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설악산에 작업실을 마련한 뒤 줄곧 그곳에 머물러온 김 작가는 대담한 색채 사용과 호쾌한 붓질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물감을 팔레트에 풀지 않고 튜브째 캔버스에 짜 바름으로써 색채의 선명도와 생기를 극대화하는 게 특징이다. 그 덕분에 ‘복사꽃과 새’(2003)처럼 온통 분홍색으로 뒤덮인 작품조차 특유의 야성미를 내뿜는다. 무성한 초록 넝쿨이 달을 가릴 듯 치솟아 오르는 풍경을 담은 대작 ‘월하(月下)’(2012)는 더욱 기운차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처럼 자연의 원초적 힘을 예찬하는 듯한 풍경화와 더불어 인물화, 목판화 등까지 두루 감상할 수 있다. 밝고 화려한 회화로 꾸민 본관과 작가의 농기구 수집품 등을 전시한 신관, 1970~90년대 발표한 초기작을 모아놓은 두가헌갤러리 등 전시장 세 곳을 서로 다른 테마로 꾸며 흥미롭다.
2011년 경기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회고전을 통해 50년 화업(畵業)을 한 차례 결산한 김 작가에게 이번 ‘희수 기념전’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시인이던 조부가 ‘화가는 60세부터 진짜’라고 하셨다. 그 말씀의 뜻을 이제야 알겠다. 피카소, 마티스 같은 작가는 여든, 아흔 넘어 죽는 날까지 그리지 않았나”라며 그림에 대한 강한 열정을 드러냈다. “앞으로는 내 안의 흥에 이끌리는 작업을 더욱 자유롭게 해보려 한다”는 그의 다음 작품이 궁금해진다. 7월 7일까지, 문의 02-2287-3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