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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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이냐 쇄신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취임 2주년 전후 소폭 인사 가능성 … 찰떡궁합 김기춘, 문고리 3인방은 유임?

  • 동정민 채널A 청와대 출입기자 ditto@donga.com

    입력2015-01-09 17: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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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정이냐 쇄신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12월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4년 핵심 국정과제 점검회의’에 참석해 정홍원 국무총리(왼쪽), 김기춘 비서실장(뒤쪽)과 입장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이 지나면서 청와대 내에선 집권 3년 차를 앞두고 연말연시 개각과 청와대 비서진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기류였다.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의 사퇴가 예정돼 있었던 만큼 그와 맞물려 구체적인 후임 이름이 새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11월 말 예상치 못한 정윤회 문건 파동으로 인적쇄신 구상은 모두 틀어져버렸다. 문건 파동이 국정농단, 비선(秘線) 논란으로 번지면서 인적쇄신을 요구하는 여론이 급증했다. 문건 파동 이전 인적쇄신이 집권 3년 차 동력을 얻기 위한 회심의 한 수였다면 이제는 여론 압박에 밀려 할 수 없이 하게 된 ‘하나 마나 한 카드’가 돼버린 것. 국민의 기대 수준이 높아져 자칫 인선이 오히려 동력을 떨어뜨리는 악수(惡手)가 된다는 고민도 더해졌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은 인적쇄신이 ‘카드’가 아닌 ‘부담’이 돼버렸다”며 “문건 내용이 모두 허위로 드러났고 불순한 유출 경로도 드러났는데 지금 인적쇄신을 하면 마치 우리가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인적쇄신 카드가 물 건너간 건 아니다. 인적쇄신을 바라는 여론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잘 알고 있다. 내각-청와대-국회 모두가 연결된 인사 매듭을 박근혜 대통령이 어떻게 풀어낼지 주목되는 가운데 관심 포인트를 짚어본다.

    스마트한 유승민, 참된 공무원 이주영

    안정이냐 쇄신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이 2014년 12월 30일 친박계 의원 모임 ‘국가경쟁력강화포럼’ 송년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개각, 청와대 비서진 개편 등 각종 인사는 5월로 예정된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거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이번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거는 청와대로서는 어느 선거보다 중요하다. 박 대통령이 사실상 마지막으로 일할 수 있는 집권 3년 차를 함께 해야 할 원내 수장인 데다, 정치적으로는 박 대통령의 건재함을 과시할 수 있는 친박(친박근혜)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 여기서 비박(비박근혜) 후보에게 밀리면 당 장악력이 급속도로 떨어지고 김무성 대표에게 힘이 더 쏠릴 수밖에 없다. 청와대로서는 이주영,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 선거에서 맞붙는 것에 대해 고민이 깊다. 흔히 유 의원을 박 대통령과 멀어진 비박 후보로 여기지만 사실과 다르다. 한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유 의원은 가장 스마트하고 돌파력 있는 의원”이라고 말할 정도로 청와대 핵심 사이에서 유 의원에 대한 애정은 깊다.



    이 때문에 청와대 일각에서는 이주영 의원을 국무총리나 비서실장으로 빼고 유 의원이 원내대표가 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청와대 핵심 사이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내내 이주영 총리를 심각하게 검토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 의원 스스로 원내대표 외에 다른 선택지를 지워버렸다는 것이다. 이 의원이 2012년부터 3년 연속 원내대표를 양보했기에 청와대도 더는 이 의원을 말리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게다가 박 대통령은 이 의원이 물러날 때 국무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참된 공무원”이라고 극찬하며 힘을 실었고, 이 의원은 곧바로 친박 의원 모임마다 참석하며 친박 후보라고 자임하고 있다. 이 의원이 총리나 비서실장 후보에서 완전히 빠져버리고, 유 의원을 내각으로 끌어오기도 힘든 상황은 청와대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이완구 총리, 최경환 부총리?

    박 대통령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안종범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이 중심을 잡고 있는 경제라인에 상당히 만족하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매주 한 번 갖는 박 대통령과 이 두 사람의 3자 회동에서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속 깊은 대화가 오간다. 박 대통령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이어 올해 4대 구조개혁까지 최경환-안종범 라인을 중심으로 뚫고 가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즉 내각과 청와대의 정책은 이 두 사람이 키를 쥐고 있다.

    이완구 국무총리설(說)이 새누리당 내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지만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다. 물론 이완구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전략 지역인 충청 출신으로, 차기 대권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석이조 효과도 있다. 정치권 총리는 집권 중반 힘 있는 개혁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최경환 부총리로서는 본인 위로 이완구 국무총리가 오는 것이 그리 달가운 일만은 아니다. 경제 분야에 간섭하지 않았던 정홍원 국무총리와 달리 활동 반경이 넓은 이 원내대표가 총리로 올 경우 최 부총리와 부딪칠 여지가 다분하다.

    청와대 비서진 개편으로 눈을 돌려보자. 청와대 비서진 개편의 핵심은 김기춘 비서실장과 문고리 3인방이다. 이 둘의 운명은 서로 맞물려 있다. 문고리 3인방은 그대로 둔 채 김 비서실장만 교체하기도 어렵다. 3인방이 김 비서실장을 물러나게 하려고 했다는 정윤회 문건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인식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 비서실장까지 물러나면 문고리 3인방이 더 부각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이는 누구도 원하는 구도가 아니다.

    무엇보다 김 비서실장을 대체할 인물을 찾기 어렵다는 게 고민이다. 비서실장이라는 자리는 국민을 향한 대외적인 메시지 못지않게 박 대통령과의 호흡도 중요하다. 국민 평가와 무관하게 주군을 향한 충성심이 투철한 김 비서실장과 박 대통령의 호흡은 찰떡궁합이다. 청와대 핵심 사이에서는 대통령과 코드가 맞지 않아 애먹었던 초대 허태열 전 비서실장의 사례를 떠올리는 이가 많다. 김 비서실장을 바꿨다가 안정적으로 장악된 청와대 조직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고리 3인방의 경우 문건 파동으로 드러난 잘못이 없는 만큼 경질은 지나치다는 데 청와대 내에서 큰 이견이 없다. 그러나 비선 실세 논란의 중심에 서 있기에 일부 역할 개편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다. 문제는 지금 그들의 각자 역할이 17년 동안 해오던 연장선상이라 변화를 주기 어렵다는 점이다.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손을 거치지 않은 연설문,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이 수행하지 않는 외부 일정 등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익숙한 일들이다.

    인적쇄신은 집권 2년의 피로를 털고 신발 끈을 조여 매는 데 가장 좋은 수단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살아 있는 카드다. 2월 25일 취임 2주년 전 설연휴 전후가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1월 한 달 동안 기자회견과 신년 업무보고만으로는 도저히 집권 3년 차 국정동력이 생기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인적개편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동력이 회복된다면 아주 소폭의 인적쇄신만 할 공산도 크다. 청와대는 올해가 소신껏 일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함을 갖고 있다. 2월에 인사를 하면 내각은 청문회로, 청와대는 조직 정비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 자칫 인사 후 검증이나 자질 논란이라도 생긴다면 그야말로 큰일이다. 인적쇄신에 대한 대통령의 고민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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