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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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L 포기 그 이상 아닌가” VS “회의록 누군가 손질했다”

인터뷰 |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 vs 이재정 前 통일부 장관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13-07-01 08: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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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LL 포기 그 이상 아닌가” VS “회의록 누군가 손질했다”
    국가정보원(국정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을 전격 공개하면서 ‘회의록 후폭풍’이 정치권에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새누리당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부정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라며 맹공을 이어갔고, 민주당은 ‘NLL 발언 발췌록’을 열람한 새누리당 소속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과 열람을 허용한 남재준 국정원장 등 7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데 이어 “권영세 주중대사와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회의록을 사전 입수해 정치공작을 했다”며 폭로와 공방을 이어갔다.

    ‘주간동아’는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를 주도한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 배석한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인터뷰를 통해 진위 공방의 진실을 들여다봤다.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은 “회의록 공개로 NLL 포기 논란이 만천하에 밝혀져 다행”이라며 “지금이라도 민주당은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국정원의 회의록 발췌본을 열람한 6월 20일 “전문 공개를 위한 범국민 촉구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전문이 공개됐는데.

    “NLL은 젊은 장병들이 목숨 바쳐 지켰고 대한민국 안보의 보루다. ‘NLL 포기 논란’이 전문 공개로 만천하에 밝혀져 다행이다. 민주당이 처음부터 정직하게 나왔으면 일찌감치 마무리됐을 문제를 끝까지 거짓말해 여기까지 왔다고 본다.”



    ▼ 회의록 전문을 봤나.

    “물론이다. 회담은 전체적으로 굴욕적이었다. 백번 양보해 굴욕적인 회담은 분위기고 마음가짐이니까 그렇다 쳐도, 피땀으로 지킨 NLL을 포기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은 국민 배신행위였다.”

    ▼ 야당은 회의록 공개가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물타기 하려는 청와대와 새누리당, 국정원의 합작품이라고 주장한다. 박 대통령의 ‘의혹 규명’ 발언 직후 국정원이 회의록을 전격 공개했는데.

    “(청와대와) 교감할 시간도 없었고, 합작할 수도 없는 문제다. 발췌록 공개는 내가 공문을 통해 요구했지만, 전문 공개는 갑자기 터져 나온 문제다. 남재준 국정원장이 엄청난 결단을 한 거다. 박 대통령은 ‘의혹 규명은 해야 하지만 절차는 국회가 논의할 일’이라고 했는데, 이 발언은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편지를 보낸 데 대한 답으로 나온 말이다. 야당 주장대로 조율했다면 김 대표도 참가했다는 얘기가 된다.”

    ▼ 대통령지정기록물을 공개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민주당이 NLL 포기 논란이 일었을 때 사과하고 내용을 밝히는 순서로 갔다면 굳이 이런 식의 공개는 없었을 거다. 발췌록을 열람했을 그때 사과했어야 한다. 그런데 어쩌면 잘된 일이다. 덮어두고 지나갔다면 남북 간 걸림돌이 됐을 테고, 어떤 형태로든 NLL를 변화시키려는 시도도 있었을 거 아닌가.”

    ▼ 서 위원장이 의원직을 걸었던 ‘보고’ 발언은 없었다(서 위원장은 6월 20일 발췌본을 열람한 뒤 “노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했다. 노 전 대통령이 김 전 위원장에게 보고를 드린다 같은 표현을 썼다”며 굴욕적인 회담 태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내 말이 과장됐다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대화록에서 ‘보고’는 김 전 위원장이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시켜 베이징 6자회담 결과를 설명하자 노 전 대통령이 “상세하게 보고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돼 있다).

    “세계적인 축구선수도 헛발질을 하는데…. 발췌본을 보고 말하다 보니 그랬던 거 같다. ‘보고’란 단어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노 전 대통령이) NLL을 부정하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번 하지 않았나. 원문 문맥을 보면 포기 이상의 얘기를 다 하고 오지 않았나. NLL은 바뀌어야 한다고 했고, 평화수역으로 만들고 경찰이 관리하자, 이런 부분은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NLL 포기 그 이상 아닌가. 이건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다. 내가 (‘보고 발언’으로) 책임을 지고 사표를 내야 한다면 민주당은 10배 100배 국민을 배신한 책임을 져야 한다. 말도 안 된다.”

    ▼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등 일각에선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는데.

    “8쪽짜리 발췌록은 최근에 만들어졌지만 녹음을 푼 전문은 노무현 정부 때 만들었다. 당초 발췌문을 열람하니 ‘조작’이라고 주장하니까 국민이 혼돈스러워했고, 그래서 논란을 종식하자는 뜻에서 전문을 공개했는데 이마저도 조작이라면….”

    ▼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서 위원장이 돈봉투를 건넸다고 주장한다. 국정원 사건으로 정보위 개최를 요구하던 5월 외교통일위원회 국외 출장을 갈 때 말이다.

    “말도 안 되는 얘기다. 그 친구(정 의원을 지칭)를 3월 남재준 국정원장 청문회 이후 만난 적이 없고 전화통화를 한 적도 없다. (정 의원이) 여기저기서 (봉투를) 받다 보니 헷갈리는가 보다.”

    ▼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건가.

    “정 의원은 내가 고소하길 바라겠지만 내가 ‘고소 전문가’에게 말려들겠나.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얘기다.”

    “NLL 포기 그 이상 아닌가” VS “회의록 누군가 손질했다”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은 “국정원의 회의록 전문 공개는 국기문란행위”라면서도 회의록과 발췌문 조작설을 제기했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에서 NLL 논의는 없었다”던 자신의 발언에 대해서는 “새누리당에 공격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얘기할 수 없었다”며 말을 바꿨다.

    ▼ 회의록 전문이 공개됐다.

    “어느 나라든지 정상회담 회의록은 1급 비밀이다(1급 비밀이던 회의록은 2009년 3월 2급 비밀로 재분류됐다). 특수한 한반도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은 특급 비밀이다. 대통령지정기록물은 30년간 열어볼 수 없는 거 아닌가. 그런데 국정원이 자의적으로 공개한 것은 내용 여부를 떠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가질서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리는 행위다. 앞으로 어느 정상이 우리 대통령과 솔직하게 회담하겠나. 국정원장은 물론이고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 전문 공개에) 관여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

    ▼ 회의록을 읽어봤나.

    “어제(6월 25일) 정독했다. 녹음이 잘 돼 있지 않아 문맥이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 회담 내용과 회의록이 다르다는 건가.

    “기본적으로 내용은 비슷한 듯한데, 부분 손질을 한 거 같다. 문건 생산일자가 2008년 1월 아닌가. (정상회담을 한) 2007년 10월이 아니다. 2008년 1월은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활동하던 시기다. 누군가가 어떤 의도를 위해 만들었다고 본다. 내용이 안 맞는 부분도 있었다.”

    ▼ 내용이 안 맞는 부분은 뭔가.

    “문장이 매끄럽지 않더라. 2007년 정상회담 당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은 아주 작은 목소리로 얘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비교적 큰 목소리로 말했지만 뒤에 앉아서 기록하려니 잘 들리지 않았다. 회담장이 커 바로 앞에 앉아서 들어도 안 들리는 부분이 많았다.”

    당시 공식 회담기록은 백화원영빈관 회담장에서 노 전 대통령 뒤쪽에 자리 잡은 조명균 당시 청와대 통일비서관이 작성했다는 게 회담에 참여했던 인사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김만복 전 국정원장과 조 비서관은 서울에 돌아온 후 녹음파일을 풀었고, 내용 중 일부가 잘 들리지 않아 서로 메모를 대조하면서 기억을 살려 회의록을 만들었다. 한 부는 노 전 대통령에게 보냈고, 나머지 한 부는 국정원이 보관하도록 했다.

    ▼ 잘 들리지도 않은 회담 내용이 회의록에는 구체적으로 담겼다는 말인가.

    “그렇다. 국정원이 공개한 전문과 발췌록, 이명박 대통령과 정문헌 당시 통일비서관이 봤다는 발췌록, 대통령기록관의 회의록 버전이 다를 수 있다고 본다.”

    ▼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지난해 10월 ‘NLL 포기 발언’이 담겼다고 주장했을 때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출석해 NLL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지난해 대통령선거(대선) 과정에서는 대화록 논란이 불거지자 ‘주한미군, NLL, 경수로 얘기는 전혀 없었다’고 말하지 않았나.

    “정상회담 때 NLL 문제는 정식 안건이 아니었다. (대화록에) NLL을 바꾼다는 논의가 어디에 있나. (NLL을 남북경계선으로 규정한) 남북기본합의를 존중하자는 거고, NLL로 벌어지는 갈등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지를 논의한 거다. 그래서 서해평화협력지대를 제안했다. 정 의원의 ‘NLL 영토 포기 주장’에 대해서는 ‘절대 하지 않았다’고 한 거다. 지금 언론이 제멋대로 쓰고 있다.”

    “NLL 포기 그 이상 아닌가” VS “회의록 누군가 손질했다”
    ▼ ‘NLL 포기 발언’은 없었지만 NLL 얘기는 오랜 시간 나눴지 않나. 배석해 들은 상황에서 논의 자체가 없었다고 기자회견을 한 것은….

    “얘기할 수 없었다. 괜한 논란을 불러올 수 있고, 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지 않나. 정상회담 내용을 내가 뭐라고 말하는 것도….”

    이 전 장관은 “남북정상회담 전 회의를 하면서 대통령이 큰 틀에서 말하면 장관이 구체적으로 설득하는 것으로 임무를 나눴다”며 말머리를 돌렸다. 돌이켜보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이명박 대선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됐고, NLL을 서해평화협력지대로 바꾸자는 주장도 국민으로부터 공감을 받지 못하던 상황. 남북정상회담 후 열린 남북 국방장관 회담에서도 북측은 김 위원장이 회의록에 언급한 대로 ‘NLL과 북한의 해상경계선 사이를 공동어로구역으로 하자’고 주장해 결렬됐다. 이를 두고 남북정상회담에서 NLL 관련 제의는 ‘순진한 접근’이라거나 ‘대선에 활용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왔다.

    ▼ 서해평화협력지대 제의는 어떻게 나왔나.

    “1999년과 2002년 서해교전이 있었지 않나. 항상 무력충돌 위험이 있는 곳이다. 2005년 해운협정을 통해 남북 함정 간 교신하게 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먼저 국민과 논의하는 게 바람직했지만 남북관계 특수성도 있고, 서해평화를 지키는 게 목적이라서 사실 고심 끝에 가져간 거다.”

    ▼ 저자세, 굴욕적인 정상회담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게 왜 저자세인가. 저쪽(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오후 스케줄이 있었다. 남북정상회담은 참 미묘해서 준비회담에서도 회담 시간을 정하지 않았다. 우리는 구체적으로 보따리를 풀어서 할 얘기가 많았고, 그래서 회담 연장과 정례화를 요구한 거다. 오전 회담 때 원칙적으로 얘긴 다 했다. 오침(午寢·낮잠) 발언 때문에 그런가.”

    이 전 장관은 경원선 철도 연결과 관련해 김 전 위원장에게 “위원장님의 결단에 따라서는 세계에 평화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절대적인 기회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이 “40년 동안 오침이라는 법을 모릅니다”라고 하자 이 전 장관은 “대단하십니다. 훌륭하십니다”라고 찬사를 보낸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 전 장관은 오침 관련 발언에 대해 “40년간 낮잠을 안 잤다는데 대단한 거 아닌가. (김 전 위원장) 나이도 있는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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