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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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까지 가자! 직장 내 생존의 기술

임원 아니면 어때? 고참 부장의 행복…long-run 아니라 long-learn 해야

  • 박지원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jwpark@lgeri.com

    입력2015-01-12 10: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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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리학자 엘리엇 자크(Elliott Jaques)는 40~60세 시기를 일컬어 ‘중년의 위기(Middle Life Crisis)’라고 표현했다. 큰 변화나 갈등을 겪게 되는 이 시기의 삶이 결코 녹록지 않음을 나타낸 말이다. 문제는 저성장·고령화 시대에 회사 내에서도 40, 50대 구성원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회사 안팎의 현실은 중년 직장인에게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중년 직장인의 위기감을 고조하는 조직 내 변화는 다음과 같다. 첫째, 나이가 많다고 대접받는 시대는 지났다. 과거에는 직급이 낮거나 승진이 조금 늦어도 나이에 따른 권위가 어느 정도 작동했다. 그러나 지금은 단순히 나이가 많다고 챙겨주거나 존중해주는 시대가 아니다. 존경의 기준은 나이가 아니라 오로지 실력이다.

    둘째, 포지션(position) 획득이 어렵다. 팀장 직함을 달 나이임에도 여전히 팀원으로 일하는 직장인이 많아지고 있다. 기업의 성장 정체, 낮아지는 퇴사율, 조직 노쇠 등으로 신규 인력이 공급되지 않고 기존 인력이 고스란히 나이를 먹어가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니 정년까지 팀원으로 뛰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셋째, 점점 빨라지는 ‘지식 진부화’의 속도도 위기감을 키운다. 예전엔 40대 때 하는 경험이 훌륭한 자산이 됐지만, 지금은 그간 쌓아온 경험이 경쟁력이 아니라 구닥다리 취급을 받는다.

    롱런하는 인재의 5가지 공통점



    상황을 살펴보면 점점 더 각박한 일터가 되는 것 같지만 마냥 우울해할 필요는 없다. 사회적으로 ‘영원한 현역’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꼭 임원이 아니더라도 현장 실무자로서 회사에서 가치를 창출하고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는 이가 적잖다. 기업 내 고참 부장이나 퇴직 후에도 재고용된 인재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을 통해 회사에서 ‘롱런(long-run)’ 하는 비결을 살펴봤다.

    01 나이로 대접받기보다 조직에 도움되는 사람이 돼라

    현역으로 롱런한 사람의 주요 특징 중 첫 번째는 나이로 권위를 세우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은 회사에 필요한 사람이 돼야 한다는 생각에 초점을 맞추고 회사와 동료, 후배들에게 무엇으로 기여할 수 있을지를 먼저 생각했다. 특히 나이 들었다고 고참 대접을 받으려 하거나, 귀찮고 힘든 일을 떠넘기기 시작하면 후배들이 불편해하고 그럼 결국 본인이 조직 내에서 적응하기 힘들어진다.

    여든의 나이에도 다양한 배역을 소화하면서 후배 연기자들에게 존경받는 배우 이순재 역시 나이로 권위를 세우기보다 주어진 배역과 작품에 몰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방송에서 “나이 먹었다고 주저앉아서 어른 행세하고 대우받으려고 하면 늙어버리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02 일에 대한 나만의 철학을 세워라

    승진이나 성과급 등 외적 상황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일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이 있으면 내적 만족을 통해 행복하게 오랫동안 일할 수 있다. 그러려면 꿈이나 일의 목적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 내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고 이를 통해 어떤 기여를 하고 싶은지 되새긴다면, 불만을 갖거나 매너리즘에 빠지기보다 일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또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는가’라는 화두를 자신에게 계속 던져야 한다.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집필 활동을 계속했던 고(故)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내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는지 질문하면서 세상 변화에 발맞추고, 다른 사람의 삶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03 long-run을 위한 long-learn을 하라

    정년까지 롱런한 사람의 세 번째 특징은 실력을 키우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는 점이다. 특히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고 그 분야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년지도’의 저자 가와기타 요시노리는 “내가 잘할 수 있다고 내세울 만한 장점이나 특기가 없다면 이제는 정년까지 다다를 수 없을 것”라고 지적하며 “과거 아무리 훌륭한 성과를 냈다 해도 이제는 현재의 실력으로 평가받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유명한 첼리스트 파블로 카살스가 90세 이후에도 하루 6시간씩 연습하는 이유에 대해 “지금도 연습하면 할수록 실력이 늘어난다”고 한 유명한 일화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04 호기심의 끈을 놓지 말라

    네 번째 특징은 자기만큼 아는 사람도 없다는 자만에서 벗어나 세상 변화와 새로움에 대해 끊임없이 지적 호기심을 가진다는 점이다. ‘마흔 혁명’의 저자 다케무라 겐이치는 “나이를 먹었지만 현역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젊었을 때 호기심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인터뷰에 응했던 한 부장은 “자신이 아는 지식이 최고인 양 안주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세상의 변화를 살펴보고 지적 호기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를 그만두면 공부를 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며 60세라는 나이를 무색게 하는 끝없는 지적 호기심을 보이기도 했다.

    05 자기를 성찰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라

    롱런한 인재의 다섯 번째 특징은 자기 자신을 되돌아볼 줄 알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는 점이다. 먼저 이들은 자기 성찰을 통해 스스로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즉 자신에게는 없는 다른 사람의 강점을 인정하고 자신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과 환경에 감사하는 마음도 엿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나와 내 주위 사람들이 건강한 것에 감사하고, 나보다 어린 팀장이라도 그를 도와 팀 성공에 일조하는 즐거움을 알며, 후배 팀원들을 배려하고 포용하는 마음도 넓다는 공통점이 있다.

    중년(中年). 이 자체가 청년과 노년 사이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달리 표현하면 아직 젊고 의욕적이면서도 성숙함과 노련함을 갖춘 아름다운 시기일 수도 있다. 언젠가부터 힘들고 퍽퍽한 것으로만 묘사되는 중년의 시간을 자신의 청춘을 바친 직장에서 보낼 수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축복일 것이다. 그리고 그 축복의 비결은 바로 당신 마음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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