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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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9년 원숭이별에서의 악몽

  • < 신을진 기자 > happyend@donga.com

    입력2005-01-17 13: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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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9년 원숭이별에서의 악몽
    미래의 어느 행성에 불시착한 인간. 그들이 도착한 곳은 원숭이들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그곳에서 인간은 ‘말 못하는 짐승’에 지나지 않는다.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한 주인공은 원숭이들이 정한 금지구역에서 자신의 운명을 본다. 그 행성은 바로 미래의 지구였던 것….

    허리가 동강난 채 모래사장에 파묻힌 자유의 여신상을 발견하고 울부짖는 주인공의 모습이 엄청난 충격적으로 다가온 영화 ‘혹성탈출’. 1968년 개봉한 이 영화의 엔딩 장면은 지금도 많은 사람의 뇌리에 강하게 각인되어 있을 것이다.

    ‘빠삐용’ 등의 작품을 집필한 소설가 피에르 바울러의 원작소설을 프랭클린 샤프너가 감독했고, 찰턴 헤스턴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엄청난 대중적 인기를 모았지만 그해 아카데미에서는 고작 분장상 하나만을 받는 데 그쳤다. 내용 면에서 은근히 반미적인 요소가 강했기 때문. 영화는 곧잘 3차 대전과 핵 전쟁의 두려움을 표방한 1960년대 사회운동의 여파로 읽혀졌고, 군대와 과학자를 상징하는 원숭이 사회에 대한 묘사는 군국주의 문화에 대한 혐오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런 ‘혹성탈출’을 리메이크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영화 팬들은 흥분했다. 30년이 넘는 시간의 강을 건너와 다시 만날 영화는 어떤 모습일까. 그동안 엄청나게 발전했을 특수분장과 CG 기술이 만들어 낼 원숭이 인간에 대한 기대와 함께 감독을 맡은 팀 버튼에 대한 믿음도 또 하나의 신화 탄생을 예견했다.

    2029년 원숭이별에서의 악몽
    ‘가위손’ ‘배트맨2’ ‘화성 침공’ ‘슬로피 할로우’ 등 만드는 영화마다 발칙하리만큼 음울하고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으로 관객을 매료시켜 온 팀 버튼은 돌아온 ‘혹성탈출’의 감독으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그는 원숭이와 인간의 대결이라는 흥미진진한 소재를 가지고 새롭고, 또한 흥미로운 초대형 액션 블록버스터를 창조했다.



    때는 서기 2029년. 미 항공우주국의 우주비행사 레오는 우주 정찰중 알 수 없는 행성에 불시착하고, 그곳에서 원숭이가 인간을 지배하는 광경을 목격한다. 인간을 말살하려는 사악한 원숭이 지도자를 피해, 평화주의자 원숭이 아리의 도움으로 금단구역 내 성소에 도착한 레오는 그곳에서 인류의 과거와 미래에 대한 충격적인 비밀을 알게 되면서 절대절명의 위기를 맞는데….

    자신만의 스타일을 지닌 팀 버튼의 특별한 시각 때문일까. 오리지널과 비교해 영화의 기본 골격은 달라진 것이 없지만 영화는 많은 면에서 새롭고 재미있다. 수백 명의 유인원으로 분장한 배우들의 연기와 첨단 우주선, 거대한 세트 등 볼거리도 풍부하고 오리지널에선 볼 수 없는 경이로운 특수효과가 관객의 눈길을 잡아 끈다.

    가장 강력한 충격을 발휘해야 할 결말 역시 오리지널과 비교해 일면 비슷하고 또 새롭다. 제작사인 21세기폭스측은 이 영화의 시사회에 앞서 절대 결말에 대해선 외부 사람에게 언급하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그건 고스란히 관객이 느끼고 즐겨야 할 권리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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