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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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과 냉정’ 홍명보 스타일

팀을 위한 희생 ‘한국형 멘털’ 강조…7월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가 첫 시험대

  • 남장현 스포츠동아 스포츠2부 기자 yoshike3@donga.com

    입력2013-07-01 11: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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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정과 냉정’ 홍명보 스타일

    6월 24일 한국 축구대표팀 새 사령탑으로 선임된 홍명보 감독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새 시대 한국 축구를 이끌 새 사령탑이 결정됐다. 대한축구협회(회장 정몽규·축구협회)의 선택은 ‘영원한 주장’ 홍명보(44) 감독이었다. 시간이 조금 소요되긴 했지만 일찌감치 결론이 난 상황이었다. 당초 축구협회는 한국과 이란의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8차전(울산문수경기장, 한국 0대 1 패)이 끝난 다음 날인 6월 19일 이를 공식화하려 했다. 그런데 이란전이 끝나자마자 한 매체가 ‘홍명보 선임 확정’ 보도를 내면서 잠시 발표를 보류했다. 일련의 절차와 과정을 밟아야 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홍명보 감독

    유독 축구는 감독이 바뀔 때마다 비난 어린 시선이 많았다. 홍 감독을 선임하기에 앞서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여정을 소화한 최강희 전 감독(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전북 현대 복귀 유력)이 지휘봉을 잡을 때도 그랬다. 조광래 전 감독을 전격 경질하면서 절차를 무시한 탓이다. 당시 축구협회는 기술위원회도 거치지 않은 채 최 감독에게 대표팀을 떠안겼다. 사령탑을 선임할 때면 기술위원회를 소집해 후보군을 정한 뒤 수뇌부가 기술위원들과 상의해 최종 후보를 결정하고 회장 결재를 받는 절차를 밟는다. 하지만 이를 무시했기에 당시 조중연 회장을 비롯해 축구협회 수뇌부는 여론의 거센 질타를 받았다.

    이번에는 상황이 좀 더 애매하긴 했다. 최 전 감독의 일명 ‘시한부 임기’가 결정타였다. 그는 “내가 계약서에 사인한 임기는 대표팀이 최종예선을 마칠 때까지”라고 거듭 강조해왔다. 연임에 대해서도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당연히 새 감독에 대한 질문이 많았지만 이를 기자들이 언급할 때마다 정몽규 회장은 “아직 아시아 최종예선이 진행 중”이라며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축구협회도 두 손 놓고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는 노릇. 3월 서울월드컵경기장서 열린 카타르 전(2대 1 한국 승)을 기점으로 축구협회는 본격적으로 새 사령탑 선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최 감독과 교감이 끝난 상황이었다. “더는 최강희 감독과 함께하지 않는다”는 발표만 할 수 없었을 뿐이다.



    무엇보다 최종예선이 계속 진행 중이었고, 전임 축구협회 수뇌부의 최대 실책이던 절차와 과정 무시를 반복할 수 없었던 탓이다. 선임 절차와 발표까지 모든 걸 마치는 디데이는 6월 19일이었지만 먼저 소식이 알려지면서 날짜를 미뤘다. 이날은 최 전 감독이 정 회장과 직접 대면하고 “여기서 끝내자”고 확정한 뒤 후보군을 4명으로 한정한 것에 만족했다. 하지만 이래저래 힌트는 많았다. 축구협회는 관련 브리핑 자리에서 홍 감독을 가장 먼저 거론한 뒤 다른 3명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 “(탈락한 후보들의) 개인 명예도 존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홍 감독은 직접 호명했다. 협상 결과가 뒤바뀔 수도 있다는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셈이었다.

    ‘열정과 냉정’ 홍명보 스타일

    2012 런던올림픽 한일전에서 홍명보 감독(왼쪽)과 주장 구자철.

    요즘 대표팀이 이상하다. 태극전사는 한결같이 “우리에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유감스럽게도 들려오는 소문은 그렇지 않다. 사실 선수들이 내부 문제가 “있다”고 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여느 조직이든 다 똑같다. 파벌 논쟁이 대표적이다. 가장 크게 국내파와 해외파로 나뉘고, 해외파의 중심은 당연히 유럽 리거들이다. 그리고 지난해를 기점으로 또 하나의 그룹이 형성됐다. 런던올림픽에 출전했는지 여부다. 같은 국내파라도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는 어느 정도 주류로 취급받는 것. 취재기자들도 대표팀이 예전과는 다른 느낌이라는 사실을 실감했고, 여러 루트를 통해 나쁜 소문을 접해왔다.

    그리고 물을 흐리는 일부 ‘미꾸라지’가 존재한다는 얘기가 오래전부터 흘러나왔다. 쓸데없는, 정말 불필요한 행위로 자기 존재를 외부에 알리는 선수들이다. 사실 최강희호는 특수한 상황에 놓였다. 오롯이 성적에만 전념해도 모자랄 판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최상의 분위기를 만들어야 했지만 그라운드의 외적 상황 탓에 늘 삐걱거렸다. 보다 못한 최 전 감독이 “선수단에 문제가 있다면 모든 건 내 책임이니 내가 먼저 옷을 벗겠다”고 했지만 뒤숭숭한 기류를 다잡진 못했다.

    축구 ‘실력’보다 인간성이 먼저

    세상 모든 감독이 그렇겠지만, 홍 감독은 홀로 튀려는 행위를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기본을 중시한다. 축구 실력보다 훈련 태도를, 풀타임 출전보다 훈련 시간 엄수를 훨씬 중요하게 여긴다. 청소년대표팀 감독과 아시안게임, 올림픽 등을 치르면서 제자들에게 “너희는 선수이기 전에 한 인간”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홍 감독도 인간이기에 특별히 정이 가고 애착을 느끼는 제자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는 타입은 아니다. 내쳐야 한다는 판단이 서면 가차 없고, 또 과감하다. 그만큼 냉정하다. 누구라도 홍 감독에게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게 축구인들의 공통된 평가다. 어느 정도 기회는 주되, 홍 감독이 컨트롤할 수 있는 선을 넘어가면 제아무리 최고의 특급스타라도 생존하기 어렵다. 지금 대표팀에는 ‘넘지 말아야 할’ 기준을 무시하는 선수가 분명히 있다. 홍 감독이 그런 선수를 콕 집어낼 수 있는 기준으로 제시한 게 ‘실력’이 아닌 ‘인간성’이다.

    최근 대표팀의 화두 가운데 하나는 전직 ‘캡틴’ 박지성(퀸즈 파크 레인저스 FC·QPR)의 재승선 여부였다. 본인은 일단 “당장은 생각지 않는다”며 묘한 여운을 남겼지만, 떠난 베테랑이 다시 거론된다는 건 그만큼 현 대표팀에 구심점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감동이 없고, 재미도 없는 축구는 지양해야 한다.

    최 전 감독은 워낙 급작스럽게 대표팀을 이끌게 돼 체계적으로 준비할 여력이 없었다. 공격 전방에 타깃형 선수를 세우고 공을 길게 내주는 고공 플레이로 일관한다고 해서 ‘뻥축구’의 선두주자가 됐지만, 사실 전북 시절 최 전 감독은 ‘닥공(닥치고 공격) 축구’의 창시자로 큰 찬사를 받았다. 한 골을 내주면 두 골을 넣고, 두 골을 내주면 세 골을 넣는 화끈한 공격력을 과시하던 그였지만 대표팀에서는 아무래도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홍 감독은 다행히 여론도 호의적이다. 팬들도 어느 정도 기다려줄 수 있는 마음 자세가 돼 있다. 최 전 감독과 달리 극심한 성적 스트레스에서 당분간은 벗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뿐 아니라 본인부터 마음의 준비를 해왔다.

    홍 감독은 한국 축구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그 출발점은 7월 말 국내에서 열릴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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