거 때 적극 도우면서 송 시장과도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는 이 의원이 시장 비서실장으로 들어간 것에 대해 “주민대표로서 올바른 의정활동을 원하는 지역 유권자의 기대를 저버린 행태고, 시정을 감시해야 할 의원의 책무와 유권자와의 약속을 무시한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공사 입찰 참여 ‘구설수’
제주도의회, 군사기지특위 위원장 해군기지에 뛰어들어 말썽
요즘 제주도의 가장 큰 이슈는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주민들의 반발이다. 제주도의 시민·사회·종교단체들은 5월6일 김태환 도지사 주민소환운동에 본격 돌입했다. 제주도가 해군기지 건설을 위해 정부와 체결한 기본협약서(MOU)가 당초 약속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 아니라 사실상 군사기지라는 게 그 이유다. 게다가 이처럼 민감한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에 제주도의회 의원이 관련된 건설회사가 뛰어들어 도덕성 논란까지 일고 있다.
해군은 지난 2월3일 해군기지 건설사업에 따른 항만공사 입찰 참가자격 사전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입찰에 참여한 삼성, SK, 대림, GS 4개 컨소시엄 모두 적격하다는 것. 문제가 된 회사는 이 중 대림 컨소시엄에 참여한 지역건설업체 S건설이다.
S건설은 I도의원이 2006년 당선되기 직전까지 대표이사로 재직한 회사다. 현재는 친동생이 S대표이사를 맡고 있고, 부인도 회사경영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동생에게 대표이사직을 넘겼을 뿐 사실상 임 의원의 회사나 마찬가지라는 의혹을 제기한다.
S건설이 해군기지 건설사업 컨소시엄에 참여한 것이 문제 될 수밖에 없는 것은 I의원이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도민들의 반발과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제주도의회에서 만든 ‘군사기지건설관련특별위원회’(이하 군사기지특위) 위원장이었기 때문이다. 이 특위는 2006년 6월 출범해 지난해 6월까지 2년 동안 활동했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군사기지특위는 갈등 중재를 목적으로 만들어졌음에도 도의원들 간의 의견대립으로 구성원이 자주 교체되는 등 내홍을 겪었는가 하면, 갈등 중재보다는 군사기지 건설에 찬성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 ‘군사기지건설추진위원회’가 아니냐는 비아냥거림을 듣기도 했다. I의원을 포함해 특위 위원들이 해군기지 시찰을 명목으로 유럽, 미국 등으로 외유를 다녀온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군사기지특위 위원장까지 맡았던 도의원이 한때 대표이사를 지낸 건설업체가 해당 건설사업에 뛰어든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I의원 측은 “이번 입찰과 관련해 청탁을 하거나 압력을 행사한 적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회사 관계자도 “대표이사를 역임한 임 의원과 연결지어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오히려 역차별이나 다름없다”며 “정상적인 절차를 밟았기 때문에 어떤 문제도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도의원이 자신의 지위와 영향력을 직간접적으로 이용해 영리사업에 뛰어든 대표적인 사례”로 꼽는다.
해군기지 항만공사 사업비는 5340억원으로 1공구, 2공구로 나뉘어 사업이 발주된다. 최종사업자는 6월 중에 입찰 참가자격 적격 판정을 받은 4개 컨소시엄 가운데 결정될 예정이다.
임재영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jy788@donga.com
폭력에 도박, 몰상식 추태
태백시의회, 걸핏하면 폭언과 몸싸움 자질 시비
5월4일 저녁 강원도 태백시내 모 음식점에서 시 간부 공무원과 시의원의 회식이 열렸다. 추가경정예산안 심의에 대한 답례로 태백시가 마련한 자리. 박종기 시장, 김진만 부시장 등 시 간부 공무원 7명과 김천수 시의장을 비롯한 시의원 7명이 참석했다.
초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그러나 술잔이 오가고 폭탄주까지 몇 순배 돌고 난 뒤 ‘사건’이 터졌다. 지역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한 의원이 시 간부에게 폭언을 한 것. 즉각 공무원들이 반발했고 20여 분간 고성이 오가며 몸싸움이 벌어졌다. 분위기가 심각해지자 시장과 일부 시의원은 도중에 자리를 빠져나갔다. 오후 6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된 회식에서 이들은 소주와 맥주 등 무려 36병의 술을 마신 것으로 전해졌다.
태백시 시의원들의 추태가 드러난 사례는 비단 이번뿐이 아니다. 지난 2월 모 의원은 도박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판돈 규모가 작아 법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당시는 봄 가뭄으로 태백 시민 전체가 고통을 겪던 시기라 입방아에 오르기 충분했다.
지난해 말에는 모 시의원이 상습폭행과 직권남용 혐의로 태백경찰서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 의원은 동료 의원들과 몇 차례 물리적 충돌이 있었고 태백중앙병원에 대한 보조금 삭감과 관련해 자신이 경영하는 사업체 이익 때문에 사적 감정을 개입시켰다는 의혹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 2월에는 모 시의원이 강원랜드 2단계 사업 설명회에서 집행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며 부시장에게 폭언을 해 공무원들에게서 강한 반발을 샀다. 당시 공무원노조가 항의성 현수막을 내걸고 1인 시위를 벌이며 문제 제기를 하자 해당 시의원은 시의회 명예가 실추됐다며 노조 간부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10여 일 만에 시의원의 고소 취하로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시의원의 자질 시비와 권위주의 논란을 불러일으킨 대표적 사건으로 남았다.
한 시민은 “이건 깡패들도 아니고… 걸핏하면 폭언과 몸싸움을 하는 시의원들의 자질이 의심스럽다. 내가 사는 곳이라 부끄럽지만 수준 떨어지는 기초의회의 전형적인 모습이다”며 시의회를 비난했다.
시의원들의 밥그릇 챙기기도 도마에 올랐다. 시의회 골프회원권 구입에 4억원을 사용하고 2008년 의정비를 전년보다 1000만원가량 올린 3910만6000원으로 책정한 것. 시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자 올해 의정비는 3300만원으로 내렸지만 이 역시 행정안전부 지침액보다 306만원이 많은 금액이다. 뿐만 아니라 시장과 시의장 관용차량 교체 예산으로 각 7000만원씩을 편성하는 대담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태백시 인구는 5만명을 조금 넘는다. 시라고 하기가 무색할 정도다. 탄광산업이 사양길을 걸으면서 생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인구가 줄면서 태백시의 경쟁력도 줄어들었다. 시의원들이 공무원들에게 폭언하고 몸싸움할 힘을 태백시의 경쟁력을 살리는 데 쓰면 좀 좋을까. 시의원들을 향한 시민들의 싸늘한 시선이 그렇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이인모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imlee@donga.com
사사건건 감정 실린 충돌
나주시의회, 원 구성 해묵은 갈등 현재진행형
지난해 8월 전남 나주시에서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의사당을 봉쇄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나주시의회가 40일 넘게 원(院) 구성도 못한 채 파행으로 치닫자 보다 못한 시민단체가 나선 것. 나주노인회, 나주사랑청년회 등 15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시민협의회는 시의회 현관 출입문과 의사당 건물 등에 검은색 천으로 만장을 만들어 대형 ‘X’자 모양으로 걸고 시의원들의 의회 출입을 막았다. 이들은 의회 앞 주차장에 ‘근조(謹弔)’를 상징하는 꽃상여를 놓고 주차장에서 철야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나주시의회가 파행을 빚은 것은 후반기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민주당 소속과 무소속 시의원들 간의 갈등 때문이다. 민주당이 모든 자리를 독식하려 하자 무소속 시의원들이 실력으로 저지한 것. 비례대표 2명(민주)을 포함해 의원이 14명인 나주시의회는 민주당 9명, 무소속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시민협의회는 대(對)시민 사과와 파행기간의 의정비 반납 등 5개항으로 구성된 이행합의서에 시의회 의원들의 서명을 받은 뒤 의사당 봉쇄 나흘 만에 농성을 풀었다. 하지만 민주당과 무소속 시의원들 간의 갈등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나주시의회는 지난해 본예산을 대폭 삭감한 데 이어 올 추경안도 졸속 심사해 빈축을 사고 있다. 시의회는 지난
4월에 끝난 추경안 심사에서 시 요구액 227억5000만원 가운데 6억4000여 만원을 삭감했다. 주 내용은 미래산업단지 토지보상 지연에 따른 영농보조금 3억8000만원, 시정 홍보비 6000여 만원, 현안사업 업무추진비 등이다. 업무추진비 등은 행정안전부 편성 지침에 따른 것으로 본예산 때 삭감된 것을 재편성한 것인데 다른 지자체와 비슷한 수준이다. 영농보조금은 민자사업인 미래산업단지의 토지보상이 금융위기로 지연됨에 따라 영농 손실을 보게 된 농가를 지원하고자 편성했던 것이다.
이번 추경예산 삭감은 다수인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주도했으며, 이 과정에서 무소속 시의원들과 마찰을 빚는 등 심각한 갈등이 재연됐다. 지역에서는 무소속 단체장 및 시의원과 민주당 시의원들 간의 해묵은 갈등 속에 내년 선거를 의식한 ‘시정 발목잡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더욱이 영농보조금 삭감 소식을 듣고 시의회를 항의 방문한 농민들에게 시의원들이 뒤늦게 다음 추경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비난을 샀다. 하지만 2회 추경은 빨라야 7월 이후에나 가능해 영농보조금 지연에 따른 농가 손실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 창출을 주문하면서도 정작 외부 투자유치자문관 위촉 운영 예산을 삭감하고, 영농보조금 지연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농가와 간담회를 하고도 보조금을 삭감하는 등 시의원들은 이중적 잣대를 보였다.
시의회는 지난해 말 본예산 심의 때 국도비 지원액 등 전체 예산액의 2.6%인 89억원을 삭감하는 등 ‘무더기 칼질’을 했다. 이 과정에서 삭감을 고집하는 민주당 측과 이를 반대하는 무소속 시의원들이 정면충돌하면서 법적 시한을 넘기는 등 파행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는 지난해 7월 후반기 원 구성 과정에서 빚어진 주류, 비주류 간 갈등이 표출됐다는 지적이다.
시민 김모(45) 씨는 “가난한 자치단체 살림을 들먹이면서 국도비 지원금까지 삭감하는 행태는 이해할 수가 없다”고 비난했다. 나주사랑시민회 양동현 사무국장은 “합의한
5개항 가운데 지켜진 것은 원 구성밖에 없다”며 “성의 있는 행동을 보이지 않으면 주민소환제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승호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shjung@donga.com
예산을 쌈짓돈처럼 펑펑
울진군의회, 업무추진비로 의원 부인 금반지 선물
경북 울진군은 울진군의회의 ‘금반지 게이트’로 군 전체가 떠들썩하다. 공금을 개인 금고의 쌈짓돈처럼 빼내 쓰다가 적발된 대표적 사례다. 전반기 의장(2006년 7월~2008년 6월)인 A의원은 업무추진비로 의원 부인에게 금반지를 선물하는 등 1970여 만원 상당의 업무추진비를 횡령한 혐의로 4월5일 불구속됐다. 이 과정에서 의원들이 개인 용도로 사용한 공금을 공무용인 것처럼 허위 공문서를 작성한 혐의로 의회 사무과장 B씨 등 공무원 5명도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A의원은 전반기 의장 때인 2006년 12월 송년행사를 하면서 군의원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의정 운영 공통 업무추진비로 28만원짜리 금반지 8개를 구입, 전체 군의원 8명의 부인들에게 선물한 혐의다. 또한 지역 내 식당 12곳을 지정해 자신을 제외한 군의원 7명이 개인 용도로 언제든 이용할 수 있게 1인당 100만원씩 선결제해줬다. 실제로 군의원들은 지정 식당에서 결제 액수만큼 개인 용도로 식사했으며, 이 가운데 2명은 식사 대신 현금 150만원을 챙겨간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경찰은 A의원이 연간 2000만원에 이르는 의장 업무추진비 중 900여 만원을 식사비 외상대금으로 결제하는 등 임의로 지출한 사실을 밝혀내고 감사원에 비위 사실을 통보했다. 나머지 사용처에 대해서도 추가로 확인할 방침이다.
의회 사무과장 B씨 등 5~7급 행정공무원 5명은 군의원들의 식사비용을 선결제해주거나 식사비용이 접대비 1회 한도액인 50만원을 초과할 경우 이를 두세 차례에 걸쳐 결제하는 등 관련 서류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체 군의원이 직간접적으로 업무추진비 횡령과 연계돼 있다 보니 A의원에 대한 처벌을 두고도 미온적이다. 당사자인 A의원도 한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평소 관행적으로 이뤄져왔다”며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했다.
하지만 군의원들의 이런 태도를 접한 지역주민의 반응은 싸늘하다. 당장 지역시민단체는 군의회 해산을 요구하고 나섰다. 울진지역 사회단체 울진희망제작소는 군의회 공금횡령 사건 관련 순회토론회를 열고, 한나라당 소속 군의원의 제명과 출당을 이 지역 강석호 국회의원에게 요구했다. 또 허위 공문서를 작성한 공무원의 파면을 김용수 울진군수에게 공식 요청했다. 이들은 검찰과 경찰에도 “공범인 군의원들도 전원 구속수사 하라”며 “부패 의혹을 받고 있는 군정(郡政)과 의정 전반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울진사회정책연구소 조상현 소장은 “의정 기간이 1년도 안 남은 상태에서 군의원 전원이 연루된 사건이 발생했다. 이 밖에도 교통사고 후 도주, 음주 후 경찰간부 폭행 등 군의원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사건이 연이어 벌어진다”며 “군의원이라고 하면 떠받들어 모시는 촌부들도 요즘 이들의 행태를 내놓고 비난할 만큼 주민들의 반응이 좋지 않다”고 전했다.
손영일 기자scud2007@donga.com
서울시 용산구, L의원 아들 포함 또다시 의혹 증폭
최근 서울 용산구 의원의 아들이 기능직 공무원으로 채용되면서 특혜 시비가 일었다. 용산구청이 지난 1월 채용한 기능직 공무원(10급 방호직) 2명에 용산구의회 L의원의 아들이 포함된 것. 이 의원은 용산구의회 3선 의원으로 상임위원장을 맡는 등 의회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인물로 알려졌다.
L의원의 아들 채용과 관련한 의문 가운데 하나는 채용 시기다. 지난해 8월 용산구청과 구의회는 정원조례를 개정하면서 용산구 공무원 69명을 감축했다. 또한 행정안전부의 정원 조례 방침에 따라 일반직 공채에 합격한 9급 공무원들도 임용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이런 가운데 기능직 공무원 특별 채용을 실시한 것은 ‘구의원 자녀 채용을 위한 청탁성 특채’라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했다.
이에 4월10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용산지부는 인사비리 의혹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주남석 용산지부장은 “L의원의 아들이 올해 3월 채용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며 “특혜 의혹이 불거졌는데도 L의원 아들은 계속 근무한다”고 밝혔다. 그는 “집행부의 권력남용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구의원이 아들을 감시 대상기관에서 근무하게 한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용산구에서 인사비리 의혹이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4년에도 구의원 자녀와 관내 체육회 인사 자녀 2명을 특별 채용했다가 반대 여론에 밀려 임용을 철회한 바 있다. 2007년에는 구의회 의정비 심사위원의 자녀가 특별 채용된 적도 있다.
기능직 공무원 특별 채용은 오래전부터 기관장의 ‘전리품’으로 여겨졌던 게 사실. 물론 기능직 공무원도 형식적 선발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겉으로는 별문제 없어 보인다. 그러나 합격자를 내정한 뒤 ‘채용공고’라는 요식 행위를 거친다는 것이 정설로 통한다. 주 용산지부장은 “특별 채용은 서류심사와 면접으로 진행되는데, 지원 자격부터가 명확하지 않다”며 “그중 방호직은 어떤 공인된 능력도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채용 기준이 모호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4월 초 행정안전부는 ‘기능직 공무원 인사제도 개편안’을 발표해 공무원들의 반발을 샀다. 개편안에 따르면 정부는 기술계 고등학교, 기술대학교 출신을 학교장 추천과 1년간의 수습기간을 거쳐 기능직 공무원으로 특별 채용하는 ‘기능인재 추천채용제’를 내년부터 실시한다.
이에 행정부공무원노동조합은 ‘기능직 공무원 특채의 문제점이 임용비리로 나타나는 상황에서 오히려 특채를 늘리겠다는 발상은 납득하기 힘든 일’이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기능직 특채의 확대가 더 많은 임용비리를 가져올 뿐이라는 것. 의원 자녀 특혜 논란은 용산구청에서만 불거졌다 끝날 문제가 아닐 듯싶다.
박연희 자유기고가 lotuspark94@empal.com
“의장 찍어줄게, 화대 좀…”
서울시 중구의원, 사건 터진 지 1년 계속 버티기
서울 중구의회 의장 선출을 앞두고 성접대를 받은 혐의(뇌물수수 등)로 4월24일 중구의회 S의원과 Y의원이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에게 접대비 수십만원을 제공한 K의원 또한 뇌물공여 및 성매매 방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
검찰에 따르면 S의원과 Y의원은 지난해 5~6월 전남 목포와 서울 창신동에서 구의회 의장에 지원한 K의원과 술을 마시다 K의원의 신용카드로 두 차례 성매매를 가졌다. 이들은 두 번째 성접대를 받기 전 K의원이 의장이 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각서까지 쓴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K의원으로부터 성접대를 받은 구의원은 5명으로 알려졌다. S, Y의원 외에 3명의 구의원이 서울 논현동 모 호텔에서 성접대를 받은 것. 서울 중부경찰서는 6명 모두를 불구속 기소했지만 검찰은 3명만 기소하고 나머지 3명은 무혐의 처리했다.
‘중구의회 성매매 의혹 관련 의원들 사퇴 촉구를 위한 시민 모임’의 유병규 씨는 “성접대는 모두 3건이고 접대를 받은 구의원은 5명으로 알려졌지만, 일부 업주가 사실을 부인해 S, Y의원 외 3명은 기소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의장 선거를 앞두고 성접대가 있었다는 사실보다 더 개탄스러운 것은 사건이 터진 지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번 사건에 연루된 구의원 어느 누구도 의원직을 사퇴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중구의회는 성접대 사실을 폭로한 K의원과 또 다른 K의원에 대해 최근 ‘보복성’ 징계를 내렸고, 이에 두 구의원은 서울행정법원에 징계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K의원은 성접대를 하고도 구의회 의장 선거에서 낙선하자 또 다른 K의원과 함께 성접대 사실을 폭로했다.
K의원과 또 다른 K의원에 대한 징계 사유는 ‘행정사무조사특별위원회 불참’과 ‘2009년 구정업무보고 불참’. K의원은 이에 대해 “당시 위원장이 사의를 수용해놓고 이제 와서 행정사무조사특별위원직을 수행하지 않았다며 징계를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면서 “구정업무보고 또한 상임위원회 위원장과 상의한 끝에 불참했다”고 주장했다.
3선 의원인 그는 “역대 구의회에서 이런 문제로 회기 중 출석정지 징계를 내린 사례는 한 차례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향응 및 성매매와 관련해 3명만 기소되고 3명은 무혐의로 풀려난 점도 수긍할 수 없다”며 “도덕적으로 문제 있는 의원들에게는 법적 처리가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연희 자유기고가 lotuspark94@empal.com
금품 로비로 택시비 인상?
부산시의원, 짝퉁 명품지갑 돌려 망신도
지난해 10월 부산의 택시요금은 평균 20%가량 올랐다. ‘요금이 3년간 동결된 데다 액화석유가스(LPG) 값 급등, 시내버스 및 지하철 환승할인제 도입 등으로 업계의 불황이 심각하다’는 게 인상 이유였다. 요금 인상은 부산시의회, 공무원, 시민단체 등으로 꾸려진 부산시 물가대책위원회의 심의, 의결을 거쳤다.
그러나 검찰수사 결과 물가대책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한 부산시의원이 요금 인상 과정에서 택시업계로부터 금품 로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의회 K의원은 택시업계 사용자 단체인 부산택시운송조합에서 2007년 9월 600만원, 10월 100만원, 지난해 9월 300만원 등 1000만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불구속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K의원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은 ‘돈을 받을 당시 시의회 건설교통위원장과 부산시 물가대책위원장을 맡고 있었기에 뇌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지방의원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의원직을 잃게 된다. 부산지역 시민단체는 “공공요금 결정과정을 감시해야 할 시의회가 되레 로비에 연루됐다”며 택시요금 재심의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 부산시의회는 ‘짝퉁 명품지갑 살포’ 사건으로 한바탕 수모를 당했다. 시의원 A씨는 상임위원회 위원장 선거에 나서면서 동료 의원 22명에게 명품 손지갑을 돌렸다. 하지만 선거법 위반혐의에 대한 경찰 수사과정에서 모조품으로 드러난 덕분에(?) 그는 불구속 입건됐다. 대검찰청이 지난해 ‘올해의 황당 사건’ 5개 가운데 하나로 이 사건을 뽑을 정도로 망신을 톡톡히 당했다.
이뿐이 아니다. 지난해 부산시의회 의장단 선거 과정에서는 B후보가 해외에 나가는 동료 의원들에게 여행경비를 제공하려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C의원이 본회의 발언에서 ‘의장단 선거과정에서 돈 선거가 있었다’고 우회적으로 시사해 경찰이 내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내사 결과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지방의회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개인 비리로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도 있다. 부산시의회 D의원은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가족과 회사 직원 이름으로 택시회사, 여행사 등 10여 개 회사를 사고팔면서 법인재산 61억7000여 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최근 불구속 기소됐다. D의원은 회사 인수 과정에서 노조 간부를 회유하기도 했다. D의원은 한국노총 전 사무총장 겸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위원장 K씨에게 2004년 “노조 반발을 무마해달라”며 5000만원을 건네기도 했다. K씨는 현재 이 사건과 또 다른 청탁 건으로 구속돼 있다. 또 부산시의회 E의원은 자신이 실소유주인 선박급유회사의 면세유 수송비를 부풀려 지급한 뒤 차액을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4억6000여 만원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부산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일부 지방의원이 집행부를 견제하는 데 관심을 쏟지 않고 직위를 이용해 돈과 명예를 지키는 데만 열을 올리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윤희각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toto@donga.com
막가는 계파싸움 ‘식물의회’
대전시의회, 주류-비주류 갈려 10개월째 표류
대전시의회는 주류와 비주류로 갈라져 10개월째 지루한 계파싸움을 벌이고 있다. 내홍(內訌)으로 업무는 뒷전, 의회는 ‘식물의회’가 돼버렸다. 19명의 시의원 중 한나라당 소속 의원이 16명에 달해 이를 단순한 의회 내 주류-비주류 싸움이 아니라 한나라당 내 친(親)이명박계-친박근혜계 싸움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후반기 원 구성을 둘러싸고 불법선거 의혹이 제기된 게 사건의 발단. 7월 후반기 의장 선출을 앞두고 김남욱 현 의장과 이상태 의원의 2파전이 벌어졌다. 투표 결과는 김남욱 의원 9표, 이상태 의원 8표, 김영관 의원 1표, 기권 1표. 30분 후 속개된 2차 투표에서 김남욱 의원이 10표를 얻어 7표에 그친 이상태 의원을 누르고 당선됐다. 그런데 김남욱 의원을 찍은 투표용지에서 ‘특정 표기’가 발견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에 따르면 선거 당시 김남욱 의원 지지자로서 감표위원을 맡은 김태훈 의원이 투표자를 식별할 수 있게 투표용지에 일정한 간격으로 상하좌우 원을 그리며 감표도장을 찍었다는 것이다. 주류파 의원들이 배신할 수 없도록 표 단속을 한 것.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이상태 의원 측은 대전지방법원에 대전시의회 의장선거 투표함 증거보전 신청을 제출했고, 시민단체들은 시의원 전원을 비밀선거와 무기명선거 위반 혐의로 대전지검에 고발했다. 결국 김태훈 의원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으며 올해 1월7일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벌금 500만원의 판결을 받았다.
의장단 선거가 부정 시비에 휩싸이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김 현 의장에 대한 자진사퇴 압력이 계속 제기됐다. 그럼에도 김 의장은 묵묵부답. 그러다가 의회의 파행이 계속되자 주류 측 수장인 김 의장은 이에 책임을 지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지난 4월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대전시의회는 4월28일 열린 제181회 임시회에서 자진사퇴 의사를 밝힌 의장의 사퇴 안건을 처리하고 후임 의장을 선출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 번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한 주류 측 양승근 의원이 ‘의장 사퇴의 건’을 무기명 비밀투표로 처리할 것을 제안해 투표에 들어간 것. 그 결과 18명의 참석의원 중 찬성 9표, 반대 7표, 무효 2표 등으로 과반수에 미달돼 부결 처리됐다. 결국 사퇴를 밝힌 김 의장이 계속 의장직을 맡게 됐고, 신임의장 선출도 자연스레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주류 측 일부 의원의 사전 모의 의혹이 제기됐고, 주류와 비주류의 공방은 더욱 치열해졌다. 이후 김 의장은 ‘본회의 의결’을 명분으로 의장직 수행을 결정했고, 공식 발표 자리에서 “시민단체의 반발은 개의치 않는다”며 강경한 태도로 돌아섰다.
대전지역 12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성명을 통해 “1년 가까이 장기 파행을 겪은 대전시의회가 의장 사퇴와 재선출을 통해 위상을 재정립하고, 실추된 위상을 다시 세울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150만 대전시민을 기만한 대전광역시의회 의원 전원은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대전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이광진 사무처장은 “의장직 사퇴에 대한 시민과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김 의장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 지역의 보수적인 원로들조차 격양돼 있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다른 시민단체들과의 연대를 통해 1인 시위, 낙천 낙선 운동, 거리 캠페인 등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 물리적인 행동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전주高 싹쓸이, 견제 실종
전북 전주, 정치 독점 가속 ‘그들만의 리그’
지난 4·29 재보궐 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전북 전주 덕진구와 완산갑구. 민주당의 텃밭인 전주에 정동영 전 장관과 신건 전 국정원장 두 거물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벌어진 기현상이다. 결국 정 전 장관과 신 전 원장은 둘 다 민주당 후보를 물리치고 의원 배지를 달았다. 이를 두고 지역에선 ‘전고(전주고)당’의 승리라고 평가한다.
정 전 장관과 신 전 원장 모두 전주고 출신인 데다 이들의 당선에 전주고 동문의 지원이 절대적인 힘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당선으로 전주지역 나머지 지역구인 완산을구 현역인 장세환 의원을 포함해 3개 지역구 의원 모두 전주고 출신이 차지하게 됐다.
여기에 김완주 전북도지사, 송하진 전주시장, 김희수 전북도의회 의장까지 전주고 출신이다. 이 지역 지방자치단체장 중에서는 전주농고를 졸업한 최찬욱 전주시의회 의장만이 비(非)전주고 출신이다.
이처럼 지역 국회의원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 의장까지 특정 고교 출신이 장악함에 따라 정치적 독점현상이 우려된다. 전주고 출신이나 친(親)전주고 인맥을 중심으로 파벌이 형성돼 도정이나 시정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정치적 필요에 따라 동원될 수도 있다는 것. 도지사와 시장 등이 민주당 소속인데도 재보궐 선거에서 전주고 출신 무소속이 당선된 것 또한 이와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다.
그리고 도의원과 시의원 중에도 이미 ‘전고 라인’이 형성돼 지자체장을 견제하거나 감시하기보다는 친위부대 노릇을 자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게 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김남규 사무처장은 “좁은 지역사회일수록 특정 학맥이나 특정 정당의 정치적 독점현상이 심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이합집산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런 현상이 지방의회의 민주화와 건전한 지방자치를 가로막는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단체 일각에서는 지난해 12월 전주시의회 이원택 의원이 송하진 전주시장의 비서실장으로 간 것에 대해서도 특정 학맥의 정치적 독점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특정 학맥이 지역 내 주요 포스트를 장악한 채 일종의 이너서클을 형성하면, 다른 학교 출신들이 정치적으로 성공하기 위해 그 속으로 들어가려는 경향을 나타낸다. 이 전 의원의 행보도 그런 차원이 아니겠느냐”는 것. 이리 남성고 출신인 이 전 의원은 전주고 출신인 장영달 전 의원은 물론이고 김완주 도지사를 선거 때 적극 도우면서 송 시장과도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는 이 의원이 시장 비서실장으로 들어간 것에 대해 “주민대표로서 올바른 의정활동을 원하는 지역 유권자의 기대를 저버린 행태고, 시정을 감시해야 할 의원의 책무와 유권자와의 약속을 무시한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공사 입찰 참여 ‘구설수’
제주도의회, 군사기지특위 위원장 해군기지에 뛰어들어 말썽
요즘 제주도의 가장 큰 이슈는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주민들의 반발이다. 제주도의 시민·사회·종교단체들은 5월6일 김태환 도지사 주민소환운동에 본격 돌입했다. 제주도가 해군기지 건설을 위해 정부와 체결한 기본협약서(MOU)가 당초 약속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 아니라 사실상 군사기지라는 게 그 이유다. 게다가 이처럼 민감한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에 제주도의회 의원이 관련된 건설회사가 뛰어들어 도덕성 논란까지 일고 있다.
해군은 지난 2월3일 해군기지 건설사업에 따른 항만공사 입찰 참가자격 사전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입찰에 참여한 삼성, SK, 대림, GS 4개 컨소시엄 모두 적격하다는 것. 문제가 된 회사는 이 중 대림 컨소시엄에 참여한 지역건설업체 S건설이다.
S건설은 I도의원이 2006년 당선되기 직전까지 대표이사로 재직한 회사다. 현재는 친동생이 S대표이사를 맡고 있고, 부인도 회사경영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동생에게 대표이사직을 넘겼을 뿐 사실상 임 의원의 회사나 마찬가지라는 의혹을 제기한다.
S건설이 해군기지 건설사업 컨소시엄에 참여한 것이 문제 될 수밖에 없는 것은 I의원이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도민들의 반발과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제주도의회에서 만든 ‘군사기지건설관련특별위원회’(이하 군사기지특위) 위원장이었기 때문이다. 이 특위는 2006년 6월 출범해 지난해 6월까지 2년 동안 활동했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군사기지특위는 갈등 중재를 목적으로 만들어졌음에도 도의원들 간의 의견대립으로 구성원이 자주 교체되는 등 내홍을 겪었는가 하면, 갈등 중재보다는 군사기지 건설에 찬성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 ‘군사기지건설추진위원회’가 아니냐는 비아냥거림을 듣기도 했다. I의원을 포함해 특위 위원들이 해군기지 시찰을 명목으로 유럽, 미국 등으로 외유를 다녀온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군사기지특위 위원장까지 맡았던 도의원이 한때 대표이사를 지낸 건설업체가 해당 건설사업에 뛰어든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I의원 측은 “이번 입찰과 관련해 청탁을 하거나 압력을 행사한 적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회사 관계자도 “대표이사를 역임한 임 의원과 연결지어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오히려 역차별이나 다름없다”며 “정상적인 절차를 밟았기 때문에 어떤 문제도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도의원이 자신의 지위와 영향력을 직간접적으로 이용해 영리사업에 뛰어든 대표적인 사례”로 꼽는다.
해군기지 항만공사 사업비는 5340억원으로 1공구, 2공구로 나뉘어 사업이 발주된다. 최종사업자는 6월 중에 입찰 참가자격 적격 판정을 받은 4개 컨소시엄 가운데 결정될 예정이다.
임재영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jy788@donga.com
폭력에 도박, 몰상식 추태
태백시의회, 걸핏하면 폭언과 몸싸움 자질 시비
5월4일 저녁 강원도 태백시내 모 음식점에서 시 간부 공무원과 시의원의 회식이 열렸다. 추가경정예산안 심의에 대한 답례로 태백시가 마련한 자리. 박종기 시장, 김진만 부시장 등 시 간부 공무원 7명과 김천수 시의장을 비롯한 시의원 7명이 참석했다.
초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그러나 술잔이 오가고 폭탄주까지 몇 순배 돌고 난 뒤 ‘사건’이 터졌다. 지역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한 의원이 시 간부에게 폭언을 한 것. 즉각 공무원들이 반발했고 20여 분간 고성이 오가며 몸싸움이 벌어졌다. 분위기가 심각해지자 시장과 일부 시의원은 도중에 자리를 빠져나갔다. 오후 6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된 회식에서 이들은 소주와 맥주 등 무려 36병의 술을 마신 것으로 전해졌다.
태백시 시의원들의 추태가 드러난 사례는 비단 이번뿐이 아니다. 지난 2월 모 의원은 도박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판돈 규모가 작아 법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당시는 봄 가뭄으로 태백 시민 전체가 고통을 겪던 시기라 입방아에 오르기 충분했다.
지난해 말에는 모 시의원이 상습폭행과 직권남용 혐의로 태백경찰서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 의원은 동료 의원들과 몇 차례 물리적 충돌이 있었고 태백중앙병원에 대한 보조금 삭감과 관련해 자신이 경영하는 사업체 이익 때문에 사적 감정을 개입시켰다는 의혹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 2월에는 모 시의원이 강원랜드 2단계 사업 설명회에서 집행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며 부시장에게 폭언을 해 공무원들에게서 강한 반발을 샀다. 당시 공무원노조가 항의성 현수막을 내걸고 1인 시위를 벌이며 문제 제기를 하자 해당 시의원은 시의회 명예가 실추됐다며 노조 간부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10여 일 만에 시의원의 고소 취하로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시의원의 자질 시비와 권위주의 논란을 불러일으킨 대표적 사건으로 남았다.
한 시민은 “이건 깡패들도 아니고… 걸핏하면 폭언과 몸싸움을 하는 시의원들의 자질이 의심스럽다. 내가 사는 곳이라 부끄럽지만 수준 떨어지는 기초의회의 전형적인 모습이다”며 시의회를 비난했다.
시의원들의 밥그릇 챙기기도 도마에 올랐다. 시의회 골프회원권 구입에 4억원을 사용하고 2008년 의정비를 전년보다 1000만원가량 올린 3910만6000원으로 책정한 것. 시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자 올해 의정비는 3300만원으로 내렸지만 이 역시 행정안전부 지침액보다 306만원이 많은 금액이다. 뿐만 아니라 시장과 시의장 관용차량 교체 예산으로 각 7000만원씩을 편성하는 대담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태백시 인구는 5만명을 조금 넘는다. 시라고 하기가 무색할 정도다. 탄광산업이 사양길을 걸으면서 생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인구가 줄면서 태백시의 경쟁력도 줄어들었다. 시의원들이 공무원들에게 폭언하고 몸싸움할 힘을 태백시의 경쟁력을 살리는 데 쓰면 좀 좋을까. 시의원들을 향한 시민들의 싸늘한 시선이 그렇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이인모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imlee@donga.com
사사건건 감정 실린 충돌
나주시의회, 원 구성 해묵은 갈등 현재진행형
지난해 8월 전남 나주시에서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의사당을 봉쇄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나주시의회가 40일 넘게 원(院) 구성도 못한 채 파행으로 치닫자 보다 못한 시민단체가 나선 것. 나주노인회, 나주사랑청년회 등 15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시민협의회는 시의회 현관 출입문과 의사당 건물 등에 검은색 천으로 만장을 만들어 대형 ‘X’자 모양으로 걸고 시의원들의 의회 출입을 막았다. 이들은 의회 앞 주차장에 ‘근조(謹弔)’를 상징하는 꽃상여를 놓고 주차장에서 철야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나주시의회가 파행을 빚은 것은 후반기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민주당 소속과 무소속 시의원들 간의 갈등 때문이다. 민주당이 모든 자리를 독식하려 하자 무소속 시의원들이 실력으로 저지한 것. 비례대표 2명(민주)을 포함해 의원이 14명인 나주시의회는 민주당 9명, 무소속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시민협의회는 대(對)시민 사과와 파행기간의 의정비 반납 등 5개항으로 구성된 이행합의서에 시의회 의원들의 서명을 받은 뒤 의사당 봉쇄 나흘 만에 농성을 풀었다. 하지만 민주당과 무소속 시의원들 간의 갈등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나주시의회는 지난해 본예산을 대폭 삭감한 데 이어 올 추경안도 졸속 심사해 빈축을 사고 있다. 시의회는 지난
4월에 끝난 추경안 심사에서 시 요구액 227억5000만원 가운데 6억4000여 만원을 삭감했다. 주 내용은 미래산업단지 토지보상 지연에 따른 영농보조금 3억8000만원, 시정 홍보비 6000여 만원, 현안사업 업무추진비 등이다. 업무추진비 등은 행정안전부 편성 지침에 따른 것으로 본예산 때 삭감된 것을 재편성한 것인데 다른 지자체와 비슷한 수준이다. 영농보조금은 민자사업인 미래산업단지의 토지보상이 금융위기로 지연됨에 따라 영농 손실을 보게 된 농가를 지원하고자 편성했던 것이다.
이번 추경예산 삭감은 다수인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주도했으며, 이 과정에서 무소속 시의원들과 마찰을 빚는 등 심각한 갈등이 재연됐다. 지역에서는 무소속 단체장 및 시의원과 민주당 시의원들 간의 해묵은 갈등 속에 내년 선거를 의식한 ‘시정 발목잡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더욱이 영농보조금 삭감 소식을 듣고 시의회를 항의 방문한 농민들에게 시의원들이 뒤늦게 다음 추경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비난을 샀다. 하지만 2회 추경은 빨라야 7월 이후에나 가능해 영농보조금 지연에 따른 농가 손실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 창출을 주문하면서도 정작 외부 투자유치자문관 위촉 운영 예산을 삭감하고, 영농보조금 지연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농가와 간담회를 하고도 보조금을 삭감하는 등 시의원들은 이중적 잣대를 보였다.
시의회는 지난해 말 본예산 심의 때 국도비 지원액 등 전체 예산액의 2.6%인 89억원을 삭감하는 등 ‘무더기 칼질’을 했다. 이 과정에서 삭감을 고집하는 민주당 측과 이를 반대하는 무소속 시의원들이 정면충돌하면서 법적 시한을 넘기는 등 파행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는 지난해 7월 후반기 원 구성 과정에서 빚어진 주류, 비주류 간 갈등이 표출됐다는 지적이다.
시민 김모(45) 씨는 “가난한 자치단체 살림을 들먹이면서 국도비 지원금까지 삭감하는 행태는 이해할 수가 없다”고 비난했다. 나주사랑시민회 양동현 사무국장은 “합의한
5개항 가운데 지켜진 것은 원 구성밖에 없다”며 “성의 있는 행동을 보이지 않으면 주민소환제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승호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shjung@donga.com
예산을 쌈짓돈처럼 펑펑
울진군의회, 업무추진비로 의원 부인 금반지 선물
경북 울진군은 울진군의회의 ‘금반지 게이트’로 군 전체가 떠들썩하다. 공금을 개인 금고의 쌈짓돈처럼 빼내 쓰다가 적발된 대표적 사례다. 전반기 의장(2006년 7월~2008년 6월)인 A의원은 업무추진비로 의원 부인에게 금반지를 선물하는 등 1970여 만원 상당의 업무추진비를 횡령한 혐의로 4월5일 불구속됐다. 이 과정에서 의원들이 개인 용도로 사용한 공금을 공무용인 것처럼 허위 공문서를 작성한 혐의로 의회 사무과장 B씨 등 공무원 5명도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A의원은 전반기 의장 때인 2006년 12월 송년행사를 하면서 군의원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의정 운영 공통 업무추진비로 28만원짜리 금반지 8개를 구입, 전체 군의원 8명의 부인들에게 선물한 혐의다. 또한 지역 내 식당 12곳을 지정해 자신을 제외한 군의원 7명이 개인 용도로 언제든 이용할 수 있게 1인당 100만원씩 선결제해줬다. 실제로 군의원들은 지정 식당에서 결제 액수만큼 개인 용도로 식사했으며, 이 가운데 2명은 식사 대신 현금 150만원을 챙겨간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경찰은 A의원이 연간 2000만원에 이르는 의장 업무추진비 중 900여 만원을 식사비 외상대금으로 결제하는 등 임의로 지출한 사실을 밝혀내고 감사원에 비위 사실을 통보했다. 나머지 사용처에 대해서도 추가로 확인할 방침이다.
의회 사무과장 B씨 등 5~7급 행정공무원 5명은 군의원들의 식사비용을 선결제해주거나 식사비용이 접대비 1회 한도액인 50만원을 초과할 경우 이를 두세 차례에 걸쳐 결제하는 등 관련 서류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체 군의원이 직간접적으로 업무추진비 횡령과 연계돼 있다 보니 A의원에 대한 처벌을 두고도 미온적이다. 당사자인 A의원도 한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평소 관행적으로 이뤄져왔다”며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했다.
하지만 군의원들의 이런 태도를 접한 지역주민의 반응은 싸늘하다. 당장 지역시민단체는 군의회 해산을 요구하고 나섰다. 울진지역 사회단체 울진희망제작소는 군의회 공금횡령 사건 관련 순회토론회를 열고, 한나라당 소속 군의원의 제명과 출당을 이 지역 강석호 국회의원에게 요구했다. 또 허위 공문서를 작성한 공무원의 파면을 김용수 울진군수에게 공식 요청했다. 이들은 검찰과 경찰에도 “공범인 군의원들도 전원 구속수사 하라”며 “부패 의혹을 받고 있는 군정(郡政)과 의정 전반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울진사회정책연구소 조상현 소장은 “의정 기간이 1년도 안 남은 상태에서 군의원 전원이 연루된 사건이 발생했다. 이 밖에도 교통사고 후 도주, 음주 후 경찰간부 폭행 등 군의원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사건이 연이어 벌어진다”며 “군의원이라고 하면 떠받들어 모시는 촌부들도 요즘 이들의 행태를 내놓고 비난할 만큼 주민들의 반응이 좋지 않다”고 전했다.
손영일 기자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