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6

..

북한 로동신문의 특종? “이회창 친일 사진 있다”

  •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4-10-05 14:45: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북한 로동신문의 특종? “이회창 친일 사진 있다”
    5월11일자 북한 ‘로동신문’은 5면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와 관련된 장문의 ‘특집기사’를 실었다.

    “지금 남조선에서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의 리회창이 후보로 나서서 집권 야망에 들떠 돌아치고 있다. …그는 과연 어떤 자이며…”로 시작하는 기사 첫머리는 국내 일간지에서 요즘 유행인 ‘대선후보 검증 시리즈’를 연상시킨다.

    이후보에 대해 원색적 비판 일색인 로동신문의 이 기사는 주목할 만한 대목이 있다. “리후보 부친 리홍규씨가 1929년 경성법학전문학교 졸업 이후 해주지방법원 검사국 서기로 일하면서 친일 행각을 벌였다”고 주장하면서 몇 가지 사례를 제시한 것.

    로동신문은 또한 이후보의 소학교 시절에 대해서도 자세히 기술하면서 “아침마다 애비와 함께 일찍 일어나 동쪽 하늘을 항해 궁성요배를 하는 것을 제도화·습성화한 것도 리회창 역도이고, 기모노를 입고 천황폐하 만세를 부르는 장면을 사진 찍어둔 것을 자랑한 것도 다름 아닌 리회창이다”고 썼다.

    이후보 부친의 일제시대 행적과 이후보의 만세 사진 존재설은 국내 언론에서도 이처럼 자세히 소개된 적이 없다. 그런데도 로동신문은 국내 언론보다 그 정황을 더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듯 기사를 작성한 것. ‘로동신문이 어디서 그런 얘기를 들었을까’ 하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이에 대해 몇 가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북한이 두 사안에 대해 황해도 해주 지역에 존재하는 자료나 사진, 증언자를 이미 확보하거나 확인했을 가능성이다. 로동신문이 있지도 않은 얘기들을 조작했을 가능성도 있다. 덕성여대 박원탁 교수(정치학)는 “북한 언론은 물증을 제시하면서 기사 쓰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러나 일제시대에도 기모노 입고 만세 부르는 소학교 학생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기사의 경우 날조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마지막 가정은 로동신문이 한국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검증 안 된 글들을 퍼와 기사에 인용했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예사롭지 않은 사안이다.

    로동신문은 이회창씨가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선출되는 때를 맞춰 ‘작정한 듯’이 기사를 내보냈다. 5월 들어 13일까지 로동신문은 ‘리회창은 정계를 떠나라’ ‘리회창, 광주에서 달걀 세례’ ‘티끌만한 민족적 량심도 없는 역적’ 등 비난 기사(8건)를 집중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한나라당은 로동신문이 이회창 후보를 집중 공격하자 최근 이를 우려하는 논평을 내놓기도 했다.

    북한은 왜 한국 언론에서도 보도 안 된 구체적 정황까지 들어가며 이회창 후보 가족의 친일행각설을 부각하고 이후보를 공격하는 것일까. 그 속셈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Notebook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