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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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의 선전포고 1등 전쟁 불붙었다

신한·우리·하나·씨티 “공격 앞으로” … 리딩 뱅크인 국민은행 “한번 해보자” 맞불

  • 이백규/ 머니투데이 기자 qubec@unitel.co.kr

    입력2004-11-11 15: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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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들의 선전포고 1등 전쟁 불붙었다
    은행 간 전쟁, ‘뱅크 워(bank war)’가 불붙었다.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이 업계 정상을 향한 ‘공격 앞으로’를 시작한 지금, 국민은행도 새 행장의 등장과 함께 수성 전략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했다. 한국씨티은행(옛 한미은행과 씨티은행의 통합 은행)은 일단 하나은행을 따라잡아 국민·신한·우리은행에 이어 4강 대열에 합류하는 것이 목표다.

    2004년 11월1일은 우리 금융사에 한꺼번에 두 획을 그은 날이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의 취임과 하영구 행장의 한국씨티은행 출범. 20년 경제기자의 직관으로 보건대, 단기적으로는 강행장의 취임이 더 영향력 있어 보이지만 수년 뒤에 돌아보면 하행장의 한국씨티은행 출범이 더욱 가공할 만한 위력을 발휘하며 한국 금융계에 여러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는 씨티뱅크의 한국 공략 실패를 뜻하는 것이며, 한국씨티은행은 틈새시장에 머무는 여러 중소 은행 중 하나로 전락하거나 다른 대형은행에 흡수·합병당하게 될 것이다. 은행 간 전쟁은 가계소매와 기업도매의 은행 부문, 브로커리지(위탁매매)와 투자은행(IB) 등 증권 업무, 생명보험 및 손해보험, 투신운용 등 크게 4가지 영역에서 누가 더 큰 시장과 많은 고객을 확보하느냐의 영토분할 경쟁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은행들은 승리를 위해 각자의 역량과 실력, 장·단점을 토대로 주어진 금융 여건의 유·불리에 맞춰 차별화한 전략을 구사하게 된다. 물리적·유형적 영토확장 전쟁은 결국 지략과 전략전술, 용병술과 마케팅, 상품개발이라는 무형의 머리 싸움 및 조직력 싸움이 중첩되면서 매우 다층적이고 입체적인 ‘전쟁’의 양상을 보여줄 것이다.

    신한 ‘뉴 뱅크’ 전략으로 포문 … 씨티 ‘첫 목표는 4강 진입’

    일단 첫 포문을 연 곳은 신한지주다. 신한지주는 10월22일 서울 힐튼호텔 컨벤션홀에서 그룹사 부서장 등 1278명이 참석한 가운데 ‘2004 서울 써미트’ 행사를 열고 ‘뉴 뱅크(New Bank) 채널 전략’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경영진은 신개념의 은행, 뉴 뱅크를 창조하기 위해 2008년까지 새 패러다임의 점포인 ‘파이낸셜 센터’를 전국에 10여개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파이낸셜 센터는 종합금융 잠재력이 큰 지역에 설치해 개인·기업 등 모든 고객층을 대상으로 카드, 간접투자상품, 기업금융 등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아울러 해당지역 내 점포들을 관할하는 지역본부 구실도 겸한다.

    신한지주는 지난해 9월 조흥은행 인수 후 뉴 뱅크 수립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라응찬 신한지주회사 회장은 “신한금융그룹은 뉴 뱅크 전략을 통해 오는 2008년 자산 규모와 시가총액에서 확고한 국내 1위 금융기관이 될 것임은 물론, 국내 금융산업의 모범을 제시하는 세계적 수준의 금융기관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소 과묵하고 점잖은 라회장이 개인이나 회사 차원에서 이토록 도발적인 전략을, 그것도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은행들의 선전포고 1등 전쟁 불붙었다

    11월3일 국내 최초로 집적회로(IC) 칩이 붙은 한 장의 카드에 종이통장 30개 분량의 정보를 담을 수 있는 `KB전자통장`을 내놓은 뒤 여의도 본점에서 기념 행사를 연 강정원 행장(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고객 대표들.

    은행은 돈 장사다. 밑천이 두둑할수록 유리한 것은 상식이다. ‘예금’이란 비교적 표준화한 상품을 팔아 ‘대출’이라는 하이리스크 제품을 공급해야 하는 까닭에 덩치가 커야, 판돈이 많아야 표준화 제품에 따른 규모의 경제 효과를 볼 수 있으며 위험 흡수능력도 좋아진다. 따라서 일단 은행업은 자산이 많을수록 유리하다. 신한은 금융의 이런 속성을 파고들 계획인 것이다. 신한지주가 공개 도전장을 던진 열흘 뒤, 드디어 각 은행의 공식 반응이 나왔다. 신한지주의 직접 타깃이라 할 수 있는 국내 1위 국민은행의 반응은 “좋다, 한번 해보자”는 것이었다.

    국민은행 강정원 행장은 11월1일 취임식에서 “신한지주와 한국씨티은행의 도전으로 은행 간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며 “국민은행을 진정한 ‘국민의 은행’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강행장은 “우리가 명실상부한 리딩 뱅크”라며 ‘그들’은 2등급 대형 은행에 지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은행 간 자존심을 건 감정 대립의 조짐마저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은행들의 선전포고 1등 전쟁 불붙었다

    2월23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씨티그룹의 한미은행 인수 기자회견장에서 씨티그룹의 스티브롱 아시아투자담당 이사(가운데)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하나, 깜짝세일 광고 … 우리, 보험업 진출 시동

    서울 여의도에서 국민은행이 전의를 다지고 있는 11월1일 비슷한 시각, 서울 공평동 옛 한미은행 본점에서 한국씨티은행 출범식이 있었다. 하영구 행장은 인사말에서 “한국씨티은행은 가장 한국적인 은행이 되겠다. 2007년까지 시장 점유율을 10%까지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시장 점유율 10%는 현재의 점유율 4.5%를 2배 넘게 늘리겠다는 뜻. 이렇게 되면 8.2%의 하나은행을 따돌리고 국민은행(18.1%), 신한지주(13.3%), 우리지주(10.6%) 등에 이어 4강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2004년 6월 말 현재 총자산 기준, 금융감독원).

    은행들의 물고 물리는 공방은 CEO(최고경영자) 차원에서의 ‘말’뿐 아니라 금융 현장, 지점의 영업 현장과 본부의 경영기획 및 관리 현장에서도 뜨겁게 불붙고 있다.

    하나은행 김승유 행장은 말 대신 행동으로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주요 일간지 1면 돌출광고를 통해 자사 제품 깜짝세일에 나섰다. 연 3.7% 내외인 시중금리보다 훨씬 높은 연 4.3% 보장 예금을 11월4일부터 12일까지만 한정 판매한다. ‘하나은행만의 특별한 금리를 놓치지 마세요-높은 하나’라는 광고 카피대로 이 예금은 유사 상품 중 최고 금리를 자랑한다. 물론 이에 대해 운용할 데가 없어 3%대 거액예금도 사절하는 판에 고수익률을 제시한 것을 두고 ‘조폭식 자해형’이라며 공멸을 초래할 것이란 비아냥거림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한국씨티은행의 도전이 시작된 마당에 하나은행의 자존심 유지를 위해서라도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동정론도 나온다.

    황영기 회장의 우리금융지주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황회장은 은행 증권 보험 투신운용 전방위에 걸쳐 전선을 펼치고 있다. 은행 부문에선 압도적 우위에 있는 대기업 부문의 경쟁우위를 확고히 하고, 소매와 중소기업의 약점을 인정하는 대신 PB(private banking)만은 놓치지 않는다는 전략이다. 황회장은 LG투자증권 인수를 계기로 그간의 숙원인 비은행 부문 강화는 물론 보험업 진출까지 착수해 사업 틀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계산이다. 지금까지 우리금융이 지주사라는 ‘명함’은 있었지만 실제적으로 은행 부문이 전체 자산의 95%를 차지하고 있어 제대로 된 지주사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LG증권 인수 이후 증권 부문을 조기 통합하고 자산운용도 합병해 전면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보험업에도 진출키로 해 명실공히 1금융, 2금융을 아우르는 지주회사 체제로 거듭나겠다는 복안이다.

    은행들의 선전포고 1등 전쟁 불붙었다

    7월9일 신한금융지주회사와 예금보험공사는 조흥은행 매각을 위한 본계약을 맺었다. 신한지주 최영휘 사장(왼쪽 사진 오른쪽)과 예보 류연수 이사가 악수하고 있다.

    황회장은 10월 기자간담회에서 “중소형 보험사를 인수할지, 합작사를 설립할지 여러 방안을 검토해 연말 이전에 우리은행의 문화와 전략에 맞는 보험산업 진출 구상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지주는 그간 삼성생명과 합작사 설립 및 전략적 제휴를 추진했지만 진전이 없는 상황이었다. 황회장은 우리금융지주가 다른 은행에 비해 비교우위가 있는 은행의 대기업과 PB 부문, 은행의 기업금융 분야와 LG투자증권 및 우리증권을 결합한 IB 부문, LG투신운용과 우리투신운용을 합병한 투신운용 분야를 전략 요충지로 삼고 있는 듯하다.

    은행에서 사이즈, IB가 실력이라면 투신운용의 경쟁력은 평판(reputation)에 좌우된다. 은행은 고객을 대신해 위험을 흡수하기 때문에 자산이나 자기자본의 크기가 중요하다. 이에 비해 투신운용은 핵심 기능이 위험의 중개, 즉 모든 위험이 고객 자신에게 전가되며 고객별로 적합한 자문서비스를 해주는 것이 주업무인 까닭에 시장에서 오랜 기간 반복거래를 통해 형성된 평판이 경쟁력과 우열을 좌우한다.

    은행들 문어발 확장에 금융당국 제동 걸 가능성도

    평판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지주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투신운용 쪽에선 현대투자신탁증권을 인수한 푸르덴셜, 실적을 인정받는 템플턴 등 외국계와 한국투자신탁증권을 인수한 동원지주의 동원투자신탁증권, 미래에셋 등이 눈에 띈다. 하나은행이 대한투자신탁증권(이하 대투) 인수를 확정지으면 하나투신운용의 괄목상대도 기대할 만하다.

    한편 은행권 순위 경쟁 와중에 새로운 변수가 부각돼 금융가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금융 당국의 새로운 움직임이 그것이다. 현재 4대 은행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넘치는 시중 돈을 바탕 삼아 마치 재벌이 문어발 확장을 하듯 이런저런 분야를 마구 집적대고 있다. 증권사를 인수하고 보험사를 넘보며 투신사를 합병하고 고급 인력을 스카우트한다. 은행들은 키운 덩치로 전국을, 부자들을, 샐러리맨과 중소 상인들을, 기업을 네트워크로 연결해놓고 그 유통 채널을 무기 삼아 이런저런 금융상품을 활발히 거래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의 우월적 지위 남용이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며 “특히 방카슈랑스 분야에서의 ‘꺾기’를 비롯한 불공정 행위를 집중 단속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은행들의 선전포고 1등 전쟁 불붙었다

    11월1일 서울 중구 다동 옛 한미은행 본사에서 열린 한국씨티은행 현판식 후 이 은행 임원들이 박수치고 있다.

    김광수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도 11월4일 금융연구원이 주최한 ‘금융동향 세미나’에 참석해 “유통 부문을 과점하고 있는 은행의 불공정 행위가 나타나고 있다”며 “수익증권, 보험상품 등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철저하게 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당국이 할 일은 은행의 불공정 행위 교정만이 아니다. 바람직한 구조조정 방향에 대한 모색도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외환위기 이후 수많은 은행들이 문을 닫고 수천명의 은행원이 중도 퇴사하는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었지만 소비자와 국민경제에 무슨 도움을 주었는지를 생각하면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오히려 국민들의 수수료 부담만 늘려놓은 것은 아닌지, 약간의 편리함과 친절함을 제공하고는 사상 최고의 순익과 두툼한 직원 보너스로 대표되는 ‘그들만의 잔치’를 벌여온 것은 아닌지, 구조조정의 효과가 아직 은행 내에만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물론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국제적 규모를 갖춘 은행, 초일류 은행이 나와야 한다. 그러나 이번 은행 구조개편은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자사 이기주의를 뛰어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야 한다. 금융 소비자의 후생을 증진하고 나라 경제에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금융당국이 관치금융의 비난을 무릅쓰고라도 은행들을 지도·감독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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