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은 움직이지 않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바람 따라 자유롭게 ‘춤추는’ 조각을 창조한 미국 작가 알렉산더 칼더(1898~1976)가 한 말이다. 그의 회고전 ‘Calder 움직이는 조각 알렉산더 칼더’가 열리는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 벽에는 이 글귀가 쓰여 있었다.
칼더는 삶을 ‘기쁨과 경이로움’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봤던 게 틀림없다. 조각뿐 아니라 회화, 드로잉, 장신구까지 칼더가 전 생애에 걸쳐 완성한 다양한 장르의 작품 118점이 놓인 전시장을 걷다 보면, 삶의 매 순간에 진지한 관심과 재기발랄한 호기심을 쏟은 칼더의 모습과 만나게 된다.
테니스 경기장에 운집한 관중을 그린 학창시절 회화, 동물원에 사는 앵무새, 원숭이, 낙타의 ‘결정적 순간’을 붓과 먹으로 포착한 드로잉, 서커스 단원의 묘기 동작을 철사로 구현한 서커스 모형 등 칼더의 초기 작품은 일찍부터 그가 세상의 움직임에 흥미를 느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1930년대 초 30대의 칼더는 프랑스 파리에서 교유한 몬드리안, 미로, 뒤샹 등의 영향을 받아 비로소 추상미술과 초현실주의가 결합된 세상에 없던 조각을 만들어낸다. 고대 생명체 같은 모양의 철판이 공중에 매달린 채 ‘춤을 추는’ 이 새로운 형태의 작품에 ‘모빌’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는 다다이즘의 대표 작가 뒤샹. 전시장 입구의 ‘1월 31일’을 시작으로 곳곳에 걸린 칼더의 모빌 작품은 다양한 색상과 형태, 우아한 운동성의 조화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칼더가 1960년대 이후 몰두한 대형 공공조각 ‘스태빌’도 눈길을 끈다. 미국 미시건 주에 설치한 ‘거대한 속도’ 등 이름부터 거대하고 육중한 작품에서 경쾌한 운동감이 느껴지는 게 신선하다. 10월 20일까지, 문의 02-2014-6901.

1 칼더의 ‘구멍이 있는 검은 모빌’, 1954
2 칼더의 ‘거대한 속도’(1:5 중간 모형), 1969
3 김창환의 ‘woman’, 2013
4 김창환의 ‘swimming’, 2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