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자산 153조 원 규모의 초대형 은행을 이끌어갈 초대 행장에 김정태 주택은행장이 선정되었다. 김행장은 전남 광산 출신으로 광주일고, 서울대 상학과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동원증권 부사장, 동원창투 대표, 동원증권 사장을 지냈다. 그는 철저한 증권맨으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CEO(최고경영자) 주가’를 만든 인물로 수많은 화제를 뿌리고 다녔다.
그는 1998년 주택은행장으로 취임하면서 ‘월급 1원 주식 30만 주’를 조건으로 내걸어 당시로서는 생소한 스톡옵션 제도를 도입했다. 김행장은 주택은행 주가가 은행권 최고를 유지할 경우 10만 주를 더 받도록 되어 있어 모두 40만 주를 받는다. 현 시가로는 91억 원이나 된다.
그가 보신주의가 만연한 은행권에서 ‘주주가치 극대화’ 모토를 내건 것은 ‘혁명’에 가까웠다. 김행장은 이런 방침의 일환으로 취임 후 두 달 만에 “수천억 원의 적자가 나도 좋으니 부실자산을 모두 털어내라”고 지시했다. 이는 두 가지 측면으로 해석되었다. 하나는 잠재 부실 요인을 제거해 깨끗한 은행으로 새 출발하겠다는 것. 다른 하나는 외국의 CEO처럼 ‘과거 부실은 나의 책임이 아니니 모두 정리하고 새롭게 평가받겠다’는 것이다.
김행장의 지론은 “돈벌이도 안 되고 부실화 위험만 큰 기업여신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래야 주가가 오르기 때문이다. 그가 대우그룹이 망하기 전 갖은 압력과 청탁을 물리치고 대우 여신을 1조 원 이상 회수한 것도 손실을 줄이기 위한 차원이었다.
이번 합병은행장 선출 과정은 두 은행의 치열한 로비전과 헐뜯기로 잡음이 많았다. 근거 없는 투서가 난무해 “이럴 바에야 차라리 제3의 후보를 뽑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김정태 행장이 김상훈 국민은행장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이유는 ‘합병은행의 주가 상승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 때문이었다. 합병은행의 최대주주인 정부는 처음부터 불개입을 선언했고, 당연한 얘기지만 2, 3대 주주인 골드만삭스와 ING베어링이 주주가치 극대화에 관심이 많은 점이 김정태 행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것이다.
의아한 점은 국민은행 대주주인 골드만삭스의 태도다. 골드만삭스는 합병 초기 ‘김상훈 행장 지지’를 공식 표명했다. 그러나 합병은행장 선출 직전 갑자기 김정태 행장 쪽으로 돌아섰다. 이유는 분명치 않다. 다만 금융계에서는 “주가가 오르기 위해서는 통합행장을 빨리 결정해야 하는데 김상훈 행장보다는 김정태 행장이 정부 눈치를 보지 않고 주주 이익을 높일 것으로 봤을 것이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정태 행장은 진통 끝에 합병은행장이 되었지만 앞날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두 은행 조직의 융화. 국민은행 노조는 이미 ‘김정태 행장 취임 반대’를 선언하고 준법투쟁을 벌이고 있다. 물론 노조의 속성과 득실을 따져볼 때 파업에 들어갈 공산은 작다.
하지만 국민은행 직원들은 몹시 불안해한다. 이들은 국책은행으로 출발해 별다른 어려움 없이 우월적 지위를 누려왔기 때문에 외부 경쟁에 전혀 노출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정태 행장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경쟁력이 뒤떨어진 직원들을 정리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국민은행 임직원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크다.
‘한지붕 두 가족’ 부작용 해소 가장 큰 과제
외국의 은행 합병 사례를 봐도 성공률은 50%가 안 된다. 한 쪽이 다른 쪽을 완전히 접수하는 흡수합병은 성공률이 높지만 국민-주택은행처럼 대등합병은 성공하기 쉽지 않다. 합병 과정에서 고객이탈과 조직문화 충돌, 우수인력 유출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김행장은 인원 및 점포 축소 과정에서 고객 이탈을 10% 이내로 줄인다는 목표를 제시했으나, 목표 달성이 쉽지만은 않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무엇보다 두 은행의 조직문화가 충돌해 융합을 이루지 못할 경우 서울-신탁은행, 상업-한일은행 합병에서 보듯 성공을 거두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두 은행이 파벌을 형성해 대립하면 은행장 한 사람의 힘으로는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오기 때문이다. 금융계에서는 김행장이 어떤 지혜를 발휘해 이 난관을 헤쳐나갈지 주목하고 있다.
그는 1998년 주택은행장으로 취임하면서 ‘월급 1원 주식 30만 주’를 조건으로 내걸어 당시로서는 생소한 스톡옵션 제도를 도입했다. 김행장은 주택은행 주가가 은행권 최고를 유지할 경우 10만 주를 더 받도록 되어 있어 모두 40만 주를 받는다. 현 시가로는 91억 원이나 된다.
그가 보신주의가 만연한 은행권에서 ‘주주가치 극대화’ 모토를 내건 것은 ‘혁명’에 가까웠다. 김행장은 이런 방침의 일환으로 취임 후 두 달 만에 “수천억 원의 적자가 나도 좋으니 부실자산을 모두 털어내라”고 지시했다. 이는 두 가지 측면으로 해석되었다. 하나는 잠재 부실 요인을 제거해 깨끗한 은행으로 새 출발하겠다는 것. 다른 하나는 외국의 CEO처럼 ‘과거 부실은 나의 책임이 아니니 모두 정리하고 새롭게 평가받겠다’는 것이다.
김행장의 지론은 “돈벌이도 안 되고 부실화 위험만 큰 기업여신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래야 주가가 오르기 때문이다. 그가 대우그룹이 망하기 전 갖은 압력과 청탁을 물리치고 대우 여신을 1조 원 이상 회수한 것도 손실을 줄이기 위한 차원이었다.
이번 합병은행장 선출 과정은 두 은행의 치열한 로비전과 헐뜯기로 잡음이 많았다. 근거 없는 투서가 난무해 “이럴 바에야 차라리 제3의 후보를 뽑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김정태 행장이 김상훈 국민은행장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이유는 ‘합병은행의 주가 상승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 때문이었다. 합병은행의 최대주주인 정부는 처음부터 불개입을 선언했고, 당연한 얘기지만 2, 3대 주주인 골드만삭스와 ING베어링이 주주가치 극대화에 관심이 많은 점이 김정태 행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것이다.
의아한 점은 국민은행 대주주인 골드만삭스의 태도다. 골드만삭스는 합병 초기 ‘김상훈 행장 지지’를 공식 표명했다. 그러나 합병은행장 선출 직전 갑자기 김정태 행장 쪽으로 돌아섰다. 이유는 분명치 않다. 다만 금융계에서는 “주가가 오르기 위해서는 통합행장을 빨리 결정해야 하는데 김상훈 행장보다는 김정태 행장이 정부 눈치를 보지 않고 주주 이익을 높일 것으로 봤을 것이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정태 행장은 진통 끝에 합병은행장이 되었지만 앞날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두 은행 조직의 융화. 국민은행 노조는 이미 ‘김정태 행장 취임 반대’를 선언하고 준법투쟁을 벌이고 있다. 물론 노조의 속성과 득실을 따져볼 때 파업에 들어갈 공산은 작다.
하지만 국민은행 직원들은 몹시 불안해한다. 이들은 국책은행으로 출발해 별다른 어려움 없이 우월적 지위를 누려왔기 때문에 외부 경쟁에 전혀 노출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정태 행장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경쟁력이 뒤떨어진 직원들을 정리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국민은행 임직원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크다.
‘한지붕 두 가족’ 부작용 해소 가장 큰 과제
외국의 은행 합병 사례를 봐도 성공률은 50%가 안 된다. 한 쪽이 다른 쪽을 완전히 접수하는 흡수합병은 성공률이 높지만 국민-주택은행처럼 대등합병은 성공하기 쉽지 않다. 합병 과정에서 고객이탈과 조직문화 충돌, 우수인력 유출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김행장은 인원 및 점포 축소 과정에서 고객 이탈을 10% 이내로 줄인다는 목표를 제시했으나, 목표 달성이 쉽지만은 않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무엇보다 두 은행의 조직문화가 충돌해 융합을 이루지 못할 경우 서울-신탁은행, 상업-한일은행 합병에서 보듯 성공을 거두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두 은행이 파벌을 형성해 대립하면 은행장 한 사람의 힘으로는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오기 때문이다. 금융계에서는 김행장이 어떤 지혜를 발휘해 이 난관을 헤쳐나갈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