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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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폭력의 美學’

  • 입력2006-05-19 12: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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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선 ‘폭력의 美學’
    쌍둥이는 ‘같이 먹고 같이 자고, 같이 울고 웃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쌍둥이들은 하나가 아프면 나머지 하나가 따라서 앓는다거나 하는 식으로 비슷한 생체리듬을 타고나는 경우가 있고, 이런 일들이 신문의 가십란에 간혹 소개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 쌍둥이들 대부분은 하는 행동 및 성격도 다 따로따로인 ‘전혀 다른’ 인격체다. 그래도 사람들은 쌍둥이로 태어난 이들에겐 뭔가 특별한 운명이 준비되어 있으리란 상상을 하곤 한다.

    그래서인지 쌍둥이는 소설이나 영화의 소재로 자주 등장한다. 한날 한시에 한 어머니의 몸에서 태어난 두 사람의 서로 다른 운명을 그리기도 하고, 두 사람이 서로를 닮아가는 과정을 통해 존재의 불완전성과 자아분열의 비극을 표현하기도 한다.

    4월22일 개봉하는 일본영화 ‘쌍생아’도 쌍둥이 형제가 주인공인 영화다. 똑같은 얼굴을 가진 두 명의 남자와 그들 사이를 오가는 아름다운 여자. 이 세 사람의 잔혹한 복수와 좌절, 기괴한 감정의 곡선을 훑어가는 영화로 사이버 펑크의 귀재로 불리는 츠카모토 신야 감독의 최신작이다.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거짓말’과 함께 가장 먼저 매진되면서 인기를 모았고 동 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했다.

    신분차이가 극심했던 메이지 시대 말기. 이곳에는 두 가지 세계가 존재한다. 다이토쿠지 의원의 상속자인 명의 유키오는 아름다운 아내 링과 함께 부모님을 모시고 안락하게 살아간다. 강 저편에는 범죄와 병균이 득실거리는 빈민굴이 있다. 이곳에서 자란 스테키치는 바로 유키오의 동생. 어느날 정원을 산책하던 유키오는 누군가에 의해 우물 속으로 떨어진다. 그때 위를 올려다본 유키오는 경악을 금치 못한다. 자신을 내려다보는 것이 바로 자신의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유키오를 대신해 링을 차지한 스테키치는 사고와 태도까지 점점 유키오가 되어가고, 우물 속에 갇힌 유키오는 어둠과 굶주림 속에서 스테키치를 닮아간다. 어느새 자신을 잃고 상대방이 되어버린 두 사람. 결국엔 한 사람만이 남아 가업을 이어간다. 증오와 살인 끝에 다시 태어난 그는 유키오라고도, 스테키치라고도 할 수 없는 전혀 새로운 존재다.



    츠카모토 신야 감독이 연출하는 폭력과 비주얼의 세계는 전율을 느낄 만큼 화려하고 또한 자극적이다. 시대극인데도 의상이나 헤어스타일은 사이버 펑크적이다. 속도감을 강조한 편집방식과 금속성의 음향효과, 만화 같은 폭력성이 낯설지만 그만큼 매력적이다.

    쌍둥이 영화 대표작/ 크로닌버그 ‘데드 링거’

    쌍둥이 의사의 일탈과 몰락


    츠카모토 신야 감독의 ‘쌍생아’는 여러 모로 데이비드 크로닌버그의 대표작 ‘데드 링거’를 연상시킨다. 비주얼한 이미지를 강조하는 점이나 서로 다른 성향의 두 사람이 닮아간다는 작품의 주제 면에서 특히 그렇다. 실제로 츠카모도 신야 감독은 “크로닌버그는 내게 아버지와도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플라이’ ‘비디오 드롬’을 연출했던 크로닌버그는 실화를 바탕으로 ‘데드 링거’를 만들었다.

    이 영화는, 정반대의 성격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정신이나 육체에 있어 일치한다고 믿는 쌍둥이 의사가 벌이는 해괴한 사건이 중심 줄거리를 이룬다. 한 사람은 내성적이고 예민한 베버리, 또 한 사람은 상냥하며 자신감 넘치는 엘리엇. 엘리엇은 여자를 유혹한 후 베버리에게 넘긴다. 둘은 여자를 같이 경험해야만 그 여자와 관계를 맺었다는 인식이 들 정도로 정신적인 일체 상태에 놓여있다. 그러다 베버리가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고, 이를 계기로 엘리엇에게서 정신적으로 분리한다. 베버리는 이후 극도의 불안감 속에 휩싸여 술과 마약에 빠져든다. 이를 치료하던 엘리엇 역시 마약에 몰입하면서 함께 죽음에 다가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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