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이 불리했던 형세를 좌상변에서 △들로 선수치며 교묘하게 좌변 백진으로 치고 들어가자 단숨에 반집을 다투는 극미한 국면으로 뒤바뀌었다. 흑1이 좌변 백진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묘수 연타였다. 의 백2로 막으면 흑3의 양단수에 걸린다. 해서 백2로 따낼 수밖에 없었는데, 흑3에 이어 붙은 ○두 점까지 살아버린다. 가령 처럼 백1·3으로 욕심을 부리면 흑2·4로 좌변이 초토화돼버린다. 백A로 패를 거는 것은 백대마의 목숨을 거는 패이니 논외.
최철한 9단은 고민 끝에 백4로 두었으나 흑5로 단수치니 난감하기 그지없다. 다음 백10에 이으면 흑12로 백 한 점을 따내며 이어가겠다는 얘기. 말하자면 흑5는 이 다음 백이 A에 끊지 못하게 자충을 유도해놓은 수다. 뭐 이 정도의 수순, -특히 백12자리에 흑11을 이음은 18급도 눈감고 둘 수 있는 수다. 그런데 천하의 이창호 9단이 백10의 단수에 놓은 수는 흑11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단수도 못 보다니! 최철한 9단이 미안한 얼굴로 백12로 흑 석 점을 들어내자, 이창호 9단은 놀란 표정을 짓더니 바로 돌을 거뒀다. 착각이 빚은 해프닝이었다. 196수 끝, 백 불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