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업이 직원들의 창의력을 향상시키고자 놀이 문화를 조성하거나 배낭여행을 장려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한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말했듯 창의성이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의성이 어디에서 나오고 어떻게 발현되는지에 대해서는 정설이 없다. 오랫동안 ‘창조성’에 대해 연구해온 신동엽 연세대 교수도 “모든 사람이나 분야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창조성에 대한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창조성의 원천에는 다양한 대안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각 상황에서 각자에게 상대적으로 가장 적합한 창조성 모델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린다. 당연히 예술이나 인문학에서 말하는 창의성과 기업경영에서의 창의성은 그 원천이 다를 것이다. 그러나 예술 영역을 제외한 대부분 영역에서 계량적 분석은 창의성의 원천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데이터가 넘쳐나는 빅데이터 시대에는 더욱더 그러하다.
존재하지 않는 관계를 보는 능력
통계학자 토머스 디시는 창의성을 ‘존재하지 않는 관계를 보는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데이터 분석적 측면에서 보면 ‘존재하지 않는’이란 말은 ‘우리가 아직 파악하지 못한’이란 의미이며, ‘관계’란 ‘자료 속에 숨어 있는 변수 간 규칙적인 패턴 혹은 변수 간 관련성’을 말한다. 따라서 창의성이란 ‘우리가 아직 파악하지 못한 변수 간의 규칙적인 패턴을 찾아내 이를 유용하게 활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창의성은 문제인식→준비→몰입→잠복→영감→문제해결의 6개 단계를 거친다. 문제가 인식되면 준비 단계에서 문제해결과 관련한 모든 사전지식이 검토된다. 인식된 문제가 평소에 접하지 않은 생소한 것이라면 이 단계에서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몰입(immersion)은 구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주는 패턴을 찾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궁리하는 단계로 가장 많은 노력이 집중된다. 에디슨이 천재는 99% 노력과 1% 영감이라고 했는데 준비와 몰입이 바로 99% 노력이 요구되는 단계다. 그렇지만 애를 쓰고 죽어라고 파 들어가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거의 포기 상태가 된다. 이 단계가 잠복(incubation)이다. 문제에서 거의 손을 떼고 포기하고 있지만 그동안 흘린 99%의 땀 덕분에 무의식 속에서는 여전히 문제해결을 위해 머리가 회전하고 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영감이 떠오르면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주는 통찰력으로 눈에 보이지 않던 패턴을 찾게 되는 것이다.
창의성의 대표적인 사례인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를 보자. 기원전 3세기 시칠리아 시라쿠사의 왕 히에론 2세는 신전에 바치기 위해 순금으로 왕관을 만들었다. 그런데 금세공장이가 왕이 준 순금 중 일부를 빼돌리고 은을 섞어 왕관을 만들었을 거라는 소문이 떠돌았다. 왕은 금세공장이를 불러들여 추궁했지만 그는 왕관의 무게가 왕이 준 순금 무게와 똑같음을 입증하면서 완강히 부인했다. 하지만 여전히 의심을 지울 수 없던 왕은 아르키메데스를 불러 왕관에 흠집을 내지 말고 신전에 바치는 식이 거행되기 전까지 왕관이 순금으로 만들어졌는지를 알아내라고 명령했다.
당시 수학자이자 물리학자로 명성이 자자하던 아르키메데스에게 규칙적인 형태를 가진 물체의 부피를 측정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하지만 문제는 형태가 규칙적이지 않은 왕관의 부피를 어떻게 정확하게 재느냐는 것. 아르키메데스는 침식을 잊고 문제해결에 골몰한다. 왕관을 신전에 바칠 의식이 거행될 날짜는 점점 다가왔지만 암만 애를 써도 왕관의 부피를 잴 방법이 없자 낙심한 아르키메데스는 포기 상태가 된다. 이 문제를 풀지 못하면 대과학자요 수학자인 그의 명성이 훼손되겠지만 도무지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그동안 깊이 몰입했기에 이 문제는 무의식 속에 내면화돼 있었고, 무의식중에도 여전히 두뇌는 움직이고 있었다. 어느 날 지친 심신을 달래고자 목욕탕에 간 그는 옷을 벗고 무심코 탕 안에 발을 들여놓았다 물이 흘러넘치는 것을 보고 번쩍하고 ‘영감’을 얻는다. 물체가 물에 잠기면 그 물체의 부피만큼 물이 흘러넘친다는 패턴을 알아낸 것이다. 아르키메데스는 “유레카”를 외치며 발가벗은 채 목욕탕 밖으로 뛰쳐나왔다. ‘유레카’란 그리스어로 ‘나는 알아냈다(I have found it)’라는 말이다.
창의적인 기업의 공통점
빅데이터 이야기가 나오면 단골로 등장하는 구글, 아마존, 넷플릭스, 캐피털원 등의 기업이 갖는 공통점은 무엇일까. 오늘날 지구상에서 가장 창의적인 기업들이라는 사실이다. 또한 빅데이터 분석으로 최고 경쟁력을 구가하는 기업들이기도 하다.
세계 최고 기업 중에서도 단연 두각을 나타내는 구글은 전적으로 분석에 기반을 두고 탄생했다. 구글은 ‘좋은 논문은 많이 인용되는 논문’이라는 학계에서 인정한 패턴을 웹페이지에도 그대로 적용해, 특정 사이트가 다른 사이트로 연결되는 백링크를 알아내고 이것을 기본으로 웹페이지 랭킹을 매기는 페이지랭크를 구현했다. 이 페이지랭크는 유용한 정보를 빠르게 습득할 수 있게 함으로써 전 세계 검색엔진 시장을 장악했다.
넷플릭스도 영화 10만 편에 대한 2000만 건의 고객 영화평점에서 개인과 그들 각각이 선호하는 영화 사이의 패턴을 파악, 이를 시네매치라는 영화추천엔진에 적용함으로써 세계적인 영화 대여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아마존은 고객이 구매한 아이템 간 유사한 패턴을 분석해 아이템 기반(item-based) 협업 필터링이라는 새로운 맞춤형 추천 기법을 개발함으로써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캐피털원은 개인용 컴퓨터(PC) 20만 대 이상에 저장된 고객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다양한 선호 패턴에 맞는 6000여 개의 고객 맞춤형 카드를 발행해 신용카드 시장에 일대 혁신을 일으켰다(‘주간동아’ 969호 참조).
세계적으로 가장 창의적인 기업들이 데이터 분석에 기반을 두고 경쟁 우위를 구가한다는 사실은 다음 2가지를 시사한다. 첫째, 빅데이터 시대에 기업 창의성의 원천은 새로운 원유라고 일컬어지는 데이터 분석에 있다는 것이다. 제프 베저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이런 흐름에 대해 “이 세상의 미래 주인은 분석에 뛰어난 기업, 즉 사물들이 서로 관련됐다는 것을 알 뿐 아니라 왜, 그리고 어떤 패턴으로 관련됐는지를 아는 기업”이라고 표현했다. 둘째, 개인의 창의성도 분석 능력을 키우려는 노력을 통해 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기업은 직원을 대상으로 분석 능력을 향상시키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분석이 일상화된 기업문화를 조성함으로써 창의성을 높일 수 있다.
존재하지 않는 관계를 보는 능력
통계학자 토머스 디시는 창의성을 ‘존재하지 않는 관계를 보는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데이터 분석적 측면에서 보면 ‘존재하지 않는’이란 말은 ‘우리가 아직 파악하지 못한’이란 의미이며, ‘관계’란 ‘자료 속에 숨어 있는 변수 간 규칙적인 패턴 혹은 변수 간 관련성’을 말한다. 따라서 창의성이란 ‘우리가 아직 파악하지 못한 변수 간의 규칙적인 패턴을 찾아내 이를 유용하게 활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창의성은 문제인식→준비→몰입→잠복→영감→문제해결의 6개 단계를 거친다. 문제가 인식되면 준비 단계에서 문제해결과 관련한 모든 사전지식이 검토된다. 인식된 문제가 평소에 접하지 않은 생소한 것이라면 이 단계에서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몰입(immersion)은 구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주는 패턴을 찾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궁리하는 단계로 가장 많은 노력이 집중된다. 에디슨이 천재는 99% 노력과 1% 영감이라고 했는데 준비와 몰입이 바로 99% 노력이 요구되는 단계다. 그렇지만 애를 쓰고 죽어라고 파 들어가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거의 포기 상태가 된다. 이 단계가 잠복(incubation)이다. 문제에서 거의 손을 떼고 포기하고 있지만 그동안 흘린 99%의 땀 덕분에 무의식 속에서는 여전히 문제해결을 위해 머리가 회전하고 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영감이 떠오르면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주는 통찰력으로 눈에 보이지 않던 패턴을 찾게 되는 것이다.
창의성의 대표적인 사례인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를 보자. 기원전 3세기 시칠리아 시라쿠사의 왕 히에론 2세는 신전에 바치기 위해 순금으로 왕관을 만들었다. 그런데 금세공장이가 왕이 준 순금 중 일부를 빼돌리고 은을 섞어 왕관을 만들었을 거라는 소문이 떠돌았다. 왕은 금세공장이를 불러들여 추궁했지만 그는 왕관의 무게가 왕이 준 순금 무게와 똑같음을 입증하면서 완강히 부인했다. 하지만 여전히 의심을 지울 수 없던 왕은 아르키메데스를 불러 왕관에 흠집을 내지 말고 신전에 바치는 식이 거행되기 전까지 왕관이 순금으로 만들어졌는지를 알아내라고 명령했다.
당시 수학자이자 물리학자로 명성이 자자하던 아르키메데스에게 규칙적인 형태를 가진 물체의 부피를 측정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하지만 문제는 형태가 규칙적이지 않은 왕관의 부피를 어떻게 정확하게 재느냐는 것. 아르키메데스는 침식을 잊고 문제해결에 골몰한다. 왕관을 신전에 바칠 의식이 거행될 날짜는 점점 다가왔지만 암만 애를 써도 왕관의 부피를 잴 방법이 없자 낙심한 아르키메데스는 포기 상태가 된다. 이 문제를 풀지 못하면 대과학자요 수학자인 그의 명성이 훼손되겠지만 도무지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그동안 깊이 몰입했기에 이 문제는 무의식 속에 내면화돼 있었고, 무의식중에도 여전히 두뇌는 움직이고 있었다. 어느 날 지친 심신을 달래고자 목욕탕에 간 그는 옷을 벗고 무심코 탕 안에 발을 들여놓았다 물이 흘러넘치는 것을 보고 번쩍하고 ‘영감’을 얻는다. 물체가 물에 잠기면 그 물체의 부피만큼 물이 흘러넘친다는 패턴을 알아낸 것이다. 아르키메데스는 “유레카”를 외치며 발가벗은 채 목욕탕 밖으로 뛰쳐나왔다. ‘유레카’란 그리스어로 ‘나는 알아냈다(I have found it)’라는 말이다.
창의적인 기업의 공통점
빅데이터 이야기가 나오면 단골로 등장하는 구글, 아마존, 넷플릭스, 캐피털원 등의 기업이 갖는 공통점은 무엇일까. 오늘날 지구상에서 가장 창의적인 기업들이라는 사실이다. 또한 빅데이터 분석으로 최고 경쟁력을 구가하는 기업들이기도 하다.
세계 최고 기업 중에서도 단연 두각을 나타내는 구글은 전적으로 분석에 기반을 두고 탄생했다. 구글은 ‘좋은 논문은 많이 인용되는 논문’이라는 학계에서 인정한 패턴을 웹페이지에도 그대로 적용해, 특정 사이트가 다른 사이트로 연결되는 백링크를 알아내고 이것을 기본으로 웹페이지 랭킹을 매기는 페이지랭크를 구현했다. 이 페이지랭크는 유용한 정보를 빠르게 습득할 수 있게 함으로써 전 세계 검색엔진 시장을 장악했다.
넷플릭스도 영화 10만 편에 대한 2000만 건의 고객 영화평점에서 개인과 그들 각각이 선호하는 영화 사이의 패턴을 파악, 이를 시네매치라는 영화추천엔진에 적용함으로써 세계적인 영화 대여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아마존은 고객이 구매한 아이템 간 유사한 패턴을 분석해 아이템 기반(item-based) 협업 필터링이라는 새로운 맞춤형 추천 기법을 개발함으로써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캐피털원은 개인용 컴퓨터(PC) 20만 대 이상에 저장된 고객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다양한 선호 패턴에 맞는 6000여 개의 고객 맞춤형 카드를 발행해 신용카드 시장에 일대 혁신을 일으켰다(‘주간동아’ 969호 참조).
세계적으로 가장 창의적인 기업들이 데이터 분석에 기반을 두고 경쟁 우위를 구가한다는 사실은 다음 2가지를 시사한다. 첫째, 빅데이터 시대에 기업 창의성의 원천은 새로운 원유라고 일컬어지는 데이터 분석에 있다는 것이다. 제프 베저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이런 흐름에 대해 “이 세상의 미래 주인은 분석에 뛰어난 기업, 즉 사물들이 서로 관련됐다는 것을 알 뿐 아니라 왜, 그리고 어떤 패턴으로 관련됐는지를 아는 기업”이라고 표현했다. 둘째, 개인의 창의성도 분석 능력을 키우려는 노력을 통해 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기업은 직원을 대상으로 분석 능력을 향상시키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분석이 일상화된 기업문화를 조성함으로써 창의성을 높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