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16대 총선 결과의 화두는 세대교체다. 역대 총선 사상 이번 총선처럼 30, 40대 젊은 정치 신인들이 ‘주연배우 교체’의 드라마를 연출하며 역동적으로 등장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집단적 출현은 그것이 정당 핵심부의 의도된 기획에 따른 것이었든, 총선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의 유권자 운동에 따른 것이었든 앞으로 우리 정치권에 행사할 영향력이 작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우선 당선자 273명(비례대표 포함) 중 초선은 모두 111명(40.6%), 재선이 82명으로 초-재선을 합치면 무려 70.6%에 달한다. 정당별 초선의원 분포는 한나라당 35.3%, 민주당 47.8%, 자민련 23.5%의 분포. 민주당은 두 명에 한 명 꼴로 초선인 셈이다. 그만큼 물갈이 폭이 컸다. 지역구에 출마한 15대 현역의원 207명 가운데 낙선자는 86명(41.5%).
신인 파워는 연령 분포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30대 초선이 10명으로 15대(5명)의 배로 늘어났다. 전체 당선자 중 30대는 13명으로 4.8%, 40대는 65명으로 23.8%에 달한다. 30, 40대를 합치면 28.6%. 이는 30대가 7명, 40대가 54명이었던 지난 15대에 비해 크게 증가한 셈이다. 50대는 106명(38.8%), 60대 이상은 89명(32.6%)이었다. 15대 총선의 50대 당선자 비율이 56.1%에 달한 것과 비교하면 정치권의 평균 연령이 하향 조정된 사실을 알 수 있다.
김윤환 이종찬 김상현 황낙주 김수한 이기택 박찬종 오세응 신상우 서석재 김봉호 양정규 한영수 이세기 박철언 박준병 등 중진들이 모두 낙선했다.
초-재선 193명 전체 70.6%
이제 16대 국회를 말하는 자리에서 이들의 이름은 사라질 것이다. 이들 중 일부는 공천 단계에서부터 탈락했고, 일부는 선거에서 무너져 내렸다. 어차피 장강(長江)의 뒷물은 앞물을 밀어낸다.
4·19 세대의 퇴조도 두드러진다. 신상우 최형우 이기택 김정수 문정수 이세기 김중위…. 이들도 한때는 정치권의 ‘젊은층 수혈론’ 대상이었던 시절이 있었지만, ‘4월19일 4·19 40주년 기념식’장에는 정치의 중앙 무대에서 밀린 쓸쓸한 얼굴들로 나타나게 되었다.
4·19 세대의 후배들인 6·3 세대들은 어느덧 정치권의 선두 그룹으로 자라났다. 특히 조홍규 박범진 박정훈 등 민주당의 이들 세대는 뒷전으로 물러난 반면, 한나라당 ‘6·3 그룹’은 이번 총선을 통해 약진했다. 김덕룡 이부영 홍사덕의원이 트로이카를 형성하며 한나라당의 ‘체질 개선’에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다. 한나라당에 잘 어울리지 않는 듯한 ‘386 세대’ 영입도 이들의 작품이었다. 같은 세대인 김문원전의원과 김도현 전문체부차관은 원내 입성에 실패했지만, 안택수의원이 재선 고지에 올랐고 현승일 전국민대총장이 새롭게 진입했다.
이들 바로 밑의 민청학련 세대도 이번 총선으로 허리를 더욱 두텁게 만들었다. 민주당의 경우 기존의 김근태 이해찬의원 외에 심재권씨(서울 강동을)가 새롭게 당선됐다. 한나라당은 김문수의원과 손학규전의원이 재선에 성공했고, 이 대열에 서상섭씨(인천 중-동-옹진)가 합류했다. 반면 이철 유인태전의원은 재기에 실패했고, 민국당의 장기표 최고위원도 온갖 모색을 했지만 끝내 제도권 진입에 실패했다.
그러나 이들 6·3 세대와 민청학련 세대는 소위 ‘모래시계 세대’나 ‘긴조(긴급조치) 세대’라 불리는 ‘475 그룹’(40대, 70년대 학번, 50년대 출생)과 ‘386 파워’의 등장과 비교하면 오히려 초라한 감이 있다. 그동안 민청학련 세대와 386 그룹 사이의 ‘낀 세대’로서 정치권에서는 그다지 부각되지 않은 모래시계 세대는 민주당에서 김영환 설훈의원과 배기선 신계륜전의원 등 대표 주자들이 재선에 성공하고, 한나라당에서 김부겸 심재철 이성헌 안영근 등 ‘원외 명망가’들이 오랜 장외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원내에 진입함에 따라 매우 두터워진 그룹을 형성하게 됐다.
386 세대의 경우 민주당에서 임종석 장성민 김성호 송영길 등이, 한나라당에서 김영춘 원희룡 오세훈 박종희 윤경식 등이 대거 진출했다. 이번 총선에서 386 세대의 ‘정치 실험’은 비록 절반의 성공에 그쳤지만 전 선거구에 걸쳐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등 그야말로 몇십표 차이의 박빙의 승부를 연출한 곳이 많아 이들에 대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이처럼 30, 40대 신진 인사들의 여의도 의사당 대거 입성은 오는 5월 개원할 16대 국회가 그만큼 ‘젊은 국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품게 해준다. 그러나 이들이 그들을 선택한 유권자들의 희망대로 단단하기 그지없는 제도권 현실정치의 각질을 깰 수 있을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특히 475나 386 그룹의 제도권 진입은 유권자들의 ‘바꿔‘ 분위기에 편승한 ‘정치 마케팅’의 성공으로, “정치력 없는 거품”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도 많다.
한림대 전상인교수(사회학)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신선한 ‘문화혁명’을 선도한 386 세대의 공헌을 인정하면서도, 유독 정치권의 이들은 “권력을 향해 가는 과정 자체가 특정 정당이나 보스로부터 간택 내지 견인당하는 모습”으로 “‘앞으로 두고 보라’는 주장이 별로 설득력이 없다”고 비판한다. 결국 “기성 정치인과 거의 다를 바 없는 정치 신인들이 낙천-낙선운동의 소나기를 피해가려는 정치권의 정략에 기능적으로 영합”했다는 것이다.
그 자신이 386 대표주자의 한 사람이자 삼민투 위원장으로 서울미문화원 점거농성사건의 주역이었던 함운경씨(이번 총선에서 군산 출마, 낙선)는 “정치적인 포장으로 386 세대란 말만큼 상품성이 있는 단어도 없을 것”이라며 “우리에게는 선배 세대와 다름을 주장할 만한 특별한 권한이 주어져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의욕 실천 멍석을 깔아줘야”
성공회대 김동춘교수(사회학) 역시 “이들은 과거 정치권에 들어갔던 민주화운동 경력자들이 그러했듯이 그 세대의 수많은 이름없는 동료들이 감수했던 고통과 헌신, 열정의 몫을 충분히 챙기려 하지 않고 ‘그 세대의 대표자’임을 자임하여 지나치게 헐값으로 자신을 팔려 한다”면서 “벌써 직업정치가가 된 것일까, 아니면 이제 과거의 정신을 버린 것일까”라며 의문을 던지고 있다.
물론 이들 신진세력이 하나의 세대 집단으로 성취하고 있는 많은 미덕들을 외면하기도 힘들다. 그들은 군부 독재의 바리케이드를 맨몸으로 넘었던 행동의 세대로서 개혁의 당위성과 급격한 정보화와 세계화에 따른 전문성을 함께 습득한 보기 드문 세대다. 따라서 서울대 송호근교수(사회학)는 “별다른 개혁 대안이 없는 현 상황에서 투지와 의욕에 찬 참신한 인물을 발탁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한국정치의 고질적 장벽을 무너뜨릴 전사로서는 그런 대로 괜찮은 셈”이라고 평가한다. 그리하여 “이들을 중요 포스트에 전진 배치해서 의욕과 패기를 실현할 기회를 충분히 부여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번 총선에서 젊은 신진인사들의 대거 진출은 21세기 신세대에 걸맞은 세대감각과 세대의무를 결합한 집단이 세력화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었다는 의미를 지닌다. 그럼에도 그들은 이제 기대와 우려의 교차점에 서게 됐다. 이제 시민들이 할 일은 그들이 초발심(初發心)대로 의정활동에 임하는 모습을 냉정하면서도 차분하게 지켜보는 일이다.
우선 당선자 273명(비례대표 포함) 중 초선은 모두 111명(40.6%), 재선이 82명으로 초-재선을 합치면 무려 70.6%에 달한다. 정당별 초선의원 분포는 한나라당 35.3%, 민주당 47.8%, 자민련 23.5%의 분포. 민주당은 두 명에 한 명 꼴로 초선인 셈이다. 그만큼 물갈이 폭이 컸다. 지역구에 출마한 15대 현역의원 207명 가운데 낙선자는 86명(41.5%).
신인 파워는 연령 분포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30대 초선이 10명으로 15대(5명)의 배로 늘어났다. 전체 당선자 중 30대는 13명으로 4.8%, 40대는 65명으로 23.8%에 달한다. 30, 40대를 합치면 28.6%. 이는 30대가 7명, 40대가 54명이었던 지난 15대에 비해 크게 증가한 셈이다. 50대는 106명(38.8%), 60대 이상은 89명(32.6%)이었다. 15대 총선의 50대 당선자 비율이 56.1%에 달한 것과 비교하면 정치권의 평균 연령이 하향 조정된 사실을 알 수 있다.
김윤환 이종찬 김상현 황낙주 김수한 이기택 박찬종 오세응 신상우 서석재 김봉호 양정규 한영수 이세기 박철언 박준병 등 중진들이 모두 낙선했다.
초-재선 193명 전체 70.6%
이제 16대 국회를 말하는 자리에서 이들의 이름은 사라질 것이다. 이들 중 일부는 공천 단계에서부터 탈락했고, 일부는 선거에서 무너져 내렸다. 어차피 장강(長江)의 뒷물은 앞물을 밀어낸다.
4·19 세대의 퇴조도 두드러진다. 신상우 최형우 이기택 김정수 문정수 이세기 김중위…. 이들도 한때는 정치권의 ‘젊은층 수혈론’ 대상이었던 시절이 있었지만, ‘4월19일 4·19 40주년 기념식’장에는 정치의 중앙 무대에서 밀린 쓸쓸한 얼굴들로 나타나게 되었다.
4·19 세대의 후배들인 6·3 세대들은 어느덧 정치권의 선두 그룹으로 자라났다. 특히 조홍규 박범진 박정훈 등 민주당의 이들 세대는 뒷전으로 물러난 반면, 한나라당 ‘6·3 그룹’은 이번 총선을 통해 약진했다. 김덕룡 이부영 홍사덕의원이 트로이카를 형성하며 한나라당의 ‘체질 개선’에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다. 한나라당에 잘 어울리지 않는 듯한 ‘386 세대’ 영입도 이들의 작품이었다. 같은 세대인 김문원전의원과 김도현 전문체부차관은 원내 입성에 실패했지만, 안택수의원이 재선 고지에 올랐고 현승일 전국민대총장이 새롭게 진입했다.
이들 바로 밑의 민청학련 세대도 이번 총선으로 허리를 더욱 두텁게 만들었다. 민주당의 경우 기존의 김근태 이해찬의원 외에 심재권씨(서울 강동을)가 새롭게 당선됐다. 한나라당은 김문수의원과 손학규전의원이 재선에 성공했고, 이 대열에 서상섭씨(인천 중-동-옹진)가 합류했다. 반면 이철 유인태전의원은 재기에 실패했고, 민국당의 장기표 최고위원도 온갖 모색을 했지만 끝내 제도권 진입에 실패했다.
그러나 이들 6·3 세대와 민청학련 세대는 소위 ‘모래시계 세대’나 ‘긴조(긴급조치) 세대’라 불리는 ‘475 그룹’(40대, 70년대 학번, 50년대 출생)과 ‘386 파워’의 등장과 비교하면 오히려 초라한 감이 있다. 그동안 민청학련 세대와 386 그룹 사이의 ‘낀 세대’로서 정치권에서는 그다지 부각되지 않은 모래시계 세대는 민주당에서 김영환 설훈의원과 배기선 신계륜전의원 등 대표 주자들이 재선에 성공하고, 한나라당에서 김부겸 심재철 이성헌 안영근 등 ‘원외 명망가’들이 오랜 장외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원내에 진입함에 따라 매우 두터워진 그룹을 형성하게 됐다.
386 세대의 경우 민주당에서 임종석 장성민 김성호 송영길 등이, 한나라당에서 김영춘 원희룡 오세훈 박종희 윤경식 등이 대거 진출했다. 이번 총선에서 386 세대의 ‘정치 실험’은 비록 절반의 성공에 그쳤지만 전 선거구에 걸쳐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등 그야말로 몇십표 차이의 박빙의 승부를 연출한 곳이 많아 이들에 대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이처럼 30, 40대 신진 인사들의 여의도 의사당 대거 입성은 오는 5월 개원할 16대 국회가 그만큼 ‘젊은 국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품게 해준다. 그러나 이들이 그들을 선택한 유권자들의 희망대로 단단하기 그지없는 제도권 현실정치의 각질을 깰 수 있을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특히 475나 386 그룹의 제도권 진입은 유권자들의 ‘바꿔‘ 분위기에 편승한 ‘정치 마케팅’의 성공으로, “정치력 없는 거품”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도 많다.
한림대 전상인교수(사회학)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신선한 ‘문화혁명’을 선도한 386 세대의 공헌을 인정하면서도, 유독 정치권의 이들은 “권력을 향해 가는 과정 자체가 특정 정당이나 보스로부터 간택 내지 견인당하는 모습”으로 “‘앞으로 두고 보라’는 주장이 별로 설득력이 없다”고 비판한다. 결국 “기성 정치인과 거의 다를 바 없는 정치 신인들이 낙천-낙선운동의 소나기를 피해가려는 정치권의 정략에 기능적으로 영합”했다는 것이다.
그 자신이 386 대표주자의 한 사람이자 삼민투 위원장으로 서울미문화원 점거농성사건의 주역이었던 함운경씨(이번 총선에서 군산 출마, 낙선)는 “정치적인 포장으로 386 세대란 말만큼 상품성이 있는 단어도 없을 것”이라며 “우리에게는 선배 세대와 다름을 주장할 만한 특별한 권한이 주어져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의욕 실천 멍석을 깔아줘야”
성공회대 김동춘교수(사회학) 역시 “이들은 과거 정치권에 들어갔던 민주화운동 경력자들이 그러했듯이 그 세대의 수많은 이름없는 동료들이 감수했던 고통과 헌신, 열정의 몫을 충분히 챙기려 하지 않고 ‘그 세대의 대표자’임을 자임하여 지나치게 헐값으로 자신을 팔려 한다”면서 “벌써 직업정치가가 된 것일까, 아니면 이제 과거의 정신을 버린 것일까”라며 의문을 던지고 있다.
물론 이들 신진세력이 하나의 세대 집단으로 성취하고 있는 많은 미덕들을 외면하기도 힘들다. 그들은 군부 독재의 바리케이드를 맨몸으로 넘었던 행동의 세대로서 개혁의 당위성과 급격한 정보화와 세계화에 따른 전문성을 함께 습득한 보기 드문 세대다. 따라서 서울대 송호근교수(사회학)는 “별다른 개혁 대안이 없는 현 상황에서 투지와 의욕에 찬 참신한 인물을 발탁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한국정치의 고질적 장벽을 무너뜨릴 전사로서는 그런 대로 괜찮은 셈”이라고 평가한다. 그리하여 “이들을 중요 포스트에 전진 배치해서 의욕과 패기를 실현할 기회를 충분히 부여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번 총선에서 젊은 신진인사들의 대거 진출은 21세기 신세대에 걸맞은 세대감각과 세대의무를 결합한 집단이 세력화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었다는 의미를 지닌다. 그럼에도 그들은 이제 기대와 우려의 교차점에 서게 됐다. 이제 시민들이 할 일은 그들이 초발심(初發心)대로 의정활동에 임하는 모습을 냉정하면서도 차분하게 지켜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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