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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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5일 또 전쟁난다”

캐스트서비스 ‘한국전쟁’ 게임 출시 예정… 8월15일까지 전국이 ‘불바다’

  • 입력2006-05-19 11: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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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25일 또 전쟁난다”
    오는 6월12~14일 평양에서 김대중대통령과 김정일국방위원장간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난 열흘 뒤인 25일 북한군은 휴전선을 통한 전면남침을 감행한다. 2차 한국전쟁의 포화가 오른 것이다.’

    남북정상회담 합의로 인해 대북 평화 무드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만약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그러나 이는 단순한 공상이 아니다. 오는 6월25일 실제로 일어날 사건을 예고하는 것이다. 물론 사이버 공간에서이기는 하지만….

    이 시나리오는 인터넷방송 전문업체인 캐스트서비스가 오는 6월25일 오픈을 목표로 막바지 준비에 한창인 인터넷 게임 ‘불타는 한반도’(Burning Korea)의 줄거리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게임은 전쟁 게임이다. 그러나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종류의 전쟁 게임은 수백 가지가 넘지만 실제로 국군과 인민군이 피를 흘리며 싸우는 상황을 설정한 게임은 이것이 처음이다. 이 게임이 더욱 관심을 끄는 이유는 시나리오가 실제 한국전쟁 상황을 비슷하게 재연하고 있는데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게임에 그치지 않고 현실에서도 게임 상황을 재연하는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시내 곳곳에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본뜬 간첩을 출현시키고, 무선 인터넷 등을 이용해 전장 상황을 생중계하는 등 사이버 공간과 실제 현실을 연결시켜 6월25일부터 8월15일까지 전국 곳곳을 ‘전쟁터’로 만들겠다는 ‘도발적인’ 구상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캐스트서비스측은 이를 위해 3만명 정도가 참여하는 사이버 커뮤니티도 만든다는 계획이다.

    또 4월말에는 동명의 군사소설 ‘불타는 한반도’가 출간될 예정이다. ‘불타는 한반도’ 게임은 가상 공간과 현실을 연결하는 이러한 수십 가지 전쟁 이벤트 중 하나일 뿐이다.



    현재까지 확정된 전쟁 시나리오는 대략 이렇다. ‘6월23일 북한 잠수함 남하 개시→6월25일 남한내 주요 거점 침투 시작→6월25일 휴전선 전면 남침과 상륙작전 개시→7월10일 북한군 최대 남하→7월15일 한국군 3개 사단과 미 해병 1개 사단으로 구성된 한미 연합 병력 평양 서부지역 상륙작전 감행→7월22일 파주지역 국군 1사단 휴전선 돌파→7월24일 중국 휴전회담 중재 제의→8월4일 평양-원산 진격→8월8일 북한, 서울에 핵미사일 위협→8월9일 북한 내부정보를 통해 핵미사일 제거→8월12일 전투중지→8월15일 휴전 성립.’

    6월25일 발발한 한국전쟁은, 밀고 밀리는 접전 끝에 중국의 참전을 계기로 휴전 국면에 접어들어 광복절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는 8월15일 휴전에 이른다는 시나리오이다. 언뜻 들으면 초등학교 아이들의 전쟁놀이처럼 들리겠지만 게임업체 입장에서는 전쟁의 모든 과정을 실제 상황처럼 이끌기 위해 전선 형성과 무기체계 등 모든 것을 현대전 체계에 맞게 바꾸는 등 완벽에 가까운 준비를 하고 있다.

    우선 국군과 인민군간의 전쟁이라는 전체적인 상황을 빼놓고는 무기 체계를 모두 현대화했다. 국군의 경우 개인화기는 50년 한국전쟁 당시의 M1 소총에서 K2 소총으로, 인민군의 경우 ‘따발총’으로 불리던 러시아제 PPsh41 소총에서 AKM 자동소총으로 바뀌었다. 전반적인 무기의 파괴력도 현대전 상황에 맞게 1.5∼2배 가량 향상됐다. 개인이 휴대하던 실탄 숫자도 한국전 당시 40발에서 최근의 기준에 맞게 180발로 조정했다. 이러한 상황은 모두 국군과 인민군의 가상 전투에서 그대로 재현된다.

    지상 화력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전차도 한국전 당시 사용됐던 미군 소속 M4 셔먼 전차에서 한국형 K1전차로 바뀌었고, 인민군은 2차대전 당시 사용됐다가 한국전에 투입된 러시아제 T-34 전차에서 T-62를 자체 개조한 천리마 전차로 바뀌었다. 전투기의 경우에도 국군은 KF16, 인민군은 MIG 29가 주력으로 사용된다. 캐스트서비스에서는 ‘불타는 한반도’ 게임을 ‘한국전쟁의 현대전화’라는 모토에 맞게 만들기 위해 군사전문지 ‘밀리터리 월드’(Military World) 관계자들을 영입하는 등 세부적인 고증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캐스트서비스 최준혁이사는 “한국 영화 ‘쉬리’의 성공을 보면서 ‘우리만의 역사적 경험을 게임으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게임의 성사 여부에 따라 ‘불타는 한반도’를 포함한 전쟁 게임을 세계 시장에 수출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게임이 진행되는 과정에는, 실제 게임에 참가하는 네티즌들의 참여를 받는 코너도 마련된다. 게임 중반 전세가 불리해진 북한측이 핵미사일 발사를 내세우며 위협을 가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한 특수부대를 구성하는데 바로 이 특수부대 요원들이 게이머들 중 1∼10위를 선발하고 이들을 비밀리에 북한에 침투시킨다는 것.

    PC통신 유니텔 군사동호회 대표시삽인 계동혁씨는 이 게임에 대해 “어차피 우리나라는 지금 종전이 아닌 휴전상태인 만큼 재미도 느끼는 동시에 분단국가에서 전쟁이라는 행위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느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불타는 한반도’ 게임이 구상했던 전쟁 발발 시나리오는 여러가지였다. △국지전으로 출발해 전면전 확대 △북한의 강-온파간 내전으로 인한 전쟁 발발 등이 시나리오에 들어가 있었고, 한국이 북한을 침략함으로써 전쟁이 발발한다는 북침 시나리오까지 들어 있었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이 전격 발표됨에 따라 당초 시나리오를 수정했다. 남북정상회담에 반대하는 북한내 강경파와 김정일 정권과의 갈등으로 인해 내전이 발발하고 이러한 북한내 혼란을 무마하기 위해 남침을 감행한다는 것.

    북침 시나리오는 폐기처분됐다고 하더라도 ‘불타는 한반도’ 게임은 한국전쟁에 대해 별다른 지식이 없는 청소년들에게 또다른 혼란을 줄 우려가 적지 않다. 경우에 따라서는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몰고 올 수도 있다. 게임 마니아들의 이 ‘도발적인’ 모험에 여론이 어떻게 응답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캐스트서비스측은 ‘여론의 비난이 빗발칠 경우에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을 한마디로 일축했다. “감수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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