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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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킹 협박·공포 조성 ‘그린의 민폐’

  • 조길원/ 골프칼럼니스트 kwcho337@msn.com

    입력2005-02-24 16: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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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직 폭력배(이하 조폭)들의 골프장 출입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초 경찰청은 골프장 조폭 척결 의지를 보이며 단속 활동을 벌여 한동안 골프장이 잠잠해지기도 했으나, 최근 들어 스키장과 골프장에서 조폭들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특히 관광지 주변과 지방 골프장에서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다른 골퍼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그들이 골프장을 활보하는 것만으로도 분위기가 경색되고, 불안해서 골프를 못 치겠다는 항의가 적지 않다. 경기 여주시의 한 골프장에서 최근 골프를 친 K씨는 뒤 팀에 조폭이 계속 따라와 부담스럽고 떨려서 운동하기가 겁났다고 토로했다.

    최근 제주도 한 골프장에서는 조폭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험상궂은 분위기를 연출하며 내기 골프를 해 플레이에 막대한 지장을 주었다. 그러나 어느 누구 하나 이들을 말리는 사람이 없어 다른 팀의 불평이 쏟아졌다. 그런가 하면 지방 K골프장은 지역 조폭들이 회원권도 없이 부킹을 요구해와 난처해하고 있다. 이들은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면 그린을 파버린다는 협박까지 일삼고 있으나 골프장 측은 신고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이렇듯 골프장 측이 조폭의 횡포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이유는 골프장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은 물론, 소문이 퍼지면 회원권 가격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조폭이 골프장과 스키장으로 몰리는 것은 성매매 단속 등과도 관계가 있다는 게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최근 들어 골프장과 스키장을 중심으로 조폭이 모여들고 있다며 제보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경찰이 말하는 것처럼 금전 갈취나 폭행 같은, 직접적으로 나타난 피해는 찾아보기 어렵다. ‘부킹 협박’과 `‘공포 조성’이 대부분이다.

    골프장 측 역시 이들의 골프장 출입을 막을 방법이 없어 고민하고 있다. 기업형으로 변화한 조폭이 정당하게 회원권을 취득해 라운드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례한 언행을 비롯, 문신과 범상치 않은 옷차림으로 인해 회원들의 항의가 잇따르는 실정이다.

    얼마 전 K씨는 여주의 한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끝내고 목욕탕에 들어갔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조폭으로 보이는 건장한 남자 3명이 탕에 있던 60대 노인과 40대의 K씨에게 누가 탕 속에서 오래 잠수하나를 봐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K씨는 부탁을 들어주긴 했지만 불쾌하고, 한편으로는 겁이 나 정신없이 골프장을 빠져나왔다고 한다. 톱 프로골퍼 P씨는 필드에 나온 조폭을 흉보다가 들켜 3개월간 도망 다닌 적도 있다.

    골프장 시설은 한 개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며, 골프는 규칙과 에티켓을 지키는 문화 스포츠이기에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없어져야 할 것이다. 골프계에 떠도는 조폭의 부킹 방법을 하나 소개한다. 충청지역의 모 골프장에 조폭 4명이 코스로 나가고 있었다. 골프장 직원이 조폭에게 다가가 한마디를 던졌다.

    “근디 부킹했시유?”

    “어이, 시방 하잖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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