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마스 셰퍼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가 4월 2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오토 차이나 2026’ 사전 행사에서 샤오펑과 협업해 만든 전기차 ‘ID.유닉스(UNYX) 09’를 소개하고 있다. 뉴시스
세계 1000여 개 기업이 참가하고, 차량 180여 대가 최초로 공개된 이번 행사에서 BYD(비야디)는 차세대 e-플랫폼을 적용한 신형 플래그십 전기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선보였다.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와 순수 전기차 라인업을 동시에 확장하며 시장점유율을 높이겠다는 포석이다.
샤오미는 거주성과 소프트웨어 연동성을 극대화한 신형 전기 SUV 모델을 선보이며 정보기술(IT) 생태계와 모빌리티의 결합을 보여줬다. 체리자동차는 실내 엔터테인먼트 기능과 인공지능(AI) 음성비서를 고도화한 패밀리 전기 SUV를 공개했고, 지리자동차는 라이다 센서와 AI 칩셋을 결합해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을 구현한 로보택시 프로토타입을 전시했다.
창안자동차와 협력한 포드
중국 업체들이 하드웨어 측면에서 진일보한 점도 확인됐다. 배터리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인 CATL은 2027년 양산을 목표로 에너지 밀도 350~500Wh/㎏에 달하는 반고체 및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중국이 원자재 채굴부터 배터리 제조, 소프트웨어 개발, 완제품 조립에 이르기까지 자동차 밸류체인 전반을 내재화했음이 확인된 셈이다.이런 상황에서 독일 제조사들이 중국 내 시장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내세운 것이 합작이다. 중국 IT 기업과 손잡고 소프트웨어 및 자율주행 역량을 강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폭스바겐그룹은 중국 샤오펑과 공동개발한 전기차 ‘ID.유닉스(UNYX) 09’를 오토 차이나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폭스바겐의 강점인 섀시 설계, 하드웨어 제조 능력에 샤오펑의 자율주행 기술과 인포테인먼트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모델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중국 자율주행 기술 기업 모멘타와 협력해 고도화된 주행 보조 시스템을 탑재한 신형 플래그십 전기차를 선보였다. BMW는 전기차 플랫폼 노이어 클라세 기반의 모델을 아시아 최초로 공개하며 2열 공간을 중시하는 중국 소비자 니즈를 반영해 휠베이스를 확장했다.
미국 제조사들 역시 중국과 협업한 모델을 선보였다. 포드는 창안자동차와 협력해 중국 전용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 라인업을 공개했다. 전통적인 오프로드 모델에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것이 차별점이다. GM은 얼티엄 플랫폼을 활용해 생산 단가를 낮춘 캐딜락과 뷰익의 신형 전기 SUV를 공개했고,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대형 디스플레이와 차량 사물 통신 기술을 탑재해 상품성을 높였다. 테슬라는 별도의 신차를 출품하지 않았으나, 완전자율주행(FSD) 소프트웨어의 중국 내 서비스 확대를 시사하는 기술 시연에 집중했다.
글로벌 브랜드들이 현지화와 스펙 경쟁에 몰두하는 가운데 현대차는 자동차 본연의 가치와 신뢰성을 강조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오토 차이나 개막식에서 현대차는 소형 모빌리티 로봇 ‘모베드’를 선보이며 완성차 제조를 넘어선 종합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서의 지향점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새로운 아이오닉 콘셉트인 전기 세단 비너스(Venus)와 크로스오버 어스(Earth)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중국 현지 특화 라인업에 행성 이름을 부여해 독자적인 전기차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펼친 것이다.

현대차가 ‘오토 차이나 2026’에서 공개한 아이오닉 V. 여기서 V는 비너스(Venus)를 의미한다. 현대차 제공
현대차,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 지향 제시
비너스는 기하학적 형태와 공기역학 효율을 극대화한 경사진 루프라인으로 설계됐다. 대형 디스플레이 탑재를 지양하고, 운전자의 직관적인 조작 편의성을 살리는 인터페이스를 채택했다. 어스는 실용성과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한 패밀리카 콘셉트다. 험로 주행을 고려한 하부 트림과 두꺼운 A필러에 적용된 투명 인서트를 통해 운전자 시야를 개선하는 등 사용자 편의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품질과 주행 질감 등 자동차의 본질을 경쟁력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글로벌 자동차산업이 지능형 모빌리티 산업으로 재편되는 추세다. 새로운 환경에서 중국은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주기를 단축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 기업도 검증된 섀시 내구성과 충돌 안전성이라는 하드웨어 기반 위에 독자 운영체제를 결합해 제품의 총체적인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 또한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에너지 기술의 상용화 시기를 앞당겨야 할 때다. 핵심 기술 확보 없이는 가격과 데이터를 무기로 한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