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헬싱키에 있는 장 시벨리우스 기념비.
2014년에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탄생 150주년’이 단연 화제였다. 더불어 18세기 ‘오페라 개혁가’ 크리스토프 글루크와 바흐의 둘째 아들인 에마누엘 바흐의 탄생 300주년도 중요한 이슈였다. 그렇다면 2015년에는 어떤 작곡가를 주목해야 할까.
일단 북유럽으로 눈길을 돌릴 필요가 있다. 먼저 핀란드의 ‘국민 작곡가’ 장 시벨리우스가 12월 8일 탄생 150주년을 맞이한다. 애국적 교향시 ‘핀란디아’로 잘 알려진 시벨리우스는 1865년 헤멘린나에서 태어났는데, 당시 핀란드는 러시아 제국에 예속된 공국이었고 그런 상황은 20세기 초까지 지속됐다. 자연히 ‘핀란디아’를 포함한 그의 젊은 시절 작품들은 다분히 애국적인 경향을 띠고 있다. 특히 그는 민족서사시 ‘칼레발라’에 천착했고, 그 내용에 기초한 교향시를 다수 발표해 핀란드 사람들의 민족의식을 고취했다. 그의 교향시 가운데 먼저 들어볼 만한 것으로 ‘투오넬라의 백조’ ‘포욜라의 딸’ ‘타피올라’ 등을 꼽을 수 있고, 부수음악(극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곁들이는 음악)인 ‘슬픈 왈츠’도 유명하다.
아울러 시벨리우스는 말러, 슈트라우스와 동시대를 살았던 ‘교향악의 거인’이었다. 평생 7편의 교향곡을 남긴 그를 가리켜 영국 평론가 세실 그레이는 “베토벤 이후 최고의 교향곡 작곡가”라 칭송하기도 했다. 설령 그것이 과장된 평가라 해도, 차이콥스키와 부소니의 영향을 받은 후기낭만주의에서 출발해 아방가르드의 거센 조류와는 거리를 유지한 채 독자적 양식으로 나아간 그의 교향곡 세계는 각별하게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교향곡 중에서는 제2번과 제5번이 유명하고, ‘바이올린 협주곡 d단조’는 공연장에서 접할 수 있는 명작이다.
덴마크의 카를 닐센 역시 탄생 150주년을 맞는다. 1865년 6월 9일 오덴세 근교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닐센은 시벨리우스와 나란히 북유럽을 대표하는 교향곡 작곡가로 추앙된다. 하지만 6편에 달하는 그의 교향곡들은 특유의 실험적 작풍으로 시벨리우스의 곡들만큼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올해가 그 독창적인 작품들을 접할 절호의 기회가 아닐까. 교향곡 중에서는 ‘불멸’이라는 인상적인 부제를 가진 제4번이 가장 유명하고 각각 바이올린, 플루트, 클라리넷을 독주악기로 기용한 세 편의 협주곡도 매력적이다. 이들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작품으로는 부수음악에서 취한 ‘알라딘 모음곡’이 있다.
올해는 러시아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알렉산데르 스크랴빈의 서거 100주년이기도 하다.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원 친구이자 경쟁자이기도 했던 스크랴빈은 1915년 4월 27일 모스크바에서 4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신비화음’으로 대표되는 개성적 어법이 투영된 독특한 피아노 작품들, 그리고 ‘법열의 시’를 비롯한 교향곡들도 재조명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